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이나 분노의 감정 털어내기

by 정앤정


따뜻한 봄날이다. 상의를 예전보다 얇게 입고 산책 겸 나가는 길이다.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다. 눈앞에 어떤 여자분이 통화하고 있는데 큰 소리로 대화를 나눈다. 대화라기보다 화가 나서 소리 지르고 있다.

워낙 목소리가 커서 그 옆으로 걸어가는데 싸움 내용을 알 수가 있겠다. 여자분의 발밑에는 종이박스와 큰 비닐 가방이 보이는데 그 안에는 밀가루며, 미역 등이 보인다. 마트에서 장을 본 것이다. 장을 본 후 짐이 많아 남편분의 차량으로 도움을 받고자 만나기로 하였는데 계속 만나지도 못하고 주변을 뱅뱅 도는 모양이다.


도대체 이런 일이 몇 번째냐며 말하는 여자분의 목소리가 무척 화가 나 있다. 출발할 때 전화를 했어야지라고 말한다. 아니 소리 지른다. 그 말도 분노가 가득 차 있다. 여자분이 서 있던 만나기로 약속을 한 건물은 큰 건물이라 동네에 사는 사람이라면 알만한데 아마 다른 동네 사는 분인 거 같다. 어딘지 못 찾고 있는 걸로 보아서, 근처에 왔다가 장을 보게 되어 이런 상황이 생긴 것이다. 화가 난 심정도 이해는 간다.



예전에 나도 이런 일을 경험한 적이 있기에 잠깐 스치는 함성으로 따뜻하고 날씨 좋은 날에 어찌하여 화가 잔뜩 나 있는지 유추할 수 있었다.


불현듯 나의 결혼 생활이 떠 올랐다. 이런 크고 작은 사건들의 연속이 결혼 생활이다. 물론 좋아던날들도 많다. 늘 싸우고 힘든 생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부 싸움을 하고 남편을 미워하는 마음도 있었다. 상대방 탓을 하고 내 입장에서만 생각을 하니 나는 다 옳고 잘못한 것도 없다 생각이 든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주변에서 나를 화나게 만든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렇게 상대를 미워하면 기분도 상하지만 몸도 상한다. 기분이 나쁜 상태가 계속되니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잠을 깊이 자지 못하는 상태가 되니 기분도 다운된다. 결과적으로 몸과 마음에 이상 현상을 느끼게 된다. 경험적으로도 느끼는 감정과 몸의 상태이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한다.



마음속에 있는 분노나 미움의 감정을 털어내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남을 미워하면 나 스스로 손해 나는 일이었음을 경험으로 깨닫고 있다. 부부 생활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생활을 해나가면서 만나는 모든 인간관계 속에도 적용이 된다. 이런 과정을 겪다 보면 내 몸이 아프기까지하다. 결국 나의 몸과 마음을 위하여 분노나 미움의 감정을 접는 훈련을 하는 것이 지혜로운 일임을 깨닫게된다. 그런 마음을 갖기는 참으로 어렵다. 이런 깨달음을 얻기까지 아팠던 과정도 있었지만 내 마음을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 또한 힘들었다. 끊임없는 기도와 마음 훈련이 있었다. 상대를 미워하거나 분노하는 마음을 가지면 마음이 속 시원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본인이 스트레스를 더 받게 된다. 미움이나 분노의 마음을 조절하는 길이 내 마음의 평화를 얻고자 노력해야 하는 일이었다. 이런 행동은 행복해지기 위한 일이고, 그 누구를 위한 행동도 아니고, 바로 나 자신을 위한 일임을 알게 된다. 그래서, 마음속에서 미움이나 분노의 감정 털어내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버려야 할 감정이었음을 살아가면서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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