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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우 Jul 22. 2019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

‘호기심, 용기, 그리고 추진력입니다’


 요리사가 되겠다는 그런 막연한 꿈을 꾸던 시절부터 요리사가 된 지금까지도 나는 늘 다른 셰프들의 인생이 궁금하다. 개개인이 품에 간직하는 삶 속의 가치관이라는 게 결코 같을 수 없기에 절대적인 지표를 타인의 인생에서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지만, 나와 같거나 비슷한 가치를 내세우고 정진하는 이들을 만나는 일은 마치 전쟁통에 열세한 상황에 빠져 허우적일 때 지원군이 등 뒤에서 내 어깨를 두드리는 느낌과 흡사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혼자 하는 싸움이 아니라는 사실임을 인지할 때, 비로소 평정심을 유지하고 하던 일을 계속할 수 있을 거라는 어떤 확신이, 자신감이 솟는다.

셰프 알랭 뒤카스는 무려 21개의 미슐랭 스타를 거머쥔 거장 중의 거장이다. 평생 동안 하나의 별도 손에 넣지 못하는 요리사가 대부분임을 감안하면 ‘21’이라는 숫자는 실로 거대하게 느껴진다. 별이 없다고 해서 하등 한 요리사라고 말하는 것이 결코 아님을 밝힌다. 영화는 베르사유 궁전 내에 생길 새로운 그의 레스토랑 ‘오르’ 에 포커스를 두고, 레스토랑 오픈을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준비하는 그 2년이라는 ‘여정’ 을 80분이라는 시간으로 압축해서 보여준다.

순수하게 영화로만 놓고 보았을 때는 아쉬운 구석이 많다. 시간의 제약 때문인지, 구성의 문제인지 요리사가 아닌 사람들이 보아도 과연 이 작품으로 인해 어떤 울림이 전달이 될까 라고 물었을 때 내 대답은 ‘no’ 였다. 다큐멘터리 안에서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냐고 의문을 품을 수도 있겠지만 상영관을 나오면서 자연스레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chef’s table’ 시리즈가 떠 올랐다. 시즌 1의 첫 번째 에피소드를 장식했던 셰프 ‘마시모 보투라’ 를 스크린에서 만난 것이 반가워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완성도에 있어서 비교가 되기에 그랬을 확률이 크다. 아니 그렇다.


업계에 종사하는 혹은 평소 해외 미식 시장에 관심이 많아 관련 정보를 찾아보는 사람들만이 알아볼 수 있는 어쩌면 그들도 모를 수 있는 인물 혹은 용어에 대한 부연설명이 많이 부족하다고 여겨진다. A라는 세상에 사는 사람들에게 B라는 세상의 이야기를 해주는 데 그들만의 언어로 전달하려 한다면 A세상의 사람들은 듣고 싶어도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억지로 들어야 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마주해야 한다. 과연 일반 관객들에게도 어필이 될까 하는 생각이 가시질 않는다.


내가 이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기에 더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닌 한 편의 영화를 통해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이 업계를 들여다보고 이 세계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욕심이 아쉬움을 더 짙게 만든다. 냉정하게 말해서 한국의 외식시장은 해외시장과 비교해 보았을 때 많이 뛰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국내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해 그 입지를 다지며 격차를 줄여 나가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걸 나는 알고 있고, 늘 감사하다고 생각하지만 나 하나만 안다고 해서 변화하는 세상이 아니지 않은가.

오늘의 서비스를 마무리하면 내일의 서비스를 준비해야 하고, 여름 메뉴를 내고 나면 가을 메뉴를 생각해야 하고, 막상 가을이 코끝에 다가오면 당장 겨울을 대비해야 하는 게 요리사다. 이 끝나지 않는 여정을 함께하는 모든 이들에게 ‘위대’ 하다고 꼭 말해야겠다.

이 위대한 여정의 주인공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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