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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파 Jul 19. 2020

7월의 어느 날.

드라마 <나의 아저씨>가 남긴 여운을 곱씹고,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까'를 고민하던 날이었다. 심리 상담을 마치고 스타벅스에서 노트북을 두들기고 있던 저녁, 서울 시장에 대한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이후 너무 많은 일들이 벌어져서, 이것을 어떻게 소화해야 하나 싶을 정도였다. 이 사건을 대하는 이들의 태도는 극명하게 엇갈렸고, 누군가의 빈곤한 밑바닥을 목도하기도 했다. 우리 삶은 정치의 산물이라지만, 모든 사안에 정파의 논리를 투영하기만 하는 과몰입자들이 판을 쳤다.


그들은 노골적으로 고인을 이상화하는 한편, A씨에게 '정말 피해자라면 왜 4년 동안 말하지 않았느냐'며 의심의 프레임을 씌웠다. 그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린 어른들이다. 해야 할 말 역시 많아졌다.  


이 사건에 대한 글을 두 차례 기고했다. 고민을 하면서도, 어렵지 않게 글을 써 내려갔다.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간단했다. 피해를 호소하는 A씨에 대한 2차 가해와 선을 긋고 그에게 연대하자는 것, 안희정과 오거돈 이후로도 바뀌지 않은 것에 대한 부끄러움, 남성중심적 사회의 폭력을 반추하자는 것, 그리고 전우용처럼 누군가의 인권을 논리의 도구로 격하시키지 말자는 것.


내 논리에 동조하지 않는 이들 중 일부는 '스물여덟밖에 되지 않은 사람이 무엇을 안다고 떠드느냐?'며 인신 공격을 하기에 바빴다. 글의 흠을 비판할 수 있다. 나는 원래 공부 열심히 안 했다. 그러나 메시지 대신 메신저를 공격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일체의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한편에서는 '청년이 이런 글을 써 줘서 감사하다'며 응원해주시는 분이 있었다.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글자와 씨름하는 것도 꽤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는 일이구나 싶다. 이 이슈에 대한 이야기는 당분간 하지 않을 계획이다. 세상일을 보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몇 주간 좋은 음악을 듣고, 좋은 글들을 읽으면서 쉬어갈 생각이다. 알바 가야 하는데 잠은 안 오네.


오늘은 오랜만에 Wilco의 <Yankee Hotel Foxtrot>을 듣는다. 요즘 이런 사운드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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