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권형 Jul 07. 2022

<석촌호수(with. 예람, 천용성)> 작업기

 2022년 7월 9일, 이권형 정규 3집 [못잘 그 린그 림체]의 선공개 곡으로 <석촌호수(with. 예람, 천용성)>가 발매됩니다. 직접 떠오르는 기억과 기억은 안 나지만 자료가 있는 정보를 조합해서 시간 순서대로 작성한 작업기를 공유하려고 합니다. 다채로운 감상에 보탬되기 바랍니다.


200430, 모르도르의 사우론 타워


200430, 제 친구 S와 함께 잠실에 사는 친구 E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200927, 첫 스케치 영상


 사진첩을 찾아보니, 이 곡은 2020년 9월 27일에 처음 쓰인 모양입니다. 제가 처음 영어로 만든 곡입니다. 석촌호수를 생각하며 썼습니다.


군대에서 쓰던 메모 노트

 2집 [터무니없는 스텝]을 발매하고, 2020년 11월 입대했습니다. 훈련소에는 악기도 없고 녹음기도 없었습니다만, 기존에 코드 4개를 반복해서 만든 'The Lake'라는 곡이 자주 떠올랐기 때문에 떠오르는 멜로디와 아이디어를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악보도 쓸 줄을 모르다 보니 멜로디도 선을 그어 기록했습니다. 이 곡의 후렴과 관련한 비하인드 스토리.


 2절은 예람이 일본말로, 3절은 천용성이 한국말로 써주길 바란다는 아이디어도 이때 떠올렸습니다. 동료들과의 협업 생각이 간절했던 기억이 납니다.


 전역 후에 인천의 포크 컴필레이션 4집을 기획하기도 했는데(엎어졌습니다), 그걸 빌미로 예람과 용성도 만나서 곡 작업을 제안했습니다. 그 협업을 제안하고 수락받았을 때의 기대와 설렘이 상상이 되세요?


 예람과 용성 각자에게, 2절과 3절을, 각각 일본말과 한국말로 써주시길 부탁드렸습니다. 석촌호수 주변 동네엔 왠지 외국말 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this lake is (      )

is this the color of life

그 컬러가 (      ) 때

the colors are music

maybe it’s the rhythm of life

난 바라보네보네/춤을추네추네/노래하네하네"


 후렴의 ( ) 부분은 순서대로 (컬러)와 (감정 형용)으로 채워주시길 부탁드렸습니다. 저는 호수를 바라보고, 예람과 함께 춤을 추고, 모두가 함께 노래하는 순서로. 각 챕터의 마무리를 상상해서 채웠습니다.


211205

"여기는 예전에 강이었대요

(ここは、むかし、川だったそうです。)

(this place used to be a river)

오는 길 지하철에서 찾아봤어요

(帰り道地下鉄で探してみました。)

(I looked it up on the subway on my way here)

야구잠바를 입은 사람들 틈에서

(野球のジャンパーを着ている人たちの間で)

쓸모 없는 농담을 생각했어요

(くだらない冗談を考えました。)

(I thought of a useless joke among people wearing baseball jackets)"


 2021년 12월 05일, 용성이 곡을 보내주셨습니다. 정말 그 다운 곡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작곡할 때 구사하는 한국말엔 당연한 소리밖에 없는데, 그게 상당히 역사적이고 함축적이어서 마법처럼 많은 걸 소환해요. 품이 넓은 작사가인 것 같아요.


220128

"川が隠れてる

(강이 숨겨져 있는)

よく知らない湖の物語

(잘 모르는 호수의 이야기)

(the story of an unknown lake covered the river)

派手な春が始まったのに

(화려한 봄이 시작 되었는데)

(the splendid spring has begun)

何か寂しい色ばかり

(왠지 쓸쓸한 색밖에)

(but there's just a lonely color)"


 2022년 01월 28일, 예람은 석촌호수에 관해 전혀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먼저 나온 용성의 가사에 영향받았다고 해요. 다른 언어로 썼으니 말 안 하면 알기 어렵겠죠. 그가 행하는 '뮤직'은 언제나 강렬한 게 인상적이고, 그런 식으로 서로 마주치고, 변화에 열려 있고, 새롭게 나아가는 게 '삶 life'의 생명력인 거죠.


220228, 모르도르 사우론 타워를 등지고 서 있는 예람

 2022년 2월 28일, 예람과 석촌호수 근처에서 최고의 비건 맛집을 함께 들렀습니다. 용성도 같이 보려고 했는데, '보리차' 녹음하는 날이라 날이 어긋났었죠. 간만에 만난 예람과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막바지엔 2절 후렴을 함께 지었습니다.


"this lake is fall

(この湖は秋)

(이 호수는 가을)

is this the color of life

(こういうのが人生の色彩でしょうか。)

(이런 게 삶의 색채일까요?)

그 컬러가 깊어질 때

(そのカラーが深まる時)

(when the color gets deeper)

the colors are music

(カラーは音楽で)

(컬러는 음악이고)

maybe it’s the rhythm of life

(多分, これが人生のリズムなんだろう。)

(아마 이게 삶의 리듬인 거겠지)

난 춤을추네추네

(僕はダンスを踊ってる。踊ってるよ。)

(I'm dancing, and I'm dancing)"


220526, 인천 주안의 모 카페에서

 2022년 5월 26일, 인천 주안의 카페에서 용성을 만났습니다. 그날 카페에서 후렴을 완성했는데, 그는 순간적인 스케치에 중점을 두는 저와 다르게 창작에 엄청나게 신중한 편이라 쓰면서 머리를 쥐어뜯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후, 근처의 주안 서준호 엔지니어 작업실에서 녹음했습니다.


"this lake is blue

(この湖は青)

(이 호수는 파랑)

is this the color of life

(こういうのが人生の色彩でしょうか。)

(이런 게 삶의 색채일까요?)

그 컬러가 잊혀질 때

(そのカラーが忘れられる時)

(when the color is being forgotten)

the colors are music

(カラーは音楽で)

(컬러는 음악이고)

maybe it’s the rhythm of life

(아마 이게 삶의 리듬인 거겠지)

(多分、これが人生のリズムなんだろう。)

난 노래하네하네

(僕は歌ってる。歌ってる。)

(I'm singing, and I'm singing)"


"블루 밖에 더 있겠습니까." 하던 그의 말이 떠오르네요.

220526, 용성과 서준호 엔지니어

 먼저 말했듯이 용성은 엄청나게 신중해서, 녹음에도 신경을 많이 쓰시는데, 저는 한두번 해서 느낌 좋으면 끝내버리고 넘어가는 편이라 당황스러워하시더라고요.

 그의 영어 발음이 동요 같아서 재미있었었요. 그래서 이후에 녹음한 3절 후렴 코러스는 예람과 제가 그 발음을 따라서 동요처럼 디렉팅해 불렀습니다. 잘 들어보시면 좋을 거예요.

220531, 예술가로서의 고충을 나누는 서준호 엔지니어와 예람

 예람은 노래 엄청 늘어서 서준호 엔지니어랑 제가 놀랐습니다. 사실상 이 곡의 텐션을 그의 보컬 디테일이 많이 살려주었다고 생각해요. 그도 대중예술가로서의 경력이 많이 쌓였고, 그동안의 사유와 고충을 얘기하는 죽이 잘 맞았습니다.


 이날 녹음이 끝나고 그동안의 시간을 생각하니 얼마나 감동이던지. 이렇게 시간을 켜켜이 쌓아 가는 과정을 함께할  있어서 기쁘다고 생각했습니다.

20220603, 안국동의 단골 카페에서 이려진 작가님과의 아트웍 미팅

 이제 아트웍 얘길 해야겠네요. 함께 작업한 이려진 작가님과의 인연은 2021년 8월에 처음 부여에 놀러 갔을 때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부여에서의 인연들은 규정적으로 설명하기가 어려워서 각설하겠습니다만, 처음 려진 작가님 인스타 피드(IG : @yriojin)를 봤을 때의 놀라움(제가 찾고 있던 그림이었으므로)이 협업으로 이어졌다는 것 정도가 포인트입니다.


  그와의 작업은 거의 수다로 채워집니다. 그냥 슥슥 그리면 그게 소스가 되더라구요. 더 자세한 얘기는 앨범 발매 즈음하여 아트웍 작업기로 따로 하겠습니다. 놀라운 시간이었다는 것만 얘기하고 넘어갈게요.


<석촌호수(with. 예람, 천용성)> 아트웍

 추지원 디자이너(IG : @azlga_graphic)와의 인연도 늘어놓자면 에픽이어서 아트웍 작업기로 따로 빼려고 해요. 려진작가님 그림 위에, 저랑 예람, 용성이 각각 자필로 가사를 써서 소스로 얹었어요. 레이아웃은 추지원 디자이너의 몫이었는데, 제가 생각도 못한 식으로 겹쳐놔서 신기했습니다. 역시 디자인은 디자이너에게.


https://youtu.be/kjVZ_ldsbwk

<석촌호수(with. 예람, 천용성)> - 이권형 (OFFICIAL LYRIC VIDEO)


 긴 글 읽어주신 분들 감사해요. 비디오는 2022년 6월 18일 석촌호수 마실 겸 들러서 아이폰으로 촬영했어요. 운 좋게 좋은 자릴 잡았고, 날이 흐려서 빛이 좋아 편집하기도 수월했습니다. 화면에 소스로 활용한 글씨들은 각각의 음악가(이권형, 예람, 천용성)가 자신의 파트를 자필로 적은 것이고, 추지원 디자이너의 편집을 통해 그림처럼 활용할 수 있었어요.

 3개 국어로 이뤄진 곡이므로, 유튜브 자막도 3개 국어로 직접 달았습니다. 한국어와 영어 자막은 직접 번역했으나, 일본어가 부족하여 예람에게 검수 부탁드렸고, 감사하게도 기꺼이 또 꼼꼼하게 검수해주셨어요.


 이 글이 공개되는 시점은 음원 발매 이전일 것이고, 미리 읽어 주신 분들에게 먼저 비디오를 공유하는 것으로 나름의 감사를 표합니다. 작업기와 비디오, 자막과 함께 더 풍성한 감상이 되시길 바라요.


 발매될 새 음반 통해 또 만나요^^


------------------------------------------------------------------------


- 크레딧 -

작곡, 작사_ 이권형, 예람, 천용성

편곡_ 이권형


[연주]

이권형 / 메인 보컬, 코러스 보컬, 어쿠스틱 기타, 프로그래밍(신디사이저, 베이스, 드럼)

예람 / 메인 보컬, 코러스 보컬

천용성 / 메인 보컬, 코러스 보컬


녹음_

~ 이권형(*가지고사리 농장) / 어쿠스틱 기타(아르페지오), 메인 보컬(‘벌스1’, ‘후렴1’)

~ 박준성(*Studio Time Traveler) / 어쿠스틱 기타(스트로크)

~ 서준호(*Link Lab) / 메인 보컬(‘벌스1’, ‘후렴1’ 외), 코러스 보컬

믹싱, 마스터링_ 서준호

제작 총괄_ 이권형


[앨범 아트]

드로잉 : 이려진(IG : @yriojin)

디자인 : 추지원(IG : @azlga_graphic)

손글씨 : 이권형, 예람, 천용성


[비디오]

촬영, 편집 : 이권형

손글씨 : 이권형, 예람, 천용성

손글씨 소스 편집 : 추지원(IG : @azlga_graphic)

일본어 자막 검수 : 예람


- Credit -

written by Lee Gwonhyeong, Ye Ram, Yongsung Chun

arranged by Lee Gwonhyeong


[Performance]

Lee Gwonhyeong / main vocal, chorus vocal, acoustic guitar, programming(synthesizer, bass, drum)

Ye Ram / main vocal, chorus vocal

Yongsung Chun / main vocal, chorus vocal


Recording_

~ Lee Gwonhyeong(*Gajigosari Farm) / acoustic guitar(arpeggio), main vocal(verse1)

~ Jun Sung Park(*Studio Time Traveler) / guitar(Stroke)

~ Seo Junho(*Link Lab) / Main Vocal(except 'verse1', 'chorus1'), chorus vocal

Mixing & Mastering_ Seo Junho

Executive producer_ Lee Gwonhyeong


[Artwork]

drawing : Lee Ryeojin(IG : @yriojin)

design : Choo Jiwon(IG : @azlga_graphic)

handwriting : Lee Gwonhyeong, Ye Ram, Yongsung Chun


[Video]

filming, editing : Lee Gwonhyeong

handwriting : Lee Gwonhyeong, Ye Ram, Yongsung Chun

handwriting editing : Choo Jiwon(IG : @azlga_graphic)

japanese subtitle checking : Ye Ram

작가의 이전글 ‘마흔의 양희은’, 벌거벗은 목소리의 빛나는 숭고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