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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젼세이 Oct 11. 2023

수요일마다 길을 잃었다

잘하고 있는 걸까


참 이상한 요일이다. 수요일이 되면 미궁에 빠진다. 앞으로 전진할 의욕도, 그렇다고 널브러질 배짱도 없다. 평소처럼 책상에 앉아 어제 했던 일을 들춰보았다. 집중이 영 안된다. 일요일에 생각을 깨끗이 비웠다 한들 월요일, 화요일이 지나면 세상은 다시 시끌벅적해진다. 



그때마다 내 세상도 조금씩 기운다. 확신에 차서 시작한 일이지만 빠트린 부분이 있을까봐 겁이 난다. 얼른 스케줄 표를 열어보았다. 놓치고 있는 것도 특별히 바뀐 일정도 없다. 분명 어제와 같은 오늘인데 무엇이 나를 괴롭게 하는 걸까. 



어릴 때 나는 공부하는 재미를 잘 느끼지 못했다. 대신 수집하는 걸 좋아했다. '참 잘했어요' 스티커를 하나라도 더 받고자 수업 시간에 손 들어 발표하고, 받아쓰기를 연습했다. 그렇게 하나씩 스티커를 모아 가장 먼저 한 줄을 채웠다. 볼 때마다 뿌듯했다. 잘했다는 말은 기억에서 잊히면 그만. 스티커는 차곡 쌓여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었다. ‘그래, 잘 가고 있어!’



주말 동안 축적한 에너지로 월요일, 화요일을 달렸다. 이쯤이면 뭐라도 보여야 마음이 편할 텐데.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어린 마음이 수요일을 괴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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