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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히어 May 19. 2023

5월은 나의 달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기


그동안 살아오면서 다양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나의 강점과 약점이 무엇인지 파악해 보는 기회가 있어왔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의 강점으로 꼭 융통성을 꼽아왔다. 같은 맥락으로 환경에 대한 적응력, 모든 사람에게는 배울 것이 있다는 열린 마음 등도 스스로 생각하는 강점들이다.     


하지만 오늘 문득 사람을 대할 때 융통성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자신만의 줏대가 없다는 것의 듣기 좋은 표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상대방이 어떻게 나오든 한결같은 반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부드러우면 나도 부드럽게, 상대방이 날카로우면 나도 날카롭게 반응하는 것이 과연 융통적인 걸까?     


예민하고 불안한 학부모들을 대하다 보면 나도 어느새 그들 같아짐을 느낀다. 그런 고객들일수록 더 큰 마음으로 더 넓은 아량으로 품어야 하는데 아직은 내 그릇이 거기까지는 아닌 것 같다.      


수업에 대해 내 기준에서 너무 세세한 것까지 간섭하거나, 일정에 대해 피곤할 정도로 길게 이야기를 늘어놓는다거나, 자신이 가르치지 못한 부분을 학원에서 잡아달라고 부탁하거나, 자녀의 수준과는 상관없이 더 많은 자료나 정보를 요구하는 등 예민하고 불안한 엄마들이 보이는 모습은 다양하다.   

   

나는 내 자녀의 학원이나 선생님들에게 그런 것을 요구하거나 간섭하는 성향이 아니다 보니 같은 엄마의 입장에서 그런 엄마들이 아예 이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말해 너무 피. 곤. 하. 다. 피곤하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어떻게 대처하냐면 그들이 느끼기에 빈틈이 없다고 여길 정도로 완벽하게 대응을 해서 오히려 그들의 2차, 3차 요구를 사전에 방지하는 편이다. 나아가 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내가 먼저 치고 들어가 꼼짝 못 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한마디로 ‘아, 니가 날 건드렸다 이거지?’ 이러면서 더 못되게 구는 방법인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내 속마음이고 그런 속마음을 또 잘 드러내지는 않기 때문에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나도 자신들만큼 아니 그보다 더 디테일하고 꼼꼼한 사람이라고 여기며 만족해할 수도 있다.      


상대방에 맞춰 나의 성격이나 태도를 어느 정도 바꿀 수 있다 보니 사람들이 나에 대해 잘 파악하지 못하고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 또 하도 그러다 보니 이제는 나 자신도 내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는 경우도 있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나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나는 뭐가 좋은 건지, 뭘 하고 싶은 건지...     


이런 나의 태도가 친구관계, 가족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쿨한 사람이라고 포지셔닝하며 좀처럼 먼저 연락하거나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들어 그동안 쌓아온 인간관계에 전반적으로 회의가 든다고나 할까. 내가 먼저 만나자고 보챌 정도로 그렇게 한가하거나 외롭지 않다고 스스로 포장하며 살고 있지만, 사실은 친구들과의 편한 만남, 가벼운 수다가 너무나 그리운 아니 필요한 요즘이다.      


친구를 만날 때도 어디서 볼까, 뭐 먹을까 하면 주로 “난 다 좋아~!”라고 하고, 가족과 외식을 할 때도 남편이 정하는 곳으로 가고, 그래서인지 요즘엔 뭘 해도 그렇게 즐겁지가 않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한 게 아니라서 그런 걸까.      


5월인데, 5월은 나의 달인데(내 생일이 있어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나라도 하는 5월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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