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좋은 일들은 다 이 일 덕에 생겼어’
몇몇 영화를 어느 극장에서 어떤 시기에 보았는지를 제법 또렷하게 기억하며 살아가고 있다. 존 파브로 감독의 ‘아메리칸 셰프’ 를 충무로에 위치한 대한극장에서 관람했다. 아이엘츠라는 영어시험을 보기 위해 동국대로 갔고, 그날 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겉으로 티는 내지 않았지만 속으로 굉장히 흥분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날의 영어시험은 순전히 요리학교를 가기 위해, 요리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그 말은 곧, 그때에 나는 요리사가 아니었다. 그냥 요리가 하고 싶은? 앞으로 할 예정인? 수많은 사람 중 하나에 지나치지 않았기에 요리사의 삶을 말하는 이 영화를 보고서 공감한다고 말하는 것은 위선에 지나치지 않았다. 본인이 경험하지 않은 것을 유튜브로, 짤로, 숏으로 보고 듣고서는 경험해봤다고 착각하기 쉬운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 영화를 자주 떠올렸다. 원제인 ‘chef’ 로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어떤 셰프의 삶을 114분이라는 시간으로 압축해서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파스타, 치즈 토스트, 쿠바 샌드위치 등을 좋아하고 따라 만들며 열광하면서, 즉 음식에 집중한다. 분명 나도 그러했지만, 그래서 많이 따라 만들기도 하며 ‘유튜브나 해볼까’ 하는 시시콜콜한 되도 않는 생각도 해보고 했지만 음식이 아닌 주인공 캐스퍼의 삶에 집중해서 보다 보면 시시콜콜했던 농담이 어느덧 다큐멘터리로 재생되는 현상을 마주하게 된다.
이 일을 업으로 부둥켜안고 살아가면서 느끼는 가장 큰 축복은 역시 이걸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알아가게 된다는 점이다. 각자의 소신과 신념, 경험과 배경을 바탕으로 서로에게 영감과 자극을 주는 사람들에게서 가장 많은 위로와 힘을 얻어간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지만, 역시 내가 나온 부대가 가장 힘들어 내 군생활이 가장 고되었고, 내가 하는 일이 가장 힘든 법 아니겠는가.
7년 전에 이 영화를 처음 볼 때는 주인공 칼 캐스퍼가 본인 인생의 좋은 일들이 다 이 일덕에 생겼다는 말을 내뱉을 때, 저 말이 무슨 소린가 했다. 그저 지글거리는 치즈 토스트가 더 눈에 들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은 아니다. 고작 7년밖에 흐르지 않았음에도 알 수 있다.
내 인생의 좋은 일들은 다 이 일 덕에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