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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향수 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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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vorybear Oct 27. 2022

어딘가에 널 두고 온 듯해.

 잔뜩 떨어진 꽃잎 그사이 어딘가에 널 두고 온 듯해 한참을 숙인 채 찾아다녔다. 아마 네가 있다면 거기에 있어야 할 것만 같아서.


 대화가 모자란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 대화가 서로를 향한 충실함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고 싶은 말만 남고 듣고 싶은 말은 잃어버렸으니. 어쩌면 자연스레 지치게 된 것도 이해가 되는 일이다. 인사와 인사, 그 사이에 무엇이 있었더라.


 인내가 부족했던 탓일지도 모른다. 긴 대화 끝에 서로에게 충분히 닿을 만 한 결론을 낼 수도 있었을 텐데 그저 덮어 놓기 급급했던 이유는 순간을 모면하고 싶을 뿐이었을까. 결론과 결론 사이 의미 없는 공백들은 자꾸만 덩치를 불려가고.


 둘이서 멀리 떠난 날, 네가 뭐라 뭐라 하고선 손을 잠시 놓았는데, 고사이에 놓쳐버렸다, 거짓말처럼. 네가 남긴 말을 관성처럼 흘려버려서 어쩌지도 못하고 이렇게 한참 동안을 찾고 있다. 혹시나 나 멀어진 사이 돌아와 기다릴까 봐 멀리 가지도 못하고. 네가 숨었다면 분명 속상하게 떨어진 이 꽃잎들 사이에 머물러 있을 것만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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