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진우 Jun 24. 2019

토이 스토리4

‘To infinity’ ‘and beyond’


“잘 가, 파트너” 오랜 친구였던 ‘앤디’를 떠나보내며 꽤나 덤덤한 목소리로 ‘토이 스토리3’ 의 마지막 장면에서 ‘우디’가 읊은 말이다.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 전제로 깔려있음에도 불구하고 둘의 헤어짐은 눈물이 났음에도 마냥 슬프게 느껴지지 않았다. 서로를 가장 잘 아는 둘이, 서로를 위한 가장 현명한 방향으로 핸들을 돌릴 때, 설사 그 방향이 정반대를 향하고 있다 한들 절대적으로 슬플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게 서로를 위한 길임을 알기에, 고로 아름다운 이별은 존재한다고 토이 스토리는 말하는 듯했다.

그토록 아름다웠던 이별, 완벽한 엔딩을 뒤로하고 속편을 제작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반가움보다는 걱정과 우려가 앞섰던 게 사실이다. 지금도 핸드폰 배경화면을 떠나는 앤디의 차를 바라보는 우디의 뒷모습으로 설정하여 그날의 여운과 감정을 자주 상기하는 나로서는 솔직한 심정으로 이 감정, 이 여운, 그저 이대로 잘 간직하고 싶은 욕심이 컸다. ‘잘 가’라고 해놓고 다시 돌아오는 친구라니, 반갑지만 반갑지 않았다.


그러나 오프닝 시퀀스에서부터 전편에서 일체 모습을 보이지 않던 ‘보핍’ 의 행방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시킴과 동시에 우디가 바통이 되어 앤디에게서 보니로 전해지는 스무스한 카메라 워킹은 앞서 내가 속에 품은 걱정과 우려는 일체 기우였음을, 보안관 우디가 이번에는 과연 어떤 용맹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까를 다시금 기대를 하게끔 만들었다.

그런 기대와는 달리 우디는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여전히 멋들어진 부츠 바닥에 ‘Andy’ 라는 이름이 아닌 ‘bonnie’ 라는 새로운 이름이 쓰여 있을 뿐인데 우디의 인생은 달라져 있었다. 옷장 안에서 털어지지 않는 먼지를 털어내던 그 순간부터 우디에게 모든 신경은 집중된다. 전적으로 우디의 시선에서 혹은 우디에게 집중되는 스토리라인이 이 작품이 지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여겨진다. 그 안에서 우디만큼이나 강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다채로운 캐릭터들 역시 허투루 담아내지 않는다. 개성 넘치고 매력적이다.

돌이켜보면 장난감 우디의 인생은 오롯이 타인을 위해 존재했다고 볼 수 있다. 그 사실 하나만을 놓고 보았을 때, 전작 3편의 엔딩과 마찬가지로 이 역시 마냥 슬프기만 하지는 않다. 그건 우디 본인의 선택이었고 그 안에서 느끼는 행복이나 성취감은 제삼자가 왈가왈부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타인의 인생을 위해 존재하는 인생, 나쁘지 않아 보인다. 이 부분에 있어서 MCU 속 ‘캡틴 아메리카’ 가 떠 오른다. 비브라늄으로 만든 방패도 없고 떡 벌어진 어깨도, 탄탄한 엉덩이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우디가 가진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캡틴의 방패만큼 단단하고, 그의 어깨만큼 넓다고 여겨진다. 그래서인지 떠나는 둘의 마지막 모습도 자연스레 오버랩이 되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네 번째 시리즈에 도달해서 우디는 가장 극적으로 성장한다. 보다 넓은 세상으로 나와 다양한 부류의 장난감들을 만남으로서 본인이 알고 있는 세상이 전부가 아님을 보고 듣고 마음으로 새겼을 때, 우디의 인생은 성장과 동시에 가장 극적으로 변화한다, 당연히 좋은 방면으로. 나는 이러한 부분들이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가 반드시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애가 뭘 보고 자라겠어요?!’ 라는 제법 익숙하고 뻔한 질문에 ‘픽사 애니메이션이요!’ 라고 대답해도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픽사는 거진 모든 작품 속에 삶에 있어서 중요한 가치들을 재기 발랄하고 개성이 넘치는 다양한 캐릭터들에 투영, 연출을 하는데 그들의 새로운 작품을 마주할 때마다 새롭고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 외에도 이 세상 어딘가에 나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개비 개비’ 를 통해, 본인의 트라우마는 결국 스스로가 부수어야 한다는 사실을 ‘듀크 카붐’ 을 통해, 본인의 가치를 스스로가 낮추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다는 사실을 ‘포키’ 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나는 분명 한 편의 영화를 보았는데 다른 열 편의 영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메시지들이 내 안에 도달함을 느낀다. 소위 말해 이보다 훌륭한 ‘가성비’ 가 또 어디 있을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내게도 앤디의 우디, 보니의 포키와 같은 존재가 여럿 있었다. 사람이기도 했고, 장난감이기도 했고, 어떤 장소이기도 했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모든 시간과 사물을 되새겨보는 일은 앞만 보고 가려는 오늘의 내게 꼭 필요한 사색이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순간이고 사람이며 시간이라는 걸 안다. 그러한 이유로 현재라는 시간은 과거의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내게 보내는 선물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present is present). 내게는 선물 같은 ‘토이 스토리’ 그런 의미에서 꼭

다시 보자, 파트너


평점 : 10/10

매거진의 이전글 알라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