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테나 뮤직, 그리고 권진아의 노래들을 좋아한다. 언제나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노래한다. 이야기하듯 노래하며, 표현의 폭도 넓다. 나에게 그녀는 ‘믿고 들을 수 있는’ 신뢰의 이름 중 하나다. 얼마 전 새 앨범 <나의 모양>이 나왔다. 앨범을 듣고 나서 유독 귀를 맴도는 곡은 두번째 트랙 ‘운이 좋았지’였다. 권진아가 노랫말과 멜로디를 썼고, 적재가 편곡 작업을 했다.
세상의 이별 노래들은 옛 연인에 대한 한없는 그리움, 혹은 ‘혼자 있는 나’는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 집중한다. 그게 주된 정서다. 그런데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 ‘운이 좋았지’의 표현법은 꽤 독특하다. 누군가를 미워하지도 않고, 붙잡으려 애쓰지도 않는다. 전 연인을 ‘내게 불었던 바람 중 가장 큰 폭풍’이라 말하고,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오히려 과거를 향해 감사를 표한다.
갑자기 찾아온 이별에 대해 ‘말 한마디로 끝낼 수 있는 사랑을 했으니 운이 좋았다’고 자조하기도 하지만, 덕분에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었노라 말한다. 긴 터널과 같은 시간을 감내한 끝에, 더 단단한 마음을 갖게 된 ‘나’의 성장 스토리다. ‘운이 좋았지’는 이별도 자신의 일부라고 받아들이는 자세를 견지한다. 그래서 이 노래의 시점에서 울음은 과거의 일이다. 다만, 울음은 듣는 이의 몫이다. 차분한 얼굴로 과거를 마주하는 모습이 이 곡을 더 아련하게 한다.
'나보다도 사랑한 사람이 있었으니, 운이 좋았다'고 말하는 것.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며, 또 어른스러운 일인가. 이 노래의 말미, '넌 내게 전부였지'라는 마지막 노랫말이 흘러나올 때는, 눈물을 흘리게 되었다. 스물셋 권진아는 어떤 모양의 사랑을 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