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콰이엇’의 <한강 gang>(2018년)
2022년 8월 26일 [인천In] '음악가 이권형의 인천인가요' 기고
서울 부동산이 지금보다 멸망해도, 많은 이들이 서울을 지향하고, 어떻게든 서울로 향하고, 서울에 머무를 것이란 사실에는 아마 변함이 없을 겁니다. 수많은 이야기가 그 안에 진입하고, 생겨나고, 흡수되고, 또 사라집니다. 서울은 이 영토의 머리로서 수많은 기회에 대한 꿈과 환상을 먹고, 그것을 담보로 점점 더 커다란 (가령, ‘K-pop’ 따위의 라벨을 달고) 위세를 떨치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서울은 항상 무언가 거창하고 화려한 게 필요합니다. 특별한 의미를 획득하지 못한다는 건, 이곳에 머무르지 못한다는 말과 같아 보입니다. 그런 서울을 가로지르는 가장 묵묵하고 평범한 이름이 있다면, 아무래도 ‘한강’이 아닐까요. 물론 한강도 서울만큼이나 상징적인 이름이긴 합니다. 한강에 괴물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남한 정치적 상황에 관한 은유이고, 남한의 경제적 고도성장을 일컫는 말도 다름 아니라 ‘한강의 기적’이니까요. 하지만, 그런 거창한 얘기들을 접어두고서라도, 한강은 왠지 서울의 화려함이 기록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에 열린 무대가 되어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 ‘더콰이엇’의 <한강 gang(Feat. Byung Un & CHANGMO)>에 한강 나들이 나온 세 남자가 랩을 하는 중입니다. 한 사람은 영어로 날 좋은 한강 변 풍경을 경쾌하게 묘사합니다. 다른 한 사람은 광명 출신인 것 같은데, 지금은 여의도에 사나 봅니다. 또 한 사람은 스무살 무렵을 회상하며 유명해지겠다는 야망을 위해 상경했던 사연을 풀어놓는 중이네요.
서울 한복판에서 그 바깥으로 쭉 뻗어있는 한강은, 서울을 드나들고, 머물다 떠나기를 반복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이야기와도 닮은 것 같습니다. 서울을 대표하는 장소이면서도, 서울이라는 도시의 화려함만을 은유하지는 않는 셈이죠. 한강은 그 자체로 충분히 상징적이지만, 그래서 각자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풀어놓을 장소가 되어주기도 하는 겁니다.
<한강 gang(Feat. Byung Un & CHANGMO)>의 구구절절한, 가령, 간장게장을 랍스터보다 좋아한다는 사소한 취향부터, 돈 아끼려고 마을 회관에서 벤치프레스 했던 사연들. 평소에 들었다면 시큰둥했을 수도 있을 법한, 랩으로 낙서하듯 풀어낸 ‘쇼미더머니’ 할 때나 경청할 법한 사연들이 훨씬 더 가요처럼 들리는 건, 그것의 무대가 다름 아닌 한강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인천에서 서울행 1호선을 타고 창밖으로 보이던 한강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왜냐하면, 상경한 지 수년이 지난 지금도 그 풍경은 여전하거든요. 한강은 같은 자리에서 여전히 묵묵히 흐르고, 다만, 서울살이하면서 생긴 구구절절한 사연들만 좀 더 늘었습니다. 가끔 그런 것들이 너무 쌓여서 랩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을 때 한강과 함께 이 곡(<한강 gang(Feat. Byung Un & CHANGMO)>)을 떠올리곤 해요. 절 마다 나열된 스토리 하나하나가 전부 시답잖아서, 그게 내 구구절절한 사연들과 비슷하게 느껴지곤 해서요.
여러분에게 한강은 어떤 장소인가요. 여러분도 늘어놓을 사연이 쌓였을 때 한강으로 향했던 적 있으신가요. 시답잖게 풀고 싶은 이야기가 쌓인 것만 같은 요즘입니다. 이제 날도 선선해지는데, 오랜만에 친구들과 한강이나 한번 가볼까 싶네요. 서울. 한강. 어떨 땐 지긋지긋해도, 꽤 아름답게 볼 구석이 있다니까요.
“hey let's go to the 한강
have a good time
have a good time
look at all this people
stand in line in line
but i gotta get mine
한강 gang
gotta get mine 한강 gang
skippin these lines
한강 gang
have a good time
have a good time
미세먼지 없는 날은 아까워 왠지
chillin' with my homie
병언 한강 gang shit
wing doors go up at the riverside
사람들이 핸드폰을 들고 찍어 날
ay 광명에서 온
여의도민 rock star
ay 연예인이라기보다도 악사
ay 간장게장
is better than lobsters
난 이 세상에 나의 노래들로 낙서해
basquiat marriott
내 걱정 마 이건
내 인생이야 yea
look at my watch yea
look at my rollie yea
성공했다면
네게 다가오는 놈을 멀리해
if & co ice rings yea
편의점 ice creams yea
섞어 입어 didas nike
아님 bape n supreme yea
한강 gangs don't care
about those thangs
we just out here
puttin' in that work
hey let's go to the 한강
have a good time
have a good time
look at all this people
stand in line in line
but i gotta get mine
한강 gang
gotta get mine 한강 gang
skippin these lines
한강 gang
have a good time
have a good time
서울을 갈라놓는 한강
동쪽 길을 따라
가다 보면 내가 자란 곳 있죠
스물 때 밤마다 자전거를 탔죠
물통 속에 막걸리 뚜껑 하나 땄죠
나는 서울에 나갈래
존나 유명해질 테야
돈 벌 시간 1 커버
덕소 한강 해질 때야
동쪽 따라 더 가면
내 놈 도야 집이 나와
마을 회관서 벤치프레스
돈 아끼는 길이야
여전히 내 목표는
광장동 강변의 집이야
녹음하는 곳 여의도
강변 사장님네야
한강 속엔 나의 추억이 섞여
이를테면 나의
학창시절 여친과의 포옹
정말 풋풋한 그런 거지
한강변에서
나랑 사장님과 병언씨 앉아있어
축복받은 삶에 정말 감사해
서울 중간에 강 놔준 god
사랑해 돈 벌어
hey let's go to the 한강
have a good time
have a good time
look at all this people
stand in line in line
but i gotta get mine
한강 gang
gotta get mine 한강 gang
skippin these lines
한강 gang
have a good time
have a good time”
- ‘더콰이엇’ <한강 gang(Feat. Byung Un & CHANGM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