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길을 잃었다고 해서, 영원히 잃은 건 아니야’
인피니티 사가 이후, MCU 스토리 라인의 필수적인 개념이 되어버린 멀티버스. ‘노 웨이 홈’ 에서 세명의 스파이더맨이 만나는 전율 돋는 장면을 통해 멀티버스라는 세계관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간략하게 보여주었지만 고작 세명의 인물로 묘사하기에는 분명 부족할 수밖에 없을 만큼 멀티버스의 크기는 비대하고 동시에 무한하다. 디즈니 플러스에서 볼 수 있는 마블 시리즈 ‘로키’ 를 보지 않은 채로 그 개념을 완전히 이해하기란 분명히 무리가 있다 아니 보고 나서도 앞으로의 전개를 예측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문제가 여기에 있다. 이전까지는 극장에서 한 편의 영화들을 이어서 보기만 하더라도 이 세계관이 어떻게 이어지고 흘러가는지를 알 수 있었지만, 이제는 디즈니 플러스를 구독하지 않고서는 완다가 왜 갑자기 스칼렛 위치가 되었는지, 닥터 스트레인지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게 돼버렸다. 모든 시리즈를 성실히 챙겨본 나 같은 사람에게는 흥미진진할지 몰라도, 디즈니 플러스를 구독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물음표만이 떠오를 전개임을 부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과연 이게 맞는 방향인 걸까 묻는다면 선뜻 ‘그렇다’ 라고 대답하기는 힘든 지점에 ‘MCU’가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지점은 완다라는 캐릭터다. 닥터 스트레인지라는 제목이 의아하리만큼 완다라는 캐릭터에 더 깊은 몰입과 공감을 자아내게 만든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마지막 전투에서 타노스를 막아서며 ‘넌 내게서 모든 걸 가져갔어’ 라고 말하지만 ‘나는 네가 누군지도 몰라’ 라고 말하는 타노스에게 ‘이제 알게 될거야’ 라고 말하는 완다의 모습이 떠올랐다. 우리는 진짜 완다 아니 스칼렛 위치를 비로소 이 작품을 통해 마주할 수 있게 된다. 끝내주게 멋지다.
영화는 제목 그대로 대혼돈을 보여준다. 동시에 첫 번째 닥터 스트레인지 단독 영화가 그러했듯 시야에 가득 차는 화려한 시각효과가 인상적이지만, 광활하게 넓어지기만 하는 다중우주를 어떤 식으로 감당하고 담아낼지는 계속해서 지켜보고 두고 볼 일이다.
한 번 길을 잃었다고 해서 영원히 잃은 건 아니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