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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히어 Jul 16. 2024

161104-08

두 개의 거울


1층 관리실 안에 그 아주머니가 있었다. 하루 만에 10년은 더 늙어 보이는 몰골이었다. 어젯밤 살인이 뜻대로 안 되어 힘든 밤을 보낸 건가, 아니면 자신이 신고한 것을 엄청나게 후회하고 있는 중인가. 아무튼 어떤 이유에서든지 일이 뜻대로 안 풀려 애가 타는 모습으로 보였다.


의외의 살인마, 의외의 살인 공간, 의외의 결말. 마무리만 남은 내 글의 뒷부분이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아주머니 아니 살인마의 눈을 한 번만 보면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가까이서 말고 멀리서, 어제 거울을 통해 본 것처럼, 오늘은 유리를 사이에 두고 보면 딱 좋을 것 같았다.


안 들어가요?


네, 근데 지금 생각해 보니 손수건을 깜빡 두고 나왔어요. 지금 상황도 안 좋으니 그냥 다음에 드려야 될 것 같아요.


경찰은 조금은 어이없어하며 관리실 문을 열었다. “나는 그 학생 핸드폰에 있는 사진만…….”이라는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렸고 그때 아주머니가 고개를 들면서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1초면 충분했기에 이내 고개를 돌리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잠시 후에 그 아주머니가 나를 쫓아왔다. 그 뒤로 경찰은 아주머니를 쫓아왔다.


학생, 핸드폰 좀 줘 봐요.


네? 왜요?


핸드폰을 쥐고 있던 손을 나도 모르게 뒤로 감추었다.


어제 내 사진 찍었잖아요. 어떻게 나왔는지 보게 좀 줘 봐요.


아주머니 아니 살인마가 나를 노려보며 다가왔다.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오른쪽 발꿈치의 느낌이 이상하다 싶더니 내 몸은 계단을 따라 마구 굴러 내렸다. 그 와중에도 핸드폰은 손에 꼭 쥐고 있었고, 아주머니와 경찰이 계단을 급히 뛰어내려오고 있었다.


몸 여기저기가 아프고 지나가던 학생들이 쳐다보는 것 같아 부끄러웠고 여전히 나를 향해 다가오는 아주머니가 무서웠지만 무엇보다 내 글의 마지막 순간이 사라진 것 같아 안타까웠다.


오랜만에 쓴 글이었는데, 그동안의 글과는 달리 나의 상상만이 아닌 실재하는 공간과 실재하는 인물, 그리고 실재하는 사건을 바탕으로 한 글이었는데. 넘어지는 순간 깨달았다.


저 아주머니는 살인마가 아니라, 그저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사진 찍혔는지 궁금해하는 한 여자일 뿐이고, 청소도구함은 살인의 공간이 아니라 저 아주머니의 일터이자 편안한 안식처일 뿐이라는 것을.


그리고 아침에 발견된 여학생은 그저 우연의 일치일 뿐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나의 글은 마무리되지 못한 채 산산조각 났다는 것을.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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