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사는 것 보다 행복하게 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언뜻 심심하다 느껴질 수도 있는 영화지만 그렇지가 않다. 한 장면 장면을 다시금 돌려 보고 다시 한번 곱씹게 되니 그 어떤 영화보다도 알차고 크게 와 닿는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비포 시리즈'와 비견되는 로맨스라는 멘트가 눈에 확 들어왔던 게 생각이 난다. 너무 좋아하는 영화이면서 굉장히 인상 깊게 봤던 비포 시리즈와 비견된다니.. 이 어떤 자신감인가 싶었지만 보고 나니 비로소 알게 되었다.
무언가를 찾는 여자와 그 무언가에 대해 묻지 않는 남자. 절제된 감정과 작게 속삭이듯 이루어지는 두 사람의 대화는 영화 속에 완전히 몰입하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러닝타임이 짧다는 것. 이렇듯 아름다운 두 사람의 만남과 이야기를 조금 더, 조금만 더 보고 듣고 싶었는데 올라오는 엔딩 크레딧이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그래서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아쉬워서, 유스케의 아쉬움이 더 잘 느껴지는 듯해서 이 영화의 마지막이 참 인상 깊었다.
단지 혜정과 유스케 이 두 사람의 만남만이 인상 깊었던 건 아니다. 영화의 초반부, 1부에서 나오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가 자연스레 녹아있는 인터뷰도 기억에 남는다. 꽤나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한데, 지금은 옆에 계시지 않지만, 댁에 놀러 가면 항상 뼈 있는 말씀을 하시던 외할아버지가 생각이 났다. 90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오신 할아버지의 말씀은 항상 내게 큰 교훈을 주시곤 했었다. 고작 20년이라는 시간으로는 알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것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주시던 할아버지의 모습과 인터뷰를 하는 노인의 모습과 오버랩이 되어 적지 않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고조라는 시골이 주는 그 푸근함과 여름이라는 배경 설정도 참마음에 들었다. 네온사인이 화려한 도시였다면, 이 영화는 이다지 와 닿지 않았을 거다. 눈 내리는 추운 겨울이었어도 이다지 와 닿지 않았을 거다. 여름이란 계절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도 영화 속 여름이란 계절은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무더운 낮과는 상반되는 한여름의 밤, 밤공기가 주는 청량함과 선선함이 느껴지는 듯 해 묘한 감정이 들곤 했다.
한여름, 우연이 만들어낸 만남과 현실이 만들어낸 이별. 반짝이는 불꽃처럼 모든 게 순간이었다고 느껴지는 이틀이란 길지 않은 시간. 아프지만, 그럼에도 우리 모두는 오늘도 판타지아를 사랑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