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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권형 Jul 06. 2018

컴필레이션 음반 [인천의 포크] 작업기 #2

음원 제작과정 (레코딩, 믹싱)

 싱어송라이터 'Pa.je', '이권형', '박영환' 이 세명의 포크 뮤지션이 모여 제작한 컴필레이션 음반 [인천의 포크]의 작업기입니다. 여러 번 다른 주제를 세 뮤지션 각각의 서술로 풀어갑니다.

 우선, 각각의 작업기를 러프하게 취합했습니다. 그리고 '이권형'이 내용을 모아 오탈자를 약간씩만 수정하고서 주제별로 내용을 나눴습니다. 애초부터 주제별로 취합한 내용이 아니라는 점을 염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번 작업기가 [인천의 포크]를 좀 더 다채롭게 감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 레코딩 / 믹싱 과정에 관한 '파제'의 서술


사운드 체크 중


레코딩에 관하여


 프로듀서이자 녹음 및 믹스로 줄리아드림의 박준형 님이 함께해주셨다.

 박준형 님은 국내 아이돌가수의 작곡가 및 기타리스트, 음악감독 및 프로듀서로 활동을 하고 미국의 싸이키델릭 페스티벌에서도 라인업에 초청이 되어 다녀올 만큼 음악에 대한 열정, 실력이 출중한 뮤지션이자, 친형이다.

 음악 씬에 귀감이 되는 음악 형제 '박준형 박준성'


우린 맨날 쌈박질하는 겔러거 형제와는 차원이 다른 우애를 보여주는 형제이다.


 여튼... 레코딩을 위해 스케줄을 잡고 녹음을 들어갔다가 이 두 형제는 녹음을 갈아엎었다. 두 번이나...


 음원 발매란 애초 녹음이 잘 되어야 후회 없는데 첫 번째 녹음에서는 내 연주가 마음에 안 들었고, 두 번째엔 짧아진 손톱 탓에 톤이 심히 마음에 들지 않아 두 번이나 재끼고 결국 네일샵에 가서 인조손톱을 붙여 세 번째 녹음 때 <Re-interpret>과 <점심시간 종소리>까지 두 시간 만에 기타, 보컬 녹음을 다 끝냈다.


 이후 <I think you>를 위한 보컬 녹음을 따로 하였다.


녹음 후 인조 손톱을 떼었을 때 손톱이 많이 상했다. 기타 쳐야 하는데...

 인천의 포크 PPT 발표하러 동인천에 갔을 당시 인천역 부근에서 선박 화재가 발생했었다. 발표 날이 선체 뚜껑을 따는 날이었고 온 동네가 연기로 자욱했다. 그때 연기를 직격타로 마신 인천의 포크 3인방은 다음날 목이 심하게 안 좋아졌다.


 심지어 그날 보컬 녹음이었는데....


 보컬 녹음할 때 목이 너무 안 좋아 조금 고생을 많이 했다. 그로 인해 믹스에서 박준형 님이 고생을 많이 하였다. 녹음 후 일본에 공연을 다녀오신 박준형 님의 스케줄과 마스터링 스케줄의 텀이 너무 가까워서 일본 공연을 다녀오신 박준형 님이 밤을 새우며... 살과 피와 뼈를 갈아 넣어 믹스를 해주셨다..


 생각해보니 형한테 맛있는 걸 사줘야 하는데 안 사주고 얻어먹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귀감이 가는 형은 맞는데 동생은 아닌 듯하다.


보컬 녹음 중



- 레코딩 / 믹싱 과정에 관한 '박영환'의 서술


 앨범에 실을 곡은 「고양이 왈츠」와 「밤」, 「두부, 유령」으로 정했다. 활동 초기에 만들었고 앞으로 수정을 하지 않을 만한 노래들이었다. 「차이나타운」을 수록하는 것에 대해 잠시 고민을 했었는데 아직 다듬을 부분이 많은 노래였고, '인천의 포크'에 인천이 연상되는 노래를 담는 게 조금 유치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인천에서 나고 자랐고, 떠나왔거나, 살고 있는 우리의 노래들은 이 지역의 영향을 자연스레 받았을 테니 구태여 강조하지 말자는 것이 세 명의 공통된 의견이기도 했다.


 녹음은 별 고민 없이 집에서 하기로 했다. 이번 기회에 음원을 직접 제작하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레코딩과 믹싱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고, 금전적인 문제를 떠나 DIY가 창작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장비만 사다 놓고 제대로 다룰 줄도 모르는 인간이었다. 시퀀서는 예전에 잠시 써봤던 누엔도가 아닌 로직을 쓰기로 하고 유튜브와 구글링, 관련 서적으로 먼저 감을 잡았다. 다행히 누엔도보다 훨씬 빨리 적응을 했고, 마이크를 놓는 방법 등을 또 한참 검색해서 따라 해보고 하는 식으로 하나씩 익혀갔다. 더디게 진행되었지만, 마감일까지 여유가 있다는 생각에 부담은 없었다.


아이패드로 부스 밖의 컴퓨터를 미러링 하고 컨트롤은 로직 리모트를 사용했다.

 테스트 녹음과 믹싱 공부를 하며 동시에 구직 사이트를 들락거릴 무렵, 앨범에 대한 기획 역시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다. 인천문화재단의 지원 사업 공모도 알아보기 시작했다. 아티스트 프로필을 촬영해주기로 한 오석근 작가와 함께 인천의 문화공간이자 로컬 예술가들의 작업실인 <회전예술>에 모여 회의를 진행했고 청년문화예술인 레지던시 사업에 지원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어림잡아 올해 안’이었던 앨범 발매는 지원 사업 기획안에서 여름으로 앞당겨졌고, 덕분에 내 마음도 살짝 조급해졌다.


 데모를 녹음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바로 본 녹음에 들어갔다. 에어컨도 없는 반 평 남짓한 방음 부스는 5월이 되자 점점 더워졌고, 왜 평소에 연습해두지 않았을까 자책하며 기타 파트와 보컬을 계속해서 반복 녹음했다. 이때 나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서 메트로놈 클릭을 들으며 기타와 노래를 따로 레코딩했다. 헤드폰을 뚫고 나온 클릭 소리가 마이크로 들어가 재녹음을 하는 해프닝을 겪으며 5월 중순 즈음에 레코딩을 겨우 마쳤다. 녹음 소스를 들어 보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으나 애써 무시한 채 믹싱을 진행하기로 했다.  


카페 언플러그드의 강PD님이 선뜻 마이크를 빌려주신 덕분에 좋은 마이크로 녹음을 할 수 있었다.

 인천문화재단에 서류와 기획안을 제출하고 1차 심사를 통과했다. 그렇게 착착 진행되나 싶더니 지원 사업에 최종 선정되어 생각지도 못한 큰 자금으로 앨범을 제작할 수 있게 됐다. 자비를 들여야 했을 많은 부분들이 해결되었고, 발매는 조금 더 앞당겨졌으며 앨범의 무게는 훨씬 더 커진 것처럼 느껴졌다.

  6월 7일 마스터링, 6월 13일 사전 음감회. 중요한 일정 두 개가 잡혔다. 물론 정말 기뻤지만, 한편으론 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부족했고 그렇다고 이제 와서 도망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가늘고 검은 선. 저 선을 타고 거실의 컴퓨터에 소리가 기록된다.


 태어나 스스로의 목소리를 가장 많이 들었다. 그 괴로운 시간을 버티며 일주일 동안 세곡의 믹스를 끝냈다. 모든 음원 작업이 끝난 지금도 많이 아쉽지만 그래도 이 과정은 나름 재미있었다. 하지만 애초에 녹음이 잘못된 소스는 회생이 불가하다는 것, 곡마다 어울리는 녹음 방식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두부, 유령>은 믹싱 막바지에 이건 아니라는 판단이 들어서 기존 버전을 포기하고 원테이크로 다시 레코딩을 해봤다. 하루 만에 녹음을 완료했는데 투박했지만 더 좋게 들렸다. 아, 이제 마스터링만 남았구나. 하지만 아니었다.


 마스터링 이틀 전 나의 노래를 가장 많이 들었을 친구에게 첫 믹스 본을 들려주었다.  <밤>과 <두부, 유령>은 무척 마음에 들어했으나 <고양이 왈츠>는 몇 년 전 정말 대충 녹음한 버전이 더 좋게 들린다고 했다. 사실은 나도 그랬다. 기타와 노래 모두 밋밋했다. 믹싱 내내 찝찝한 마음이 들었지만 모른척했던 부분을 친구도 똑같이 느낀 것이다. 당장 모레가 마스터링인데 이제 와서 어째야 하나, 무척 답답했다. 화가 잔뜩 난 상태로 결국 다시 부스에 들어가 녹음 준비를 했다.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는 것.   


 레코딩 경험이 거의 없었고 당연히 정해진 박자에 기타를 녹음하고 그에 맞춰 따로 노래를 녹음하는 것이 결과가 좋을 거라 짐작했으나 <두부, 유령>의 경우를 겪으며 이 멀티트랙 레코딩 방식이 나의 몇몇 노래와는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했다. 기타를 치는 행위와 노래가 함께 있어야 했다.

 밤 11시부터 자정까지 다섯 테이크를 녹음했다. <두부, 유령>과는 다르게 M/S 마이킹을 했는데, 실수로 사이드 마이크의 케이블을 빼놓고 연주를 하는 바람에 원 마이크 레코딩이 되어버렸다. 헛웃음이 나오는 상황이었지만 결과물은 마음에 들었다. 테이크가 진행될수록 화가 조금씩 누그러지는 게 보였고, 그 시간들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었다. 이것은 마치 일기 같다는 생각에 <두부, 유령>과 <고양이 왈츠>는 제목 뒤에 녹음 날짜를 함께 쓰기로 했다.


열심히 모니터 중인 친구들


- 레코딩 / 믹싱 과정에 관한 '이권형'의 서술


'준스노우 매직'을 위해 태양열을 받는 준스노우


준스노우의 작업실


 [인천의 포크]와 정규 음반 작업(애초에 EP를 염두했으나 이번 프로젝트에 돌입하면서 정규로 선회함)을 따로 분리해서 진행하지 않았다.

작년부터 함께 작업한 인천 주안에 있는 서준호(AKA '준스노우') 형의 작업실에서 작업한다. 평일에는 퇴근하고 남는 시간에 녹음을 준비한다. 주말에 하루를 잡아 녹음하고, 녹음이 끝나면 어레인지를 정리한다.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그 호흡을 유지하는 중이다.


 적어도 지금으로선 준스노우 없는 음악 작업을 상상할 수 없다. 주안 작업실에서 모든 게 이루어진다. 작업할 곡을 정해서 간단히 데모 녹음해서 작업실로 들고 간다. 함께 곡을 분석하고, 컨셉을 잡고서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꺼내놓으면 준스노우는 테크니션의 입장에서 그 아이디어를 번역해주신다. 현실적으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 아니면 곡의 방향 자체를 바꾸는 게 좋을지 어떨지 등등...

 그렇게 어레인지 구성을 정리하고, 녹음(은 후딱)하고 믹싱에 돌입한다. 뭔가 부족하다 싶으면 그 상태에서 또 아이디어 회의나 녹음을 반복한다. 원체 음원 작업할 때 아이디어가 한두 가지 레퍼런스로 정리되는 편은 아니어서 프로듀서와의 원활한 소통이 정말 중요하다. 준스노우는 그런 면에서 최고의 파트너이신 것 같다.


 소통이 원활하니까 현장에서의 즉흥적인 아이디어도 많이 나온다. 그러다 보니 결과도 원래 생각하던 것과는 많이 다를 때가 많다. 그리고 아직까지 결과에 실망해 본 적은 없다. 이번 [인천의 포크] 3곡의 작업도 마찬가지고. 상상만 하던 아이디어가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과정의 신통함은 겪어 본 사람만 알 거다 아마. 이번 프로젝트도 그런 신통한 장면의 연속이었는데, 그것이 일명 '준스노우 매직'이라 불리는 현상이다.


3월 2일_ 사랑가 기타 녹음 리허설


<사랑가(Acoustic Ver.)(Feat. 예람)>


 음악을 혼자 하다 보니 협업 욕심이 생긴다. 밴드를 할까 하다가 사공이 많으면 골치가 아픈 법이기 때문에 듀엣 정도를 상상한다. <사랑가>는 그래서 애초에 듀엣 구성을 염두하고 만든 곡이다. 판소리 '춘향전' - '사랑가'에서 모티브를 가져왔고, 원작에서 맘에 안 드는 뉘앙스는 나름대로 각색했다.

 이 곡은 전에 발표한 적이 있긴 한데, 워낙 열악한 환경에서 궁여지책으로 완성한 음원이기 때문에 언제든 기회 되면 다시 작업할 생각이었다. 기타 한대로 편곡해 어쿠스틱 버젼으로 작업하기로 했다. 이는 원래 계획하던 바이기도 하고, 마침 포크 컴필레이션 기획에 걸맞는 방식이라 고민의 여지는 없었다.


 '예람'과는 듀엣으로 몇 번 공연을 같이한 적이 있다. 그때 <사랑가>와 또 다른 수록곡인 <그날부터>도 같이 연습했다. 때문에 그에게 협업 요청을 하겠다고 마음먹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른 두곡에 어울릴만한 보컬을 고민해봐도 역시 그가 최적이었으므로, 수록된 3곡 전부 함께 작업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작업 계획을 짰다.


 예람 파트 보컬을 제외한 어레인지를 미리 다 해놓은 상황에서 피쳐링 요청을 드렸고 흔쾌히 수락해주셨다. 5월 5일로 녹음 스케줄을 하루 잡고 3곡 녹음을 일거에 끝냈다. 모든 준비가 돼 있었고 전체 녹음은 예상보다 훨씬 빨리 끝났지만, <사랑가>만큼은 조금 애를 먹었다. 화음도 복잡하고, 기타 하나로 편곡해서 보컬의 뉘앙스 하나하나 중요했다.


(<사랑가> 다른 두곡과 다르게 'Zoë Yungmi Blank'라는 샌프란시스코 출신 포크 뮤지션과 영어 버젼도 함께 기획했는데 이는 고민 끝에 정규 음반에 따로 편곡해 싣기로 했다.)


 <사랑가>는 초월적 교감을 그린 곡이다. 예람과 작업하면서 그가 음악을 통해 치열하게 교감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것이 결과물 자체도 좋은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뒤이어 계속 서술하겠지만 과정 하나하나에서 예상외의 시너지가 많이 있었다.


5월 5일_ 보컬 녹음할 땐 옷장 스킬을 쓰기도 하는 준스노우, 녹음을 준비하는 예람


<그날부터(Feat. 예람)>


 <그날부터>는 내가 난생처음 만든 노래다. 그러니까 이 노래를 만듦으로써 내 커리어가 시작된 거다. 그만큼 애정도 있지만, 한편으론 낯간지러운 구석이 있는 곡이다. 다행히 처음 만들었을 때와 그 모양새는 많이 다르다. 처음 만든 곡인 만큼 나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고, 그동안 코드 진행이 보강되고, 구성을 늘려 최종적으론 듀엣 곡으로 정착했다.


(특히, 곡의 처음과 중간에 들어간 기타 멜로디 라인은 전주 출신 싱어송라이터 '황자양'님이 넣어주셨다. 몇 년 전에 함께 공연을 하게 됐고, 합주를 하다가 홀연히 넣어주신 라인이다. 이후에 내가 그 라인이 계속 생각나 기타 진행을 다시 짜서 지금의 형태가 됐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표하고 싶다. -정작 본인은 이 사실을 기억 못 하시는 것 같은 눈치지만-)


 [인천의 포크]에 수록한 3곡을 두고 봤을 때, 처음에 예람의 보컬과 가장 잘 어울릴만한 곡이 <그날부터>라고 생각했다. 곡도 단순하고, <사랑가>와 더불어 함께 라이브 한 적도 있어 가장 순탄하게 마무리했다.


<숨바꼭질(with 예람)>


 3곡을 전부 예람과 협업했는데 이 곡만 'Feat.'이 아니라 'with'인 이유는 이 곡만큼은 그가 송라이팅과 작사에 직접적으로 관여했기 때문이다. 준스노우와 처음 회의할 때 곡이 너무 짧아 일단 멜로디 없이 2절까지 구성만 늘려놓은 상태에서 녹음하고 어레인지 해뒀다. 멜로디가 완성되지 않은 2절 부분을 예람 파트로 염두하고 멜로디와 가사를 새로 쓰기로 했다. 그런데 한동안 계속 써도 맘에 안 드는 거다.


더 직접적인 협업 제안

 그래서 예람에게 본인의 파트를 직접 써줄 수 있을지 제안드렸다.


"숲 속을 헤매이려나

시간을 따라 흘러갈게요

이곳엔 발자국과 기억을 놓고

다시 또 찾아올게요"


 가사를 먼저 받아보고 너무 좋아서 녹음 당일까지 멜로디를 들어볼 필요가 없었다. 어떤 선율이든 맞춰서 편곡할 생각이었다. 결국 별도의 공을 들일 필요도 없이 좋은 송라이팅을 해주셨다는 것만 확인했을 뿐이지만.

5월 12일_ <숨바꼭질> 믹싱 초기 스케치


 예람의 피쳐링 녹음이 끝나고 바로 다음 주부터 준스노우와 믹스 단계에 들어갔다. 사운드 레퍼런스가 확실하게 있는 건 아니었지만 컨셉은 나름 확실했다.


"시공간이 무너진 느낌이었으면 좋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RqyqChW3Kw8

<숨바꼭질>의 모티브가 된 - [Animatrix] Episode 7 - 'Beyond' - 의 한 장면


 철거 직전의 건물에 사람들이 모여있으면 현실감이 없다. 그런 현장에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매트릭스 세계관을 떠올렸다. 만약에 여기가 매트릭스라면 그 공간 자체에 오류가 난 셈인 거지. <숨바꼭질>은 내가 마주친 현실적 경험에 오버랩된 SF 세계관-이미지를 모티브 삼은 곡이다.


 포크의 기본적인 모양새를 유지하되 준스노우가 보유한 가상악기를 최대한 써보기로 했다. 녹음된 기타와 보컬 소스를 왜곡해서 적절히 활용하면 컨셉에 적합할 것 같았다. 뒤틀리는 시공간을 표현하고 싶었고, 곡의 후반부를 통해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숨바꼭질>은 이번 음반에서 예람, 준스노우와 가장 적극적으로 협업한 곡이 됐다. 최선을 다 해주셨고 그만큼 상상 이상으로 만족스러운 작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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