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지 않아, 절대로’
기생충 2회 차 관람을 잠시 뒤로하고, 기생충을 재치며 다시금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탈환한 디즈니의 실사영화 ‘알라딘’ 을 갈 때마다 새로운 용산 cgv 아이맥스관에서 감상을 했다. 우선적으로 예고편이나 사전에 공개되었던 스틸컷에서 고개를 갸웃하게 했던 윌 스미스의 지니 캐스팅은 말 그대로 기우였다. 영화 전체를 이끄는 감초 역할을 정말이지 톡톡히 해낸다.
언젠가부터 ‘디즈니’ 는 과거의 작품들을 실사화 하는데 많은 자본과 노력을 들이고 있다. 그런 디즈니가 내게 가지는 의미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어린 시절(아직 어리지만 정말 어릴 적)을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없이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로 내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유치원에 다녀오면 화장실로 가 손을 씻는 게 아닌 거실로 달려 가 텔레비전 옆에 쌓여있던 노란색 디즈니 비디오테이프 중 하나를 플레이어에 집어넣는 게 가장 먼저 하던 일이었으니 말이다. 비디오와 마찬가지로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팩 게임도 정말이지 많이 했다. 나 때는.. 그러했다.
쓴소리를 먼저 해보자면 제목은 알라딘인데 ‘알라딘’ 의 캐릭터가 심하게 밋밋하게 느껴진다. 물건을 훔치고 생계를 유지하는 나름의 동정이 가는 캐릭터임은 알겠지만, 훔친 물건을 얼굴에 흙먼지가 묻은 아이에게 건넨다고 해서 그 행위가 정당화되는 일은 아니다. 그러한 인물을 관객들로 하여금 납득이 가게끔 하기에는 캐릭터에 대한 묘사가 다소 불친절하게 여겨진다. 이 부분은 ‘자파’라는 캐릭터에게도 고스란히 적용이 된다. 단순하게 악을 소리치는 입체적이지 않은 이 악역에게 어떠한 동질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투덜거리기 바쁜 철없는 사내처럼 보인다.
그러는 와중에 공주 쟈스민과 램프의 지니는 제 역할을, 원작 그 이상의 매력을 스크린을 통해 전달한다. 첫 문단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배우 윌 스미스가 연기한 지니는 등장 이후부터 속된 말로 영화를 멱살 잡고 끌고 간다. 뛰어난 엔터테이너인지는 알았지만 이런 매력도 지닌 배우인 줄은 알지 못했기에 뻔한 매력이라도 더 크게 느껴지지 않았나 싶다.
디즈니는 ‘알라딘’ 에서도 본인들이 제일 잘하는 일을 한다. 지금 이 시대는 여성의 목소리가 그 여느 때 보다도 크게, 더 멀리 들리는 시대라고 볼 수 있다. 단순 여자라는 이유로, 남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받아야 했던 불합리함에 대해 소리치는 시대를 자스민이라는 캐릭터를 활용, 투영하는 연출과 시대를 바라보고 세대를 아우르겠다는 이러한 디즈니의 태도는 늘 반갑다.
용산 아이맥스관에서 감상한 ‘A whole new world’ 시퀀스는 앞서 언급한 아쉬움들을 상쇄할 만큼 아름다웠다. 동시에 과거의 어느 날, 비디오테이프를 재생하던, 팩 게임을 질리게 했던 그 날의 그 시간으로 잠시 다녀온 것만으로 ‘알라딘’ 은 내 안에 결코 작지 않은 족적을 남기는 작품이라고 여겨진다.
디즈니, 정말이지 오래오래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