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부터 2022년 개정판을 내기 전까지 채식주의자 표지로 쓰였던 이 그림은 유명한 화가 '에곤쉴레(Egon schiele, 1890~1918)'가 그린 풍경화이다.
제목은 <네 그루의 나무>
에곤쉴레가 풍경화를 그렸었나?
생소하다.
에곤쉴레 하면 주로 구불구불한 선으로 기이한 인물화나 누드화를 그린 화가로 기억한다.
그런데 그가 그린 풍경화라니...
그러고보니 쉴레의 특징적인 가냘픈 선,불안감이 감도는 검붉은 색감, 어딘지 모르게 음울하고 고독해보이는 분위기가 그의 인물화와도 닮아 있다.
처연하고 쓸쓸하게 서있는 나무는 식물이 되어가는 주인공 영혜의 말라가는 몸과 영혼을 상징하듯 소설과 잘 어울린다.
위태롭고 메마른 나뭇가지, 고독하고 암울한 분위기는 인간내면의 정서적 고통이나 울림을 연상시키며, 이 지점이 소설 채식주의자와 일치하는 부분일 것이다
이 작품은 에곤쉴레가 28살의 젊은 나이로 사망하기 1년 전쯤 그린 그림으로 가로 141센티, 세로 110.5센티의 대형 풍경화이다.
출판계 관계자 말에 의하면, 표지 이미지를 한강작가가 직접 골랐다고 한다
한강은물론 뛰어난 소설가이지만, 미술에서도 전문가적인 식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글을읽으며 알 수 있었다.
소설속 비디오 아티스트인 주인공 형부의 목소리로 서술하는 두 번째 장은 작가가 완성도 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 미술에 대해서 얼마나 철저히공부하였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한강작가는 미술 전시회에 가는 것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미술작품에서 많은 에너지를 얻는다고 한다.
에곤쉴레는 화목하지 못한 가정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며 근친혼적인 성향으로 여동생에게 집착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여동생을 누드모델로 많은 작품을 남겼으며 미성년인 소녀들을 누드모델로 그리다 경찰에 체포되기도 한다. 그런 탓인지 그의 드로잉은 뒤틀리고 기이한 형태로 나타나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히스테릭한 선, 왜곡된 인체 표현, 노골적인 포즈...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개성적인 인물 드로잉은 한번 보면 쉽게 잊히지 않는다.
그래서 그를 인물이나 누드드로잉을 그린 화가로 기억하고, 실제로도 인물을 많이 그렸지만 오스트리아의 풍경을 그린 작품도 다수 존재한다.
마지막 풍경화는 내가 본에곤쉴레의 작품 중가장 '따뜻한' 풍경화이다.
에곤쉴레는 학창 시절 미술이외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선생님은 다행히 이를 알아차려 그의 학업을 도왔고, 16세에 빈미술아카데미에 입학해서는평생의 스승인 구스타브 클림트를 만나화가로 성장하게 된다.
1918년 당시 유행하던 스페인 독감에 걸려 28세의 젊은 나이로 삶을 마감하였지만, 10여 년의 짧은 활동에도 3500여 점의 많은 작품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