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비상금이 없다면 마음도 불안하다〉

by 경자코치
월요일 저녁 7시, 회사 앞 도로에는 붉은 브레이크등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윤서는 버스를 기다리며 숨을 고르듯 하늘을 올려다봤다.
바람은 차가웠지만, 감정을 기록한 이후 마음 한편이 오히려 조금 단단해진 느낌이었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지훈이었다.


지훈:
나 오늘 좀 난처한 일 생겼어.
혹시 잠깐 전화 가능해?


짧은 문장인데, 윤서의 심장이 순간 철렁 내려앉았다.


윤서:
응. 지금 전화해도 돼.


통화 버튼을 누르자마자 들려온 지훈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고 조심스러웠다.


“나… 차가 갑자기 시동이 안 걸려서 레커 불렀거든. 근데 예상보다 돈이 훨씬 더 들어간대.”

“얼마나?”

“정확히는 모르는데… 일단 견인비랑 점검비만 해도 십만 원 넘을 것 같아.”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지훈이 말끝을 흐리며 덧붙였다.


“…근데 나 이번 달 좀 빠듯해서. 혹시… 조금만 도와줄 수 있을까?”


윤서는 발끝부터 온몸이 얼어붙는 느낌이 들었다.

지훈이 돈을 부탁해서가 아니라,
지금 당장 내 손에 ‘여유 있는 돈이 없다’는 사실이 갑자기 너무 생생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평소 같으면 “응, 내가 보낼게” 하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은행 앱을 열어 볼 필요도 없었다.
지난주 자신이 적어놓은 지출 기록—피곤함 때문에 배달, 습관처럼 내던 구독, ‘감정 소비’라고 적어놓았던 그 흔적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얼마 필요해?”

“10만 원 정도면 될 것 같은데…”


윤서는 숨이 턱 막혔다.

10만 원.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닐 수 있지만,
지금의 윤서에게는 ‘준비되지 않은 현실을 직면하게 하는 숫자’였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지훈아… 나 지금 바로 줄 수 있는 돈이… 생각보다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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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침묵 후, 지훈이 낮게 대답했다.

“아… 그래? 미안하다. 괜히 말했네.”

지훈의 목소리 끝에는 씁쓸함이 묻어 있었다.

둘 다 잘못한 것이 아닌데, 공기가 묘하게 무거워졌다.


“아니야. 미안할 필요 없어. 나도 그냥… 처음이라 그래. 내가 바로 못 도와주는 게 좀 속상하네.”


지훈은 한 박자 쉬고 말했다.

“괜찮아. 나도 해결해볼게. 일단 점검부터 받아야 하니까.”


통화가 끝나자 정류장 주변 소음이 갑자기 멀어진 듯했다.

저녁 공기는 차가웠지만, 가슴속은 뜨거움과 서늘함이 뒤섞여 있었다.

버스 안, 창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며 윤서는 생각했다.


비상금이 없다는 건…
‘돈이 없는 문제’가 아니라
‘지금 당장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없는 문제’구나.

그 문장이 마음 한가운데 깊숙이 꽂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윤서는 노트를 꺼내 펼쳤다.
오늘 기록하지 않으면, 이 감정은 또 흩어져버릴 것 같았다.


[오늘의 감정 기록]

당황

책임감

미안함

불안

준비되지 않은 느낌


옆에 작은 화살표를 그렸다.

→ ‘없어서’ 불안한 게 아니라
→ ‘준비되지 않아서’ 불안하다


그때, 인스타그램 릴스 알림이 떴다.
역시나 ‘경자코치’였다.


〈비상금은 돈이 아니라 마음의 저수지입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은 누구에게나 옵니다.
‘준비된 사람’과 ‘휘청이는 사람’의 차이는
능력이 아니라 구조입니다.


가뭄에 논밭에 물을 대주는 저수지처럼,

마음이 갈라지지 않도록
작은 저수지를 먼저 만드세요.


윤서는 영상을 두 번, 세 번 재생했다.
짧았지만 여운은 길었다.

그녀는 노트에 굵게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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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금은 구조다.”


또 한 줄.


“준비된 사람은 불안을 덜 느낀다.”


오늘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비상금은 여유가 아니라 ‘불안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방어막’이었다.

윤서는 펜을 내려놓으며 작게 속삭였다.

“…나도 작은 저수지부터 만들어야겠다.”

창밖 가로등 불빛이 흔들리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 빛이 윤서의 눈가에 닿는 순간,
오늘 하루 쌓였던 무거운 감정들이 아주 조금 가벼워졌다.





★ 경자코치 메모 ★


〈비상금은 돈이 아니라 마음의 안정입니다〉


비상금은 ‘금액’보다 ‘준비된 구조’가 핵심입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은 누구에게나 오지만, 대비된 사람은 감정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비상금은 단순 저축이 아니라 ‘마음의 저수지’를 만드는 일입니다.

10만원 · 20만원의 작은 방어막도 불안을 크게 줄여줍니다.

비상금은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 시작하는 루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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