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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히어 Jul 07. 2023

161025-03

카페에서 말하기에 적당하지 않은 데시벨


함께 스터디를 하던 사람들은 처음이라 그랬을 것이라며 필기시험 합격이 좋은 징조이니 남은 방송국 시험을 더 보라고 했었다. 하지만 H는 그날로 언론고시 준비를 그만두었다.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아쓰는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이유를 댔지만 H는 알았다. 본인은 방송기자를 할 수 없음을. 공부한 것이 아까우니 신문기자에 다시 도전해볼까도 싶었다. 하지만 방송기자가 아니면 의미가 없었다.


사회의 어두운 면이나 부조리한 면을 끄집어 내 사람들에게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보도하고자 하는 사명감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그냥 방송기자가 되어 해외특파원으로 파견되어 바바리코트를 입고 카메라 앞에 서서 “ooo 뉴스 ooo이었습니다.”를 말하고 싶었다.


그러니 신문기자는 의미도 없고 할 수도 없었다.


사람들에게 말했던 이유가 아예 없는 말은 아니었다. 27살씩이나 되었으면서 집에게 용돈을 받아 합격할 때까지 시험 준비를 할 만큼 뻔뻔하지 못했다. 영어와 프랑스어를 할 수 있는 것으로 다른 직업을 구하기로 마음먹었다. 가능하면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이 없이도 가능한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번역가였다. 하지만 아무 경력 없이 무턱대고 원서를 사 와 번역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예전 이메일 함에서 읽지도 않고 휴지통에 담아뒀던 번역개발원의 메일을 복구하여 번역가의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원해서 시작한 일은 아니었지만 번역가라는 직업은 하면 할수록 딱 맞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발원에 소속된 직원이기는 하지만 이메일로 업무를 전해 받고 다시 이메일로 번역본을 넘기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교류를 할 필요가 없고, 아프거나 여행을 가 가끔씩 줄어들 때도 있지만 한 달에 300만 원 이상의 수입은 또래 여성들의 평균월급을 상회하는 수준이고, 무엇보다 노트북과 전자사전만 있으면 어디든 원하는 곳, 특히 카페에서도 작업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더구나 요즘에는 카공족이 늘어나 처음 카페에 혼자 와서 일을 시작했던 때에 비해 H처럼 혼자 와서 노트북을 하거나 책을 읽는 사람들이 누군가와 함께 와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보다 더 많을 때도 있다.


하지만 카페가 번역을 하기에 딱 좋은 공간이려면 사람들에게서 발생하는 소리가 적당한 수준일 때 그렇다. 데시벨로 따지자면 73 데시벨 정도. 사람에 따라서는 73 데시벨 정도의 소리가 발생하는 공간에서는 집중을 하기 힘든 경우도 있겠지만 H에게는 73 데시벨이 딱 좋다. 그런데 가끔 그 이상의 데시벨로 특정한 소리가 크게 들리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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