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섭던 아침 찬 기운이 조금은 마음이 풀린 듯하다.
맨 얼굴과 목 사이의 빈틈으로 헤집고 들어오는 손길이 이젠 마냥 시리지만은 않다.
매년 이 맘을 스쳐 간 순간순간들이 새순처럼 살살 마음에 간지러운 기억을 돋우는데
그리 길지 않은 세월에도 추억해야 할 것들이 이렇게나 그득하니
벅차고 아련한 마음에 눈 지그시 감고 묵혀있던 애달픔을 곱씹어 본다.
앙상했던 나무들은 하나 둘 깨어나는 봉오리로 그 가지를 무겁게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어깨에 지었던 무거운 옷가지들을 툴툴 내려놓는다.
겨우내 묵직하니 얼어있던 마음도 봄 위에 살짝 내려놓으니
따사운 기운 가득한 땅 위에서 이내 슬그머니 녹아내려
파아란 싹으로 자랐다.
그렇게 겨울이 끝났다.
봄이 오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