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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히어 Oct 27. 2019

나는 과연 리더가 될 수 있을까?

성장판 온라인 글쓰기 2번째 글

나는 과연 리더가 될 수 있을까?

   
지난주부터 매주 한 편 글을 쓰는 모임(성장판 온라인 글쓰기 12기)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첫 주의 글은 마침 쓰려고 생각했던 내용이 있어서 마감기한인 일요일 자정보다 훨씬 일찍 제출할 수 있었다. 2번째 글 관련 이번 주 초부터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다. 사실 이 모임에 들어오면서 브런치에 이미 만들어 놓은 [나를 흔드는 문장들]에 실을 글을 매주 한편씩 쓰겠다고 다짐했었다. 최근에 읽었지만 아직 나의 글로 발전시키지 못한 책이 이미 3권이 있기에 그 책들 속 한 부분과 관련한 에세이를 쓰면 되는데, 솔직히 말해 나를 확 사로잡는, 아주 작더라도 나의 경험을 녹여내어 글짓기를 할 부분을 찾지 못했다. 한 권은 너무 어려웠고, 한 권은 너무 가벼웠고, 한 권은 너무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렇게 어느덧 일요일 정오가 되어 버렸다.

이제 마감 기한까지는 딱 12시간이 남은 상황. 물론 이 기한은 글 쓰는 일을 생업으로 삼는 사람들의 마감 기한만큼 중요하거나 긴박하지는 않다. 그래도 이 기한은 꼭 지키고 싶다. 왜냐하면 마감을 한 번이라도 어길 시 내 돈을 돌려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첫 주에 1등으로 제출해서일까 감사하게도 브런치를 구독해주신 멤버들이 있는데 그분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은 2019년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스스로에게 부여했던 일종의 강제성을 참여한 지 2주 만에 걷어차 버리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생각을 바꾸었다. 브런치에 새로운 공간을 추가하기로. [경험, 그 너머를 사는 나]

이 공간의 첫 글로 “리더”에 관한 내용을 담아 보려 한다. 문득 궁금해진다. 나는 그동안 몇 명의 리더를 만나보았을까? 초중고 시절 담임선생님 15분(초중고 한번씩 전학을 했기 때문에 12+3). 석사 시절 지도교수님 1분과 논문 관련 지도교수님 3~4분(학부 때도 지도교수님이 있었지만 내 기억으로는 4학년 때인가 딱 한번 면담을 했던 기억이 전부여서 제외). 그동안 몸을 담았던 총 5곳의 조직에서 직속 상사와 최고결정자 10분(다른 팀의 팀장들까지 포함하면 너무 범위가 커지므로 제외). 그 외에 다양한 사모임, 소모임에서의 리더들까지 합치면 약 40명 정도일 것 같다. 초중고 시절 담임선생님들 중에도 꽤 기억에 남는 분들이 계시지만, 그 시절의 내가 아직 미성년이었기에 그들을 리더라고 인식하고 그들의 행동이나 말을 곱씹어 본 적은 없었다. 따라서 앞으로 소개하는 리더들은 모두 내가 성인이 된 이후에 만나게 된 사람들이다.



- 닮고 싶지 않은 리더 유형 1.


그런 사람이 있다. 목소리가 굉장히 부드럽고 쓰는 단어가 매우 유해서 첫인상이 좋은 사람. 어느 정도 그 반대인 나로서는 그런 사람들의 타고난 나긋나긋함이 부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그 말랑말랑함을 한결 같이 유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느 정도 친분이 쌓였거나 사람들이 자신에게 넘어왔다고 생각하면 본색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꼭 있다. 내가 한결 같이 불편한 사람들은 겉과 속이 다른, 처음과 끝이 다른, 말과 행동 또는 말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다. 특히나 그런 사람이 리더로 있는 곳에서는 정말로 버티기가 힘들다. 몇 년 전, 한 소모임에서 그런 사람이 리더가 되어 나를 포함 몇 명이 불편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었다. 모임의 끝 부분에 다음 주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그 당시의 부정적인 감정 상태를 그대로 반영해 표현하자면 팀원들의 의견을 묵살하다시피 하고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려는 그 고집스러운 태도에 몇 명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보고야 말았다. 다행히 어느 정도 성숙한 사람들의 모임이었기에 큰 무리 없이 리더의 의견을 다음 주제로 팀원들의 의견을 그다음 주제로 정하는 모양새로 마무리가 되기는 했지만, 나는 여전히 그 순간 그 사람(리더)의 그 완강한 태도가 이해 안 되고 불편하다. 부드러운 말투와 표정 뒤에서 자신의 뜻대로 모든 것을 이끌어가려는 리더. 그런 리더는 절대 되지 말아야지.



- 닮고 싶지 않은 리더 유형 2.


조직 생활을 하면서 많이 듣는 말 중에 “공과 사를 구분해야지.”라는 말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 이 말은 사회생활에서 만난 사람들에게는 가능하면 감정에 치우치는 모습을 보이지 말 것. 달리 말하면 나의 감정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드러낼 것. 이렇게 구분되는 편이다. 여기서 감정이란 어떤 사람, 음식, 장소 등에 대한 좋고 싫음 뿐 아니라 어떤 견해, 주장, 정책 등에 대한 나의 생각이나 느낌, 특정 순간 나의 일시적인 기분 등을 모두 포괄하는 의미이다. 특히 이는 구성원이 많든 적든 여러 사람을 대표하는 리더라면 꼭 갖추어야 할 덕목이라 생각한다. 사람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리더가 어느 한 사람의 취향이나 의견을 칭찬하는 순간 다른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서운한 마음이 생기고, 그런 마음들이 쌓이다 보면 차별받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본인이 원래 알던 사람이라고 해서 편의를 봐주거나 편을 들어주는 리더는 정말 별로다. 최근 어떤 소모임에서 신규 멤버에게는 출결이나 참석 시간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기존 멤버에게는 느슨하게 적용하는 리더에게 결국 신규 멤버 중 1명이 들이받는 일이 있었다. 그 일로 결국 그 모임은 와해가 되고 말았다. 나는 그 일을 겪으며 또 다짐했었다. 구성원들을 공정하게 대하지 않고 사사로운 감정으로 차별 대우하는 리더. 그런 리더는 절대 되지 말아야지.



- 닮고 싶지 않은 리더 유형 3.


나는 꽤나 충동적이고 이랬다 저랬다 하는 유형의 인간이다. 최근에 아침마다 걷기를 시작했는데 오늘은 이쪽 길로 가야지 해놓고 갑자기 반대방향으로 간다던지, 파스타가 먹고 싶어 맛집을 찾아가 놓고 그 옆에 있는 족발 집에 들어간다던지, 영화가 너무 보고 싶어 예매를 해놓고 시작 30분 전에 급 취소를 하는 등 예를 들 일화가 너무나 많다. 그리고 사람에게는 누구나 그런 면이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리더라면 자꾸 말을, 특히 자기가 했던 말을 바꾸는 것은 꼭 삼가야 할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큰 프로젝트를 앞두고 리더를 중심으로 10여 명의 구성원들이 같은 자료를 보고 있다. 지난번 회의에서 리더가 지시한 수정 사항을 반영한 최최최최최종보고서를 화면에 띄워 놓은 상태이다. 그야말로 마감기한은 얼마 남지 않은 상황.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어갈 때마다 구성원들의 조마조마한 숨소리가 느껴진다. 그러나 이번에도 2페이지에 하나 꼴로 수정사항이 쏟아진다. 이 그래프는 꺾은선으로 바꾸고, 이 표는 다음 페이지로 넘기고, 세부 목표의 순서를 바꾸고 등등. 다들 기록하느라 정신이 없어서일까. 누구도 그 상황에서 “그 그래프는 원래 꺾은선이었는데 수정하라고 하셨던 겁니다.”, “세부 목표의 순서도 지난번에 수정하라고 한 내용을 반영한 겁니다.”라고 말하지 못한다. 리더는 지지난번과 거의 동일한 내용을 수정 지시한 후 나가버렸고, 남은 이들 사이에서는 탄식이 쏟아진다. “정말 녹음해서 들려주고 싶어요.”, “기억을 못 하시는 걸까요, 일부러 저러는 걸까요.”, “자, 시간 없으니 각자 맡은 페이지 빨리 수정하자고.” 매번 다른 피드백으로 구성원들에게 혼란을 주는 리더. 그런 리더는 절대 되지 말아야지.


이 외에도 위기의 상황에서 구성원들의 우산이 되어주기보다는 자기만 비를 피하는 리더, 자신보다 능력이 있는 구성원을 인정하지 못하고 권위로 누르려는 리더, 업무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관계로만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으려는 리더 등 나로 하여금 ‘내가 리더가 된다면 절대 저런 모습은 되지 말아야지.’라는 다짐을 하게 만들었던 사람들이 많다. 이쯤 되니 긍금해진다. 나는 과연 리더가 될 수 있을까? 이런 리더, 저런 리더 다 빼고 나면 나는 과연 어떤 모습의 리더가 될 수 있을까? 몇 년 뒤 내가 이 글을 보며 스스로 부끄러워지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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