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진심이야'
영화를 두 번 세 번 보는걸 좋아한다. 처음 봤을 때 보지 못한 요소들이, 재미와 메시지가 여러 차례 보게 되면 뚜렷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아마 이 영화는 내가 가장 많이 보고 가장할 말이 많은 영화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 시작과 그 과정과 그리고 그 끝은 또 보고 싶고 또 보고 있고 또 보게 될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고 있을 때, 혹은 누군가와 이별을 한 뒤에, 그리고 다시 누군가를 만나게 될 때. 순간순간의 상황에 따라 이 영화가 주는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언제는 '썸머, 이 나쁜 여자야!' 그러다가도 '톰, 이 등신 같은 남자야!' 마지막엔 '둘 다 똑같아..'. 이전까지는 이런 영화를 본 적이 없었다. 이토록 몰입이 잘되는 영화를 말이다. 톰은 나의 모습 같았고 썸머는 한때 내가 셀 수 없이 사랑을 말했던 여자의 모습이었다. 더 무서운 건 나만 이러한 생각을 한 게 아니라는 것. 우리 모두 톰이고 썸머다.
어쩌면 남녀의 사랑이란 대게 비슷비슷할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영화였다. 너와 나만의 이야기로 채워 나가는 이 특별한 사랑이, 누군가에겐 뻔한 드라마 같아 보일 것이고. 저게 무슨 사랑이야 라고 보이는 어떤 이들의 사랑도 그들만의 이야기 속에선 꿀보다 달콤하고 불보다 뜨거울 것이다.
사랑에 빠지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이 좋고, 그 사람의 모든 것이 알고 싶어 진다. 욕심이 많아지고 급해진다. 그 속에서 놓치는 것들은 우리의 생각보다 많은 양이며 돌이킬 수 없는 이별로 이어지게 된다. 어쩌면 운명은 정해져 있을 수도 있다.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헤어질 운명은 결국 헤어지고, 어떤 불행이 와도 사랑할 운명은 사랑하고, 그럴 수도 있다. 운명을 바꿀 수 있는 힘은 용기와 소통이다. 다시는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를 누군가에게 '차 한잔 하실래요?' 하는 용기. 사랑하지만 힘든 우리를 위해 '함께 해결해 나가자' 말하는 소통.
영화 속 마지막 재회 장면을 꽤나 여러 번 반복 재생해 보았다. 지난 사랑을 통해 느낀 새로운 사람과의 진정한 사랑이란 아름다운 것일까, 슬픈 것일까. 사랑은 모두에게 행복을 주지 않는다. 공평하지도 못하다. 운명을 믿고 사랑을 믿었던 자에겐 배신을. 운명이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하는 이에겐 행복을. 이랬다가 저랬다가 위로 가기도 아래로 가기도 하면서 나를 우리를 가지고 논다.
썸머가 톰의 손을 잡을 때 보이는 썸머의 반지 그리고 톰의 표정에서 많은 게 내 속에서 무너져 내렸다. 종착역이 되지 못한 남자. 단지 환승역에 불과했던 남자, 그 남자가 톰이고 나였다. 아무래도 남자이다 보니 썸머의 입장 보다는 톰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고 보게 되는 게 크다. 여자가 될 수 없으니 아마 죽을 때까지 썸머의 입장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을 듯하다. 그래서 이 영화가 더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나 싶다.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 실연을 당한 사람에게, 내 전 애인이 결혼한 사람에게, 새로운 운명을 맞이한 사람에게
결론은 모두에게 이 영화가 닿기를 조심스럽게 바래본다. 이 영화 분명 잘 만들었다. 그런데 잘 만들어서 화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