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선셋

'난 너무 행복해, 너랑 같이 있어서. 그리고 네가 날 잊지 않아줘서.'

by 이진우

인상 깊게 본 영화들이 후속 편을 만든다고 하면 기대보다는 걱정이 먼저 된다. 너무 잘 만들어낸 작품의 색깔마저 흐리게 만들어 버릴까, 한 사람의 관객으로써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게 될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런 시리즈라면 다르다. 첫 작품에서 느낀 감동과 설렘을 그대로 품에 간직하게 만들어준 채 한층 농도 짙은 여운을 남긴다.


비포 선셋, 이 영화 속 아직도 뚜렷하게 기억나는 대사가 있다. 셀린느는 말한다. 요즘은 쉽게 사랑하고 쉽게 이별한다고, 허나 자기는 그 누구도 쉽게 잊지 않았다고, 저마다의 특별함이 있었고, 그래서 헤어질 때마다 더 큰 상처를 받고 누군가를 쉽게 만나는 게 힘들다고, 사소한 별게 다 생각 나 괴롭다고 말한다. 그래서 더 이상 사랑에 상처받기 싫고 연연하고 싶지 않다고, 다른 일들에 더 열중하고 있다고 말이다. 이보다 슬픈 말이 어디 있을까. '상처받기 싫어 사랑을 하지 않을래' 많은 사람들의 생각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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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력이 좋은 편이다. 아주 어렸을 때 기억도 제법 뚜렷하게 기억하는 편이고, 기억력이 좋아 이로운 점이 많았다. 딱 하나, 그 좋은 기억력이 나를 괴롭히는 순간은 지나간 사랑이다. 하루하루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세세하게 다 기억이 나, 그러지 않아도 될 만큼 힘이 들고 아프게 만든다. 부재는 존재를 증명한다는 글을 봤다. 맞다. 보이지 않아도 보인다.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생각이 난다.


결국 저런 생각을 가진 셀린느의 마음을 두드리고 연 것도 사랑이었다. 때로는 병이 되기도, 때로는 약이 되기도 하는 이 사랑이란 게 참 뭘까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이 영화. 더 이상 사랑에 아프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꼭 봤으면 하는 영화. 해가 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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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의 마지막 대사 'I know'의 그 설렘은 오래도록 가시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