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언덕

'우리 뇌가 과거, 현재, 미래란 시간의 틀을 만들어내는 거죠.'

by 이진우

이 영화는 흔히 말하는 시간의 틀을 아예 무시한 영화다. 과거가 현재가되고 그 현재는 미래가 됐다가 미래가 다시 과거가 되는 복잡하면서도 특이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알 수 없는 느긋함과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신기한 영화다. 서울이라는 복잡한 도심속에서 내가 가장 애정하는 동네인 북촌이 배경이라 그런지 몰라도 그러한 편안함을느끼기에 더 없이 부족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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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마술 같다고 표현을 한다. 공감한다. 특히 이 작품에서 더욱 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일상속에 정해져있는 그 틀을 깨고 새로운 시선으로 무언가에 다가가는것은 말처럼 쉬운일이 아닌것을 알고 있기에 그렇기 때문에 홍상수 감독이 존경스럽고 대단하다고 느낀다.


영화 속 배우들의 유창하지는 않지만 서로가 교류하고 있다는것을, 우리가 통하고 있다는것을 느낄 수 있게 해줬던 매개체인 영어. 그런 대사대사 하나도 매력적이라 느껴지니 홍상수의 마술임이 틀림없다. 영화 초반부에 세 남자의 술자리에서 한 친구가 이런 말을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곳에 사는 게 맞죠, 아닌가요?' 이 대사가 꽤나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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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떤것을 내 삶의 우선순위로 두는게 현명한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누구에게나 가슴속에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것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그게 사랑일수도, 일일수도, 꿈일수도 있기에 그렇게 다 다르기에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랑이 가장 중요한데, 너는 일이 가장 중요했구나.. 너무한거 아니야?' 가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것. 너와 내가 다르다고해서 틀리다는게 아니라는것을 깨닫는것. 만남에 있어서 또 헤어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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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은 참 매력적이다. 코앞에는 빌딩숲속을 두고 파란숲을 등지고 있는 이 동네는 묘한 끌림을 불러 일으킨다. 내 꿈의 공간인 북촌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 역시 참 매력적이다. 무언가를 생각할때 시간순으로 생각하려고 하면 잘 정리가 되지 않는다. 허나 누군가를 떠 올리면 정리가 참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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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사람과 함께 걷던 벚꽃이 떨어지던 가로수길의 봄날, 그와 함께 맨발로 발자국을 남겼던 백사장의 여름날, 너의 품을 베개삼아 누워 바라본 높은하늘의 가을날, 서로의 손에 따뜻한 입김 호호 불어주며 걸었던 눈 내리던 겨울날. 결국 추억은 시간순이 아닌 그 사람의 존재로 기억하게된다.

그 사람의 존재가 내 시간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