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여기까지는 왔는데, 다음이 안 보였다〉

본격 2030 재무소설

by 경자코치
일요일 저녁, 윤서는 노트북을 켜놓은 채 소파에 앉아 있었다.


아무 것도 재생하지 않은 화면이 희미하게 빛났다.
노트는 바로 옆에 놓여 있었다.


지출 기록, 감정 메모, 주간 루틴 체크.
몇 장을 넘겨도, 예전처럼 텅 빈 느낌은 아니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왔네.”


혼잣말처럼 내뱉은 말은, 스스로를 완전히 위로하기엔 조금 부족했다.
불안은 줄었고, 숫자도 이제는 보자마자 도망치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한 편이 계속 멈춰 있었다.


그래서… 다음은 뭐지?


윤서는 다시 은행 앱을 열었다.
이번 달 잔액, 지출 흐름, 줄어든 커피값, 그리고 조금씩 쌓이기 시작한 비상금 항목.


예전 같았으면 이 정도 변화만으로도 충분히 뿌듯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윤서는 거기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투자는 아직 아니지.
저축을 더 늘려야 하나?
금 이 구조가 맞는 걸까?

질문은 늘어났지만, 답은 보이지 않았다.


저녁 무렵, 지훈에게서 전화가 왔다.

“뭐 해?”
“그냥… 집에서 정리 좀.”

“요즘은 진짜 바쁘네. 예전엔 일요일이면 무조건 쉬었잖아.”


윤서는 잠시 웃었다.


“바쁘다기보단… 멈춰서 생각 중이야.”
“생각?”
“응. 불안은 덜한데, 그렇다고 확신도 없는 상태.”


지훈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래도 예전보단 훨씬 좋아 보이는데?”
“맞아. 근데 그게 더 헷갈려.”
“왜?”
“잘못 가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받고 싶은데, 누구한테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어.”


말하고 나서, 윤서는 스스로 놀랐다.
‘확인받고 싶다’는 말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나올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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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를 끊은 뒤, 윤서는 인스타그램을 열었다.
익숙한 계정, 경자코치.


오늘 올라온 게시물은 짧은 문장이었다.


혼자서 여기까지 온 건 실력입니다.
다음 방향을 묻는 건 약함이 아닙니다.


윤서는 화면을 오래 바라봤다.
마치 지금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댓글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 문장 때문에 상담 신청했어요.”

“혼자 하다가 멈춰서서 도움 받았습니다.”

“괜히 눈물 나네요.”


윤서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노트를 펼쳤다.
그리고 처음으로 이런 문장을 적었다.


[지금의 상태]
– 불안 X
– 무지 X
– 하지만 방향이 보이지 않음

그 아래에 조심스럽게 한 줄을 더했다.


→ 다음 단계에서는, 누군가의 시선이 필요할지도.


펜을 내려놓는 손이 조금 떨렸다.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하는 건, 생각보다 큰 용기였다.


밤이 깊어갈수록 집 안은 조용해졌다.
윤서는 다시 노트를 덮고 소파에 기대었다.


상담을 받는다는 건… 아직 좀 무섭다.
내 숫자를 보여준다는 것도.
괜히 부족하다는 말 들으면 어쩌지?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누군가가 이걸 정리된 언어로 설명해준다면…
지금 이 막막함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윤서는 휴대폰을 들고 경자코치 프로필을 다시 눌렀다.
상담 안내 페이지.
신청 버튼은 눌리지 않은 채였다.


화면을 끄고, 다시 켰다.
이번에도 누르지 않았다.

대신 노트 맨 아래에 이렇게 적었다.


“혼자서 여기까지 왔다.”
“다음은, 물어볼 용기다.”


아직 결심은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였다.


윤서는 더 이상 출발선에 있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서 있는 이 지점은
멈춤이 아니라 전환 직전이라는 걸,
그녀 스스로 가장 먼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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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자코치 메모 ★

혼자서 여기까지 온 건 충분한 성과입니다.


재무관리에는
v 혼자 정리할 수 있는 구간과
v 질문이 필요한 구간이 분명히 나뉩니다.


“확인받고 싶다”는 마음은
아직 부족해서가 아니라,
다음 단계로 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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