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렁큰 타이거'의<True Romance(feat. T)>(2009년)
2022년 7월 28일 [인천In] '음악가 이권형의 인천인가요' 기고
음악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 뜻을 세분화하여 자세히 늘어놓을 수도 있겠죠. 작곡하고, 음반을 제작하고, 공연을 기획하기도 하고, 악기를 연주하며 직접 만든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이렇게 음악에 관한 글을 쓰고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음악을 듣는다는 건 이제 저에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어서, 제가 살아온 삶과 떼어놓을 수 없을 거예요.
그러니까 더 나아가 말하자면, 저는 음악을 통해 삶을 알아가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맨 처음 좋아하는 ‘가요’ 노래가 생기고, 영어로 된 ‘팝송’을 들으며 뜻 모를 감동을 느꼈을 때부터였을까요. 자는 것도 미루고 아이팟 클래식에 새 음악을 채워놓고 게걸스럽게 섭렵하면서, 처음 비슷한 취향의 친구를 만나 침을 튀겨가며 각자의 취향을 평가하면서, 처음 음반을 사 모으고,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간직해보고, 그리고 처음 작곡을 하고, 데모 음원을 제작하고, 내가 만든 목록 위에 같이 올려보면서, 첫 공연을 하고, 동료들을 만나고, 첫 음반을 내고, 내가 그랬던 것처럼 평가받아보고, 그렇게 기뻐하고 성내고 좌절하면서 지금도 여전히 음악을 통해 경험하고 있어요.
‘인천인가요’를 연재하게 된 이유도 거기에서 비롯하는데, 음악가로서 경력을 거듭할수록 음악을 분석적으로만 접근하게 되고, 새롭고 독자적인 취향과 결과에 욕심을 내게 되면서, 처음 ‘가요’를 접했던 때의 감각과는 멀어져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가요’라는 것의 본질에 대해 함께 생각해볼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매번 곡을 고를 때마다, 가요의 역사(라는 것이 있다면)를 산책하는 기분이 들어요. 유행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겪지 못한 곡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발매하자마자 즐겨듣던 음악이 많습니다. 또 평소에 즐겨듣진 않았지만, 글의 주제에 따라, 다루고자 하는 현안에 따라 선정한 곡도 있고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가요’는 어느 정도 널리 알려진 노래여야 한다고 생각으로 (때에 따라 그러지 못하기도 했지만) 최대한 널리 알려졌다는 것에 이견이 없을 만한 곡을 선정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널리 알려지고 인정받았다는 것만으로 이미 사회적 ‘현상(現象)’으로서 의미를 갖게 되는 셈이니까요. 그것이 ‘가요’의 위상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널리 인정받고자 하는 건 삶의 보편적인 가치이기도 하죠. 우리는 그렇게 인정받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분투합니다. 오늘도 각자의 사연을 숨기고 결과로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음악들처럼요. 최근 가요계에 표절 논란이 유독 강하게 불어닥친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겁니다. 지금이 타인의 노력과 분투를 자신의 것으로 인정받는 것이 당연히 불공정한 시대인 것이고, 당연히 공정하다고 믿었으며, 그래서 아름다웠던 음악(혹은 캐릭터)들과, 그에 얽힌 수십 년 기억들과 감정들이 지금의 거센 논란으로 나타나는 게 아닐까 하는 거죠.
사실 가요사에 비슷한 논란이 불거진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요. 앞서 얘기했듯 이미 널리 알려진 음악은 이미 ‘가요’로서의 위상과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그를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았던 역사가 두텁게 형성된 것 또한 사실고요. 표절, 음원 사재기, 각종 노이즈 마케팅, 경연 프로그램 순위 조작까지, 그 방법도 다양했습니다. 냉정한 말인지도 모르지만, 이것이 현실이라면 이 비열한 게임의 법칙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생존하고,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서사를 구축해 나갈지, 또 어떻게 자신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지켜나갈지는 각자의 몫이 되는 거겠죠.
여러분은 처음 좋아하는 가요가 생겼을 때의 감각을 기억하시나요. 처음 음악을 듣고 사랑에 빠져 종일 흥얼거린 음악이 있으신가요.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변하지 않는 가치를 고민하게 되는 법이죠. 선정 곡의 표절 논란으로(제 판단에도 명백한 표절이었으므로), 작성 중이던 글을 급하게 철회하고 고민하다가 ‘드렁큰 타이거’의 <True Romance(feat. T)>를 다시 들었습니다. 음악과 사랑에 빠져 목숨을 건 예술가의 서사. 이 뻔하고 땀 냄새 나는 스토리에 진득하게 녹아있는, 진심을 다하는 ‘True Romance’의 미덕을 다시 떠올리게 되는 날입니다.
“음악을 아는 사람들 음악을 하는 사람 음악을 모르는 사람
음악을 파는 사람 음악을 훔치는 것들 음악을 사는 사람
음악에 춤추는 사랑에 턱치는 음악을 추하다며
귀를 틀어막는 사람 Music makes me
하늘을 나는 사람 옛 추억에 만취 in Melody를 타는 사람
사랑을 잃은 사람과 새 사랑을 찾은 사람
음악을 듣는 이들과 음악을 끄는 사람
때로는 자장가가 되어 아 아기를 재워 둥둥거리는 Bass는
잠든 이를 깨워 Party people에겐 술잔을 채워
음악에 미친 Loptimist는 밤을 새워
음악에 지쳐 가는 나는 가끔 깊은 체념에 빠져
헤어나지 못 하지만 I keep rewinding My true romance
He grabbed my hand said Te quiero I can't stop now
I'm in love oh I think I'm fallin' baby
I just can't let go
He grabbed my hand said Te quiero I can't stop now
I'm in love oh I think I'm fallin' baby
I just can't let go
I never knew a love love like this
I used to love her to I gotta bite this
I never knew a love love like this
I used to love her to I gotta bite this
Mi Vida Loca Mi Vida Loca My True Romance
음악을 켜는 사람 음악을 치는 사람 부부바부바 음악을 부는 사람
음악에 흐느끼며 눈물 흘려 우는 사람 음악을 추는 사람
꿈 때문에 굶는 사람 꿈꾸는 사람들과 그들을 비웃는 사람
동전 몇 푼보다 가벼워진 음악을 들고 오늘도 광대가 돼
난 웃음을 물고 남자의 눈물을 가려 막잔의 술로
어떤 보석보다 더 빛나는 노란 고무줄로 맺어진 사랑
책임지려 음악에 미쳐 I rhyme rhyme again again
to the to the beat ya’ll 온몸으로 음을 그려 사랑을 나누듯
고개를 끄떡 끄떡 거려 마치 뭔가를 아는 듯 My true romance
모든 걸 걸고 밤하늘의 별들에 내 꿈에 새겨
모든 걸 걸고 밤하늘의 별들을 세며 밤 새워
모든 걸 걸고 식어가는 열정을 다시 불태워
모든 걸 걸고 식어가는 열정을 다시 불태워
He grabbed my hand said Te quiero I can't stop now
I'm in love oh I think I’m fallin'baby I just can't let go
He grabbed my hand said Te quiero I can't stop now
I'm in love oh I think I’m fallin'baby I just can't let go”
- ‘드렁큰 타이거’ <True Romance(feat. 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