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버튼 앞에서 멈췄다〉

본격 2030 재무소설

by 경자코치
밤 11시 32분.
윤서는 침대 위에 반쯤 기대 누운 채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불을 끄자 방 안은 생각보다 조용해졌다.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창밖에서 멀리 지나가는 차 소리. 그 사이에서 휴대폰 화면만 희미하게 빛났다.


경자코치 프로필 화면.
상담 안내 페이지.

‘재무 상담 | 1:1 구조 점검 | 60분’


윤서는 그 문구를 몇 번이나 읽었는지 몰랐다.
아래에는 작게 적힌 설명이 있었다.


지금의 자산 상태를 평가하지 않습니다.
방향과 구조를 함께 정리합니다.


“평가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윤서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손가락이 화면 위를 맴돌았다. 신청 버튼 바로 위에서 멈췄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혼자서 꽤 많이 해왔다.
지출을 적고, 감정을 분리하고, 비상금을 만들기 시작했고, 주간 루틴도 겨우 자리를 잡았다. 예전처럼 무너지는 날은 확실히 줄었다.


그런데도 버튼 하나를 누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부끄러웠다.


‘숫자를 보여줘야 하잖아.’
‘지금 이 통장 상태를.’
‘괜히 부족하다는 말 들으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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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옆에 둔 노트를 펼쳤다. 지난번에 적어둔 문장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었다.


혼자서 여기까지 왔다.
다음은, 물어볼 용기다.


그 문장을 한참 바라보다가, 그 아래에 작은 글씨로 덧붙였다.

→ 근데… 물어본다는 게 이렇게 어렵네.

웃음이 나왔다. 스스로가 좀 웃기기도 했고, 그만큼 진지해졌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때, 지훈에게서 톡이 왔다.


지훈: 아직 안 자지?
윤서: ㅇㅇ. 그냥 좀 생각 중이야.
지훈: 또 돈 생각?


윤서는 잠시 멈췄다가 솔직하게 답했다.


윤서: ㅇㅇ. 근데 예전이랑은 좀 달라.
지훈: 뭐가?
윤서: 이제는 도망치진 않는데…
혼자서 더는 모르겠어.


지훈의 답장은 조금 늦게 왔다.


지훈: 그럼 물어보면 되잖아.
윤서: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더라.
지훈: 윤서야.
네가 도움 받는다고 해서 네가 부족해지는 건 아니잖아.


그 문장을 보는 순간, 윤서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맞는 말인데, 너무 맞아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지훈: 오히려 여기까지 혼자 온 게 대단한 거지.
이제는 혼자 안 해도 되는 단계 아닐까?


휴대폰 화면이 조금 흐려졌다. 눈물이 나서라기보다는, 마음이 갑자기 느슨해져서였다.



윤서는 다시 경자코치 페이지를 열었다. 이번엔 설명을 조금 더 천천히 읽었다.


상담은 답을 주는 시간이 아니라,
질문을 함께 정리하는 시간입니다.


그 문장이 이전과 다르게 읽혔다.


‘답을 달라고 가는 게 아니라…
질문을 정리하러 가는 거라면?’


윤서는 노트 맨 아래에 다시 한 줄을 적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정답’이 아니라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확인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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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의 떨림이 조금 줄어들었다.
아직 버튼을 누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화면을 꺼버리지도 않았다.


휴대폰을 침대 옆에 내려놓고, 윤서는 불을 끄고 누웠다.
눈을 감았는데도 신청 버튼의 위치가 또렷하게 떠올랐다.


오늘은 누르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였다.


이제 그 버튼은 ‘두려운 선택’이 아니라
‘곧 넘겨야 할 다음 페이지’로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


윤서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아마… 곧이겠지.’

그 생각을 끝으로, 방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 경자코치 메모 ★


혼자서 여기까지 온 건 능력입니다.
다음 방향을 묻는 건 약함이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재무상담을

‘답을 들으러 가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흩어진 질문을 정리하는 시간에 가깝습니다.


불안이 줄었는데도 막막하다면,
그건 실패가 아니라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직전의 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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