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나더라도 알고 혼납시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잘못했다는 말이 싫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난 잘못한 게 없는 거 같은데 잘못했다고 말해야 하는 상황이 그렇게나 싫었다. 그래서 개겼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요 라고 물어보면 이눔시키 버릇없다고 더 혼났다. 진짜 궁금해서 물어본 건데, 아니 뭘 잘못했는지 알아야 나도 반성을 할 게 아닌가. 그 시절엔 거기까진 생각을 못 해서 그저 온종일 억울해하기만 했는데, 심지어 진짜 내 잘못이 아니었던 경우에는 억울함이 배로 돌아왔다. 그래노코 나한테는 사과 한마디 없더라 흥. 그래도 지금은 머리 좀 더 굵어지고 더 약아빠지고 더 못돼먹어져서 그런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말씀해 주시면 시정하겠습니다. 하고 침착하게 대꾸할 정도는 되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오해라는 것에 관대한 편이라 외부의 일에 대해서도 그러는가 싶기도 하다. 열이 머리끝까지 받치다가도 상대의 이래저래 해서 오해다!라는 말에 이해가 가면 아 그런가 보다 하고 푸시식 김 빠진 콜라가 되어 버린다. 남들은 그걸 보고 변명이라고도 하나 보던데 음 변명과 설명은 무슨 차이인가요? 되다 말은 말 같잖은 소리라면 성질만 더 긁겠지만 이해가 가는 수준이라면 이해하고 싶다. 화내면 나도 손해 상대도 손해 아닙니까. 목 상하고 감정 상하고. 게다가 억지로 받아내는 영혼 없는 사과라면 차라리 놀리는 것만 못한 게 아닌가. 아 그래 미안해 됐지? 이런 소리 같아서 오히려 더 성질날거 같은데 말이지.
물론 타인에게 나와 같은 기준을 바랄 수 없는 것도 사실이겠지만, 마찬가지 이야기로 나도 그러기 싫다. 이 마지노선에 대해선 정말 양보하고 싶지도 않고 할 수도 없으니 결국은 고집인가 싶기도 하고.
안녕하세요. 김 고집입니다. 그러니까 오늘도 좀 개겨보겠습니다.
실례지만 제가 무엇을 잘못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