내가 집사라니

블라종 쓰기 11

우리집 고양이는 아련해

내가 간식 근처에만 가면 어디서 무엇을 하다가도

쪼르르 달려와 나를 아련한 눈빛으로 바라봐

그러면 간식을 금방 줬어도 또 안 줄 수가 없지

우리집 고양이는 책을 좋아해

내가 책을 읽을 때면 내 옆에 딱 붙어서

책이나 내 팔 그 어딘가에 앞발을 올리고 눈을 스르르 감아

그러면 잠을 깨우지 않으려고 조심하게 돼

우리집 고양이는 날카로워

내 배에 자리를 잡고 앉아 내가 쓰담쓰담해주면

좋다고 골골대다가 갑자기 돌변해서 발톱을 드러내

그러면 할큄을 당하지 않으려고 자리를 옮기게 돼

그래도 우리집 고양이는 부드러워

핑크빛 콧잔등도

출렁이는 뱃살도

마이쮸같은 발바닥도

조용조용 냥냥하는 목소리도

만질때마다 펄펄 날리는 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