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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권형 Apr 25. 2018

컴필레이션 음반 [인천의 포크] 작업기 #1

시작 단계

 싱어송라이터 'Pa.je', '이권형', '박영환' 이 세명의 포크 뮤지션이 모여 제작한 컴필레이션 음반 [인천의 포크]의 작업기입니다. 여러 번 다른 주제를 세 뮤지션 각각의 서술로 풀어갑니다.

 우선, 각각의 작업기를 러프하게 취합했습니다. 그리고 '이권형'이 내용을 모아 오탈자를 약간씩만 수정하고서 주제별로 내용을 나눴습니다. 각각 뮤지션 서술 대한 부제는 '이권형'이 달았습니다. 애초부터 주제별로 취합한 내용이 아니라는 점을 염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번 작업기가 [인천의 포크]를 좀 더 다채롭게 감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 '이권형'의 서술

- 기획 제안에서 첫 회동까지

2018년 2월 25일_ 첫 회동


 올해 2018년 4/4분기쯤 발매를 목표로 EP를 준비중이었다. 6곡을 수록하기로 했고 올해 초부터 주 1회 인천 주안 작업실에 방문해 작업했다. 그런데 사실 EP를 낸다고 크게 비전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솔직히 첫 음반인데, EP에 대여섯곡 달랑 실어서 내봐야 뭐하나 싶은 거다.


"스플릿 음반을 내보면 어떨까?"


 낼 수 있는 시너지에 비해 부담은 덜하다는 게 스플릿 음반의 장점이다. 개인 작업물에 수록되는 곡 외에 가벼운 포크 소품들을 취합해 스플릿을 내보고 일단 반응을 살피자는 꿍꿍이였다. 게다가 일단 풀랭쓰 형태로 꽉꽉 채워서 낼 수 있을 거 아닌가.


 그래서 '파제' 준성이 형한테 연락한 거다. 인천의 유서깊은 재즈클럽 버텀라인에서 몇년간 꾸준히 함께 공연해왔고, 서로 음악을 붙여놓으면 시너지가 날 것 같았다. 무엇보다 인천을 테마로 하는 음반을 내자고 할 때 그 뉘앙스에 대해 공감할만한 몇 안되는 포크 뮤지션이었다. 그래서 처음 떠올린 그림은 인천 뮤지션 둘이 각자 5곡씩 수록하는 모양새였다.

2017년 12월 25일_ 풀랭쓰 음반 낼 꿍꿍이로 연락 드렸다.

 솔직히 많이 조심스러웠는데 생각보다 긍정적인 답이 왔다. 그리하여 첫 의기투합. 그게 2017년 12월 22일이다.


 당시엔 둘다 직장 생활을 했기 때문에 느긋하게 만나기로 했다. 그 사이에 나는 들떠서 프로젝트에 대해 여기저기 떠들고 다녔는데, 그러다 조언을 들었다.


"로컬 특화 기획이라면 한명 더 구해서 컴필레이션의 형태로 내는 게 더 멋지지 않겠는가."


 일리 있는 말이다. 문제는 인천에 파제, 이권형과 함께 묶일만한 포크 뮤지션이 있나 생각해보면 떠오르는 이름이 딱히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솔직히 떠오르는 이름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제안이 받아들여질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을 뿐. 그도 그럴 것이, 설득할 상대가...


- 박영환을 떠올리다


 2017년 촛불 집회 때 얘기를 해야겠다. 그 밤에 광화문 광장에 노동당 윙카에서 들리는 음악 소리에 이끌려 따라가보니 한눈에도 인상적인 외모의 뮤지션이 공연 중이었다. 그때 '두부, 유령'이라는 노래를 통해 '박영환'님을 처음 접했다. 말이 안되는 형용같지만 '날카롭다고 할만큼 섬세하고 묵직한' 노래였다. 꽤 인상적이었고, (언제였는지는 기억 안나는데) 이후에 페이스북 친구를 맺었다.


 어느날은 영환님이 페이스북에 미니 밥솥을 나눔하겠다는 포스팅을 남겼다. 택배로 넙죽 받았는데 주소가 인천 서구였다. "아 이분도 참 변두리 감성이 있으시군" 했었다. 그런데 그 때 기억이 갑자기 머리에 스치면서 무릎을 탁 쳤다.


2018년 1월 9일_ 파제X이권형, 박영환을 꼬시기로 의기투합하다.

 준성이형에게 컴필레이션 음반 형태로 만들자는 제안을 하면서 슬쩍 '박영환'님 얘기를 끼워넣었다. 그리고 파제 형하고는 원래 죽이 좀 잘 맞는다.


 박영환님에게 제안 메세지 보낼 때 얘길 하자면, 직접적인 친분이 있었던 건 아니라 거절 당할까봐 벌벌 떨면서 제안을 드렸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러우셨지만 거절은 안 하셨다.


2월 25일로 회의 날짜를 잡았다.


 그 사이에 신포동 버텀라인에서 파제 형과 공연이 있었는데 그때 둘이서 대강의 계획을 얘기했다. 대략의 비용, 인천이라는 키워드를 관통하는 포인트를 어떻게 잡고 풀어낼지.


 일단, 셋이 터를 잡고 있는 구역을 인천 지도에 찍어보면 위, 중간, 아래로 나뉘는 게 흥미로웠다. 서구, 동인천/주안, 소래/논현동.

2018년 1월 9일_ 박영환님이 조심스레 제안을 수락하다.

 셋 각자의 상황이 재미있었다. 인천사는 인천사람, 인천사는 마산사람, 서울사는 인천사람 이런 가벼운 컨셉. 처음엔 가볍게 엮었다.


나중에 지원사업 공모까지 당선 되고...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고는 하지만 사실 내 머릿 속에는 어렴풋이 다 계획하고 있었음.)












- '파제'의 서술

- 기획 초기 단상, 세 수록곡의 선택 과정


 인천의 포크 기획 단계에서 간단한 소품곡집으로 앨범을 낼 생각을 했었다. 당시 녹음중이던 앨범 외에도 구상을 끝낸 앨범들이 많았기에 어떤 곡을 [인천의 포크]에 넣어야 할까? 소품곡집이면 노래를 새로 만들까? 고민이 많았다.


 첫번째로 고른 곡은, <점심시간 종소리>

 주제를 [인천의 포크]로 잡다보니 인천의 기억을 담은 곡을 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적으로 인천을 노래하진 않지만 인천에서 살아오면서 매 순간 느꼈던 감정들 말이다.

 학창시절의 기억을 노래한 ‘점심시간 종소리’로 이 앨범에 아련함을 남기고 싶었다.


 점심시간 종소리는 원래 짤막하게 여운을 남기는 노래이고. 그럼 다른 곡들은 무얼 고를까 고민했다.

 그렇게 방 안에서 위스키를 한 잔 하다 문득 과거의 좋아했던 친구가 떠올랐다.

 순간 내가 느꼈던 방의 분위기가 그 친구와 내가 좋아했던 'Think coffee'의 냄새와 닮아서였을까.


 그때의 우리를 이야기 한 <I think you>

 그렇게 'I think you'로 결정했다.


잠시 마이크를 연결해서 녹음을 해보았다. 녹음을 해보다 이 곡의 분위기는 차분하게 건반으로 가도 좋겠다 싶어서 건반을 위해 채보를 하였다.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보게 된 디자이너 U.RE님의 글귀, "나의 디자인은 당신의 해석으로 마무리 되기를 바라며."


 이 글귀를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공연 후 나의 음악에 대하여 청자분들은 어떤 감상을 가지실까. 들어보면 어쩜 그렇게 다 다를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 곡을 썼을 때의 의도와는 다르게 어떤 이는 슬프게, 어떤 이는 담담하게, 혹은 ‘가사가 슬픈것과 무관하게 이 노래는 기쁨을 의미한다’ 등의 다양한 감상이 존재하였다. 실제로 나도 작곡을 했던 당시 기분과는 다른 감정으로 부르기도 하는걸.


 그로 인해 만든 곡 <Re-interpret>

나의 음악은 당신의 재해석으로 마무리 되기를 바란다.



- '박영환'의 서술

- 첫 제안에 대한 단상


 2018년 1월 초. 이권형에게 연락이 왔다. 파제와 [인천의 포크] 컴필레이션을 준비 중인데 함께 하지 않겠냐는 것. 파제와는 공연을 몇 번 해서 서로 알고 있었으나 권형과는 그전까지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 그런데 대뜸 너 함께 하지 않을래? 라니. 의욕이 넘치고 적극적인 친구라고 생각했다.(오해였다)  

 적극적인 사람을 어려워하는 편이다. 더군다나 당시에는 마음이 지쳐서 은둔을 준비하고 있었다. 사실 꽤 부담이 되었는데 ‘가볍게 하자, 하다가 때려치워도 신경 안 쓰겠다’는 말에 넘어가버렸다.   


  직업을 다시 찾아야 했고, 꾸준히 하던 공연에는 흥미를 잃어버렸다. 게다가 유통이 되는 정식 앨범의 녹음은 처음이었다. 여러 가지 거절 이유들이 머리에 맴돌았다. '내가 이 앨범에 피해를 끼치는 것은 아닐까?' 컴필레이션 음원 작업에 많은 돈을 쓸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나도 조건을 하나 걸었다. 참여는 하지만 퀄리티는 보장할 수 없다고. 나는 진지하게 핸드폰 레코딩을 고려했었다. 그럴 만한 배짱은 결국 없었지만.


소노리티 스튜디오에서. 애초 계획은 발매가 '넉넉잡아 올해 안’였던 걸로 기억한다. 유월의 마스터링은 짐작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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