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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파 Dec 31. 2021

꼭 라이브로 듣고 싶은 올해의 팝송 다섯 곡

솔직히 이 노래들은 콘서트에서 들어야 함

결국 2021년에도 팬데믹은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바다를 건너 온 뮤지션의 공연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가 다시 팝 뮤지션들의 공연을 보게 된다면, 우리는 어떤 노래에 가장 뜨겁게 열광하게 될까? 2021년에 발표된 팝송 중, 라이브로 듣고 싶은 곡들을 뽑아 이야기해보았다. 진짜로 내가 듣고 싶은 것만 모았다. 사실 윤석열 이재명 얘기보다는 이런 게 좋은 것이다. 




1. 실크소닉(Silk Sonic) - Leave The Door Open


2010년대 최고의 팝스타 중 한 사람인 브루노 마스(Bruno Mars), 그리고 현재 흑인음악 최고의 재능인 앤더슨 팩(Anderson Paak.). 이 두 사람이 만나 슈퍼 그룹을 결성했다. 레트로가 팝의 시대 정신이 되어버린 지금이지만, 실크 소닉이 떠난 과거 여행은 유독 진득했다. 다른 가수들이 8~90년대를 바라볼 때, 이 두 사람은 1960~1970년대로 시계추를 돌려 소울과 그루브의 본령을 찾고자 했다.


< An Evening With Silk Sonic >의 선공개곡 'Leave The Door Open'은 1970년대 필라델피아 소울에 대한 정성어린 헌사였다. 브루노 마스는 자신다운 절창을 들려주고, 앤더슨 팩은 노골적으로 끼를 발산한다. 2010년대 알앤비의 미니멀리즘과는 다른, 풍성한 현악 사운드와 베이스 라인을 듣는 것도 즐겁다. 실크소닉의 음악은 과거를 그리워했던 이들을 위한 모든 것이다. 이 노래에 맞춰 흐느적거리는 날을 기다려본다.



2. 올리비아 로드리고(Olivia Rodrigo) - Good 4 U


2021년은 누가 뭐래도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해였다. 디즈니 배우 출신인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올해 팝 음악의 문을 활짝 연 신예다. 2003년생인 그는 자신의 연애와 이별의 경험을 생생하게 담아내면서, 데뷔곡 'Drivers License'를 빌보드 핫 100 차트 8주 1위에 올렸다. 미국 10대 여성들의 찬가가 된 것은 덤이었다.


다시 발라드를 내세울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과 달리,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선택한 것은 록, 그것도 2000년대 초반의 팝 펑크와 90년대의 그런지였다.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자신을 떠난 전 남자친구 조슈아 바셋에 대한 분노와 정념, 원망감을 'Good 4 U'의 기타 디스토션 위에 실어 보냈다. 아직 미완의 가수지만,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에이브릴 라빈과 테일러 스위프트 같은 그의 우상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특히 'Good 4 U'는 록 페스티벌에서 듣고 싶은 노래다. 2021년의 10대들에게 록은 더 이상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고등학생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새로운 움직임의 중심에 서 있다. 올리비아는 아직 부족함이 많고 라이브도 좀 못 하지만, 사랑스럽고 귀여우니까 봐 주자.




3.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 - Peaches


저스틴 비버만큼 많은 안티를 보유한 팝스타도 없었다. 본인이 많은 기행으로 일관하기도 했지만, 대중의 힐난은 정도가 과했다. 한때 저스틴 비버를 조롱하는 것이 미국 네티즌들의 스포츠처럼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그를 힐난하던 네티즌 중 상당수가 지금은 저스틴 비버의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을 것이라 장담한다.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에 오른 'Peaches'는 저스틴 비버의 완숙미를 증명했다. 낭만적이고, 따뜻한 신시사이저와 드럼 사운드, 그리고 포근함을 배가하는 다니엘 시저(Daniel Caesar)와 기브온(Giveon)의 보컬, 그리고 저스틴 비버의 안정감 있는 목소리까지 어우러진 삼위일체였다. 팝에 대한 민감도가 낮은 편인 우리나라에서도 'Peaches', 그리고 키드 라로이와 함께 부른 'STAY'는 음원 차트를 석권했다. 저스틴 비버는 내년 2월부터 월드 투어를 재개한다. 다시 한국에 오게 된다면, 그 어느 때보다 큰 떼창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4. 리틀 심즈(Little Simz) - 'I Love You, I Hate You'



지금 가장 멋진 여성 래퍼의 이름을 뽑자면, 영국의 리틀 심즈(Little Simz)를 언급할 것이다.< Sometimes I Might Be Introvert >는 리틀 심즈의 재능을 완벽하게 펼친 결과물로 인정받고 있다. 이 앨범에서 가장 가장 인상적인 트랙은 'I Love You, I Hate You'다.


그는 이 곡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붙들어주지 못했던 부모에 대한 애증을 이야기한다. '내 자존심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하지만, 끝내 사랑한다고 말한다. 랩이 얼마나 진솔한 자기 고백의 음악이 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좋은 예.






5. 워 온 드럭스(The War On Drugs) - Harmonia's Dream


한창 군 복무 중이었던 6년 전, '사지방(사이버지식정보방)'에서 워 온 드럭스의 'Red Eyes'라는 노래를 발견하고 매료되었다. 그전까지 즐겨듣던 스타디움 록이나 브릿팝과는 완전히 결이 달랐다.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0에 수렴하지만, 워 온 드럭스는 이미 자신들의 영역을 확실하게 확보한 존재다.


주축 커트 바일(Kurt Vile)이 탈퇴한 이후로도, 이들은 하트랜드 록과 루츠 록 등, 브루스 스프링스틴 류의 미국적인 록을 찾아 헤맸다. 'Harmonia's Dream'은 밴드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자기소개서다. 어두운 밤의 시골길을 밝히는 듯 선명한 신시사이저와 아련한 오르간, 밥 딜런을 연상시키는 리더 애덤 그란두시엘의 목소리가 묘한 조화를 이뤘다. 복고 소울에 실크소닉이 있었다면, 복고 록에는 워 온 드럭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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