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가 그립다.'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게 잔잔하게 흘러가는 듯 하지만 마냥 그렇지도 않은 작품이다. 끝내 울음을 터뜨리는 조제의 모습에서 복잡한 생각이 들곤 했다. 일반적이지 않은, 평범함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는 이 둘의 사랑은 결국 만나고 헤어졌다는 데에 있어서는 다른 이들의 사랑과 별반 다를게 없어 보인다.
편견을 가지고 쉽게 정의를 내린다는 것은 꽤나 위험한 행위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누군가의 삶을 논하고, 판단하는 일은 해서는 아니 된다. 내가 아닌 다른 이의 삶을 쉽사리 가늠해서는 안 된다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 영화다. 인생은 각자가 그려나가는 그림이자, 다듬어 가는 작품이다. 그 사람만이 그릴 수 있고 또 그 사람만이 수정이 가능한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사랑의 시작과 끝은 대부분 닮아있다. 설렘을 느껴 시작하고, 그 마음이 영원히 식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짧게는 몇 개월 혹은 몇 년이면 자연스럽게 당연하다는 듯이 식어가기 마련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현실이 그러했고,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게 사실이다. 사랑이 식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내게 무뎌졌다고 해서 이별이 쉽다는 애기는 절대 아니다. 이별은 쉬울 수 없다. 담백할 수 없고, 깔끔할 수 없다.
모든 이별은 아프고 상처를 남기고 눈물을 만든다. 그러나 그 아픔과 상처가 우리를 성숙하게 만든다. 아픈 기억이 있기에, 상처가 존재하기에 더 강해지고 홀로 설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 할머니가 없이는 츠네오가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조제. 쿠미코 자신조차도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결국 해내고 만다. 혼자 나아가고 홀로 일어선다. 츠네오와의 이별이 없었다면 조제는 과연 홀로 설 수 있었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솔직했던 츠네오가 마지막에 느꼈을 복잡한 감정들이 마지막 내레이션에서 깔끔하게 정리가 되는 듯했다. 동정이 아니었음을, 진심으로 조제를 사랑했음을. 진심이 아니었다면 츠네오가 많이 미웠을 것이다. 진심이 느껴졌기에 둘의 사랑도 또 이별도 비로소 겨울바다처럼 아름답게 느껴졌다. 햇살이 강하게 비치는 겨울 해변을 걷는 두 사람의 모습이 눈 부시게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