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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히어 Jun 27. 2023

자기 개발의 정석

2018년 10월 6일의 나


어느덧 15번째 나만의 독후감, 북리뷰, 서평. 그 이름이 무엇이든 나만의 컨텐츠가 쌓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하다. 이 공간에 글을 올리면서 의미 있는 것 중의 하나는 소개하는 책을 어떻게 알게 되고 읽게 되었는지 반추해보게 된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내 주변에 좋은 책을 선별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감사하게 되고, 책과 책 또는 작가와 작가 사이의 그물처럼 연결되는 지점들도 발견하게 되고, 우연히 내 손에 들어왔지만 큰 울림을 주는 책을 만나는 기쁨도 느끼게 된다. 임성순의 자기 개발의 정석은 아빠가 권해준 제9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통해 알게 된 작품이다.


단편 모음이라 가볍게 읽기에 좋을 것 같아 여름휴가 때 챙겨갔고, 그 작품집 안에 실린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이라는 단편을 읽고 임성순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영화든 드라마든 책이든 제목이 긴 작품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 편이다.


빅뱅의 태양이 소감이나 설명이 구구절절 달린 음식점은 진짜 맛집이 아니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이다.


그래서 7편의 단편들 중 2번째로 제목이 긴 <회랑을 배회하는 양떼와 그 포식자들>은 큰 기대 없이 읽게 되었다. 하지만 뉴욕의 MoMA(현대미술관)와 그 주변을 홀로 배회하던 주인공의 모습에서 9년 전(2009년이니 지금으로부터 14년전) 나의 모습이 오버랩되었고, 그 때 내가 느낀 그러나 활자화하지 못했던 고독감을 너무나 생생히 표현한 작가에 반해 그의 장편인 자기 개발의 정석을 찾아 읽게 되었다.


40대 중반의 대기업 부장이자 기러기 아빠가 주인공인 소설. 전립선에 문제가 생기면서 인생 최대의 위기와 최고의 환희를 경험하는 내용이다. 남자가 쓴 소설에 남자가 주인공이라 개인적인 감정 자체가 와 닿는 느낌은 적었다. 그러나 소설 자체가 주는 매력이 충분했다. 무엇보다 재밌었다. 첫 페이지를 펼친 지 2시간도 안되어 다 읽었으니 말이다. 재미, 교훈, 감동. 내가 십수년 전 알고 지내던 어떤 언니는 자신이 말을 할 때 또는 누군가의 말을 들을 때, 재미, 교훈, 감동 중의 하나가 그 말 속에 있는지 없는지를 항상 생각한다고 했었다. 똑 부러지고 직설적인 성격이었던 그 언니는 누군가 이도저도 아닌 말을 하면


네 말 속엔 재미도 교훈도 감동도 없어.


라고 지적질을 하곤 했다. 그 언니의 기준에서도 이 책은 합격이다. 교훈과 감동은 조금 부족하지만 재미가 충분하니까.



나는 앞으로 어떤 글을 쓸 수 있을까? 재미있는 글? 교훈을 주는 글? 감동적인 글? 사실 지금으로서는 그 어떤 것도 자신이 없다. 내가 계속 글을 쓰고 싶다면 그것부터 찾아야 할 것 같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그래서 내가 쓰는 글은 어떤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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