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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권형 Oct 15. 2020

사진찍기 좋은 동네

2020년 07월 27일 [인천In] 청년칼럼 기고


 얼마 전, 인천을 같이 가고 싶다는 지인을 인천역으로 데려갔다. 인천역에서 사진 찍기 좋을 만한 장소를 데리고 가달라기에 고민고민해서 인솔해 다녔다. 그는 풍경을 뒤로하고 끊임없이 포즈를 취했다. 사진을 찍어주면 그는 사진에 나온 자신의 표정이 본인 맘에 드는지 확인하다 스마트폰이 최신형이라며 자랑했는데, 뒷면에 렌즈가 네 개나 달려있었다.


 스마트폰에 렌즈가 네다섯 개씩 달려 나오는 걸 보면 사진이나 영상 촬영에 조금 더 유리한 제품의 수요도 점점 많아지고 있구나 싶다. 하지만 아무리 렌즈가 다섯 개씩 달려있어도 카메라는 카메라이고 카메라의 시야는 한정적이다. 그래서 작은 부분을 포착해 다양한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다. 또한, 그렇기에 카메라는 눈속임에 최적화된 도구 아닌가.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의 계단들은 전부 다른 곳에서 촬영됐고, 실제 한강 원효대교 밑에 <괴물>의 하수구 같은 장소는 존재하지 않는다. 없는 장소도 있는 것처럼, 프레임 안쪽만 감쪽같으면 된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적어 올리는 것보단 인스타그램에 그럴듯한 사진을 찍어 올리는 쪽이 좀 더 유행인 것 같다. 앞으로는 간단한 영상을 찍어 편집해 공유하기 좋은 SNS가 더 유행할 거라고도 한다. 모두가 카메라를 들고 다니고, 촬영은 간단해졌다. 마치 카메라 세트장을 콜라주 해놓은 것 같은 인테리어의 건물들이 이제 어딜 가나 흔하다.


 차이나타운에서 인천아트플랫폼 쪽을 들렀다가 자유공원을 넘어 동인천역 부근까지 둘러보는 동안, 기억엔 사진을 서른 장은 찍어준 것 같다. 그때까진, 내가 가능한 동네 설명을 쉬지 않고 지껄인 걸 빼면 특별할 거 없는 가이드였다. 그런데 동인천역에서 배다리로 넘어가기 위해 싸리재 고개를 넘어가는 도중에 갑자기 그가 걸음을 재촉했다. 검색해보니 자신이 좋아하는 드라마 촬영지라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거기에 대고 웬만하면 책방 사진은 찍지 말라고 당부했다. 예전에 책방 사장님이 사진 찍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불편하다는 이야기 하시는 걸 들은 적 있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그가 자초지종 모르고 본인이 사진 찍는데 뭔 상관이냐는 식이어서 약간의 언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별안간 그 소리만 안 했어도 모든 게 무난했을 텐데, 내가 동네 주민도 아니고 괜히 오지랖이었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그날 밤 그의 SNS 계정 윗자리는 전부 그날 찍은 사진들로 장식됐으니, 그래도 전반적으로 사진은 꽤 만족스러웠던 모양이다. 과연 그의 기억도 사진만큼 만족스러울런가 싶다.


 동인천역에서 그를 보내고 산책 겸 혼자 도원역까지 걸어가다가 배다리 유일의 주점 ‘개코막걸리’ 앞에 사장님이 앉아 계시는 걸 발견했다. 반가워서 인사드렸는데 악수를 내밀며 안부를 말씀하셨다. 그 동안의 장사를 접었으며 이제 공간을 넘기고 이사 간다는 것이다. 그 얘길 듣고 왠지 마음이 동해 사장님 허락을 구하고 개코막걸리 건물과 앞에 앉아 계시는 사장님을 촬영했다.


 그날 처음 찍고 싶어서 찍은 사진이다. 사진도 마음에 들어서 SNS에 코멘트와 함께 남길 마음도 들었고, 이 지면을 통해 공개할까 싶기도 했는데 그러지 않기로 했다.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그러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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