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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터 Dec 19. 2021

의외로 힙한 도시,
대전 카페 추천 10

누가 대전을 '노잼 도시'라고 했나

2박 3일 대전 카페 투어를 다녀왔습니다. 다녀온 카페들을 개인적으로 기록하기 위해 사진과 함께 짧은 평을 남겨놓습니다. 카페에 대한 감상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방문 목적과 시간대, 주문 메뉴, 날씨, 운 등에 따라 크게 좌우될 수 있습니다.




1. 풍뉴가


낡은 건물들이 오래 방치되어 흡사 폐허 같았다가 최근 맛집, 카페 등 소위 말하는 '핫플'이 들어서며 활력을 되찾고 있는 소제동 관사촌, 그 중심에 바로 이곳이 있다. 마당에 무려 대나무 숲이 있는 티룸. 어떻게 이런 공간이 있을 수 있는지, 들어서자마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몇 그루 심어져 있는 수준이 아니라 작은 대나무 숲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무성하게 자라 있어 나름 장관을 이룬다. 담양 죽녹원이야 뭐야.. 한옥을 개조한 실내 공간도 매력 있지만, 이왕이면 야외 좌석에 앉아 초록색이 주는 청량함과 안정감을 마음껏 누리기를 추천한다. 티룸인 만큼 커피는 없지만 다양한 차, 그리고 티를 베이스로 한 음료 메뉴를 맛볼 수 있다. 


2. 워커샵


이름은 워커샵이지만 모토는 '일 생각 금지'라는 카페. 겉보기에는 평범한 2층 주택 집을 개조하여 실내에는 옛날 미국 가정집 분위기를 아주 제대로 구현해냈다. 사이먼앤가펑클 노래가 나오는 것도, 클래식한 크리스마스 장식에 진심이라는 점마저도 미국스러웠다. 어렸을 때 이런 집에서 벽난로 틀고 칠면조 구이 먹었던 것 같은 기억 조작 제대로다. 커피와 디저트 메뉴가 다양한 편이지만, 점심 식사로 내슈빌 핫치킨 버거를 주문했다. 이거 진짜 자극적인 미국 맛 그 자체. 양이나 구성에 비해 가격이 좀 센 것 같긴 했지만 어쨌든 맛은 인정. 커피를 곁들일 맛은 아니라 무조건 버맥 추천한다.


3. 카페사소한


나 옛날에 교토 여행할 때 이런 카페 본 것 같아. 심지어 이렇게 생긴 카페만 한 세 군데 가본 것 같아. 누구나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딱 이상적인 카페의 분위기였다. 내부 구조가 특이해서 안쪽 좌석은 웅크리고 들어가야 한다는 게 유일한 아쉬움. 내 카페 투어 통계학적으로 봤을 때, 외관에 깔끔하게 'COFFEE'라고만 쓰여있고, 협소한 공간에 인테리어로 우드를 많이 쓴 카페는 무조건 맛있다는 신뢰가 있다. 시그니처 메뉴 '사소한 라떼'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수제 인절미 크림에 꿀밤이 들어갔다는데, 가을이라는 계절을 농축해서 한 잔에 담으면 딱 이 맛이 날 것 같았다. 지금까지도 자꾸 생각나는 맛.  


4. 티켓부스


간판 사진 하나 때문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 생각했던 곳. 여긴 누가 봐도 뉴욕 지하철 표지판을 따라 하고, 공연장 티켓 부스 컨셉인 걸 보아 나름 뉴욕 분위기라고 할 수 있겠다. 테이크 아웃은 진짜 매표소 같은 작은 창문을 통해 주문할 수 있고, 무거운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가면 어두컴컴한 공연장으로 입장하는 설렘이 느껴지는 것 같아 신기했다. 카페라는 흔한 일상 경험에서 가끔은 이런 특별한 이벤트 같은 감정을 느껴보는 것, 아주 가깝지 않은 곳이라도 한 번씩 찾아가 볼 만한 경험인 것 같다. 커피 맛은 무난한 편. 


5. 커피인터뷰


대전 속 세계여행, 다음 행선지는 치앙마이 되시겠다. 분명 흐리고 추운 겨울날이었는데 여기 들렀을 때만 해 나고 따뜻해서 희한하게 여기만 계절이 다른가 싶고, 충남대 입구 근처였는데 어떻게 도심 한복판에서 속세와 단절된 이런 휴양지 느낌이 나는지가 신기했다. 많은 이들의 포토스팟이 되는 통유리창 2층 건물 말고도 별채라고 할 수 있는 작은 방도 몇 개 더 있고, 테라스에 야외 좌석도 정말 잘 갖춰져 있다. 라탄 장식과 편한 소파 때문인지 카페보다는 리조트에 가까워 보이기도 하고. 사람 많을 시간대만 피하면 충분히 프라이빗하게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듯. 


6. 하치카페


다시 일본으로 돌아왔다. 여기는 인형, 달력, 심지어 밖에 있는 주차 콘까지 거의 다 일본에서 가져온 소품으로 꾸며져 있어서 진짜 일본 어딘가에 있는 카페 같다. 동경제과학교 출신 부부가 하는 디저트 카페로 타르트, 케이크, 밀푀유 같은 메뉴가 유명하다고 한다. 디저트 하나를 혼자 다 먹기에는 조금 부담되어 말차 타르트를 주문했는데 정말 찐하고 꾸덕해서 그냥 먹고 싶은 거 다 시킬 걸 이내 후회했다. 비록 나는 그냥 아아를 마셨지만 커피 얼음에 병우유를 직접 따라 마시는 큐브 라떼가 정말 귀여우니 메뉴 선택에 참고하시길. 


7. 게리동서비스


분위기가 고급져 보여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카페. 바 테이블 옆에 턴테이블 공간이 따로 있고, LP 소리가 대형 스피커로 빵빵하게 울려 퍼진다. 매장 벽과 천장이 다 나무로 되어 있는 건 분명 음악 감상을 고려한 설계겠지 싶었다. 은은한 조명이 매력 있어 해 지고 밤에 가면 더 멋있을 것 같다. 재즈 라운지 느낌이 나는 만큼 와인이나 간단한 칵테일 같은 주류 메뉴가 더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땅콩 크림이 들어가는 시그니처 메뉴 커널라떼는 내 입맛에는 조금 느끼해 아쉬웠다. 


8. 사무실카페


여기도 오래전부터 SNS에서 보고 너무 궁금했던 곳.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거꾸로 매달린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시선강탈. 연말 무드는 제대로 났다.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파란 카펫이 깔려있던 사진을 많이 봐왔어서 그때가 더 예쁘고 사무실 느낌 나는 것 같아 조금 아쉬웠다. 군데군데 있는 빈티지 가구와 의자들이 멋을 더해주는데, 이런 자유분방함은 을지로에서 많이 본 감성이었다. 시간은 좀 걸렸지만 천천히 직접 내려주신 드립 커피 맛은 좋았다. 


9. 뉴스스탠드 샌드위치클럽


너무 힙해서 살짝 충격받았다. 여기는 거의 뭐 베를린인가? 베를린에 Westberlin이라고 잡지를 쭉 진열해놓은 커피바 겸 미디어샵이 있는데 거기 느낌이 나서 신기했다. 수많은 해외 잡지 중에서도 특히 메인으로 진열돼있는 토일렛페이퍼가 힙한 느낌을 잘 내주는 것 같다. 이름이 말해주듯 카페라기보다는 샌드위치 가게다. 두 종류의 필라델피아 샌드위치가 메인이고 곁들일 수 있는 프라이와 음료 메뉴가 있다. 공간 사진 보고 간 거라 맛은 기대 안 했는데, 샌드위치도 생각보다 맛있어서 간단한 한 끼로 추천한다. 


10. 처치앤댄스홀


대전을 떠나는 기차 시간을 기다리며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카페. 이름 때문에 좀 독특하고 홀리한 이미지를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밝고 넓고 어쩌면 그냥 무난하다고 볼 수도 있는 공간이었다. 공간이 널찍해서 테이블 사이 거리가 여유로운 점은 마음에 들었다. 아마도 밤에 오면 조금 더 분위기 있지 않을까 싶었다. 대전의 유일한 명소(...) 성심당 본점과 가까우니 근처 카페를 찾는다면 겸사겸사 들르기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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