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하나 선명한 것이 없다. 지나간 기억은 물에 젖은 글씨처럼 번지고 찢어져 천천히 되씹어 보아도 좀처럼 선명해지질 않는다. 잊고 싶었던 것인지 잊힌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의 나에겐 꿈처럼 상상처럼 몽롱하고 희미한 파편만이 남아있다. 속상한 마음이 왜 속상한지를 모르니 더 속상한 일이다. 근거 없는 투정은 스스로에게도 답답하고 고통스러울 뿐이니, 결국 나는 보상받지 못하고 밤이 길어지는 순간에도 편한 마음으로 잠들지 못할 것이라.
어느 순간 갑작스레 눈 뜨더라도 어둡고 무겁게 찢어진 한숨 내쉬어 볼 뿐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