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 후기
상상도 못한 일이다. 월드컵 결승전에서 6골이 나왔다. 나는 이렇게 위대한 경기를 본 적이 없다. 모두가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의 대관식에 관심을 쏟았지만, 경기는 쉽게 흘러가지 않았다.
발단, 전개, 위기, 결말이 뚜렷한 경기였다. '신구'의 영웅이 맞부딪혔다. 지난 15년간 축구 역사를 견인해 온 메시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냈다. 그리고 앞으로 15년의 축구를 견인할 음바페가 보란듯이 세 골을 넣었다. 역사에 기록될 명승부는 음바페가 있어서 가능했다. 메시의 우승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음바페는 자연재해처럼 다가왔을 것이다.
위대한 라스트 댄스를 보았다. 메시의 팬이 아닌데도, 메시가 우승해서 행복하다. 그가 우리 세대의 전설이라서 더욱 그렇다. 나는 오랫동안 메시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의 플레이는 상대팀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너무 비현실적이었다. 오히려 그를 추격하는 라이벌 호날두에게 더 마음이 갔다. (하지만 그 위대한 메시에게도 월드컵 트로피는 요원했다.)
비호감은 천천히 경외심으로 바뀌어갔다. 전성기에서 내려온 지금도 차원이 다른 패스와 플레이메이킹으로 경기를 지배한다. 이제는 그의 아름답고 정교한 축구에 감사한다. 저런 선수가 월드컵 트로피를 들지 못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모든 것을 이룬 축구의 신도 자신을 괴롭혀 온 중압감에서 자유로워졌으리라 믿는다.
메시와 한 세대를 함께 장식한 디마리아, '메시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던 데폴, 10대 시절 메시에게 국가대표 은퇴를 만류하는 편지를 썼던 엔조 페르난데스, 여러 선방으로 아르헨을 구원한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즈 등 조력자들의 투혼도 빛났다. 심장병으로 일찍 은퇴한 절친(그리고 트위치 스트리머가 된...) 세르히오 아구에로도 경기장에 난입해 트로피를 들었다.
이번 월드컵은 여러모로 내가 지금까지 본 최고의 월드컵이었다. 잊을 수 없는 이변이 즐비했다. 벤투호의 벼랑끝 역전부터 메시의 우승까지, 꼭 보고 싶었던 서사도 이루어졌다.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수많은 잡음이 있어 안타까웠지만, 결국 남는 것은 가장 인간적인 드라마구나 싶다. 이런 것은 AI가 대체할 수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