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마지막 기념일은 우리가 헤어지는 날이 될 거야.
뭔 뻘소리를 그리 참신하게 하나 하고 바라보고 있으려니 그녀는 오히려 자신 있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 내 있는 최선을 다할 거야. 평생 그 날을 잊지 못하게 만들어 줄게.
독한 것.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구나 하고 정수리를 와작, 깨물었더니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평소처럼 바보 같은 모습이었기에 한편으로는 안심을, 또 한편으론 기대감을 품었다. 그녀가 한번 내뱉은 말은 처절하게 지키는 사람이란 것은 오래 지켜봐 온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었으니까. 한참을 분잡게 뛰어다니더니 그새 어디선가 꽃송이를 주워와선 탁탁 대충 털어 내 귓가에 꽂아주며 작게 속삭였다.
- 기대하고 있으렴.
그녀 역시 날 완전히 꿰고 있었다.
아, 망했네. 하면서 그녀를 꼭 껴안았다. 벌써부터 그 날이 기다려지는 것이 영 글러 먹은 모양새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