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같이 걷고 싶다

부부의 정

by 정앤정

1월의 주말, 포근하다. 남편과 주말이면 만보 걷기를 하고 있다. 예전에는 등산도 자주 다니고 꽤 열심히 돌아다녔다. 한 겨울 태백산의 눈꽃을 보러 가기도 했었다. 겨울 산행이 더 멋있던 기억이 있다. 작년에도 겨울 산행을 계획했지만 먼 곳으로 떠나는 여행은 할 수 없어 저절로 포기가 되었다. 지금은 코로나 19로 집 가까운 곳의 산책로나 둘레길, 산행을 하고 있다.


밖으로 나가기 전에 항상 날씨를 체크하고 기온이 몇 도인 지를 살핀다. 기온과 날씨에 따라 옷을 어떻게 입을지 선택을 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날씨를 살펴보니 영상의 날씨라 한다. 옷을 평소보다 얇게 입고 나서려고 준비한다. 모자도 쓰지 않고 장갑도 준비하지 않고 나섰다.

밖을 나서니 오랜만에 보는 따스한 햇볕과 봄날 같은 포근함이 기다리고 있다. 바람조차 없으니 벌써 봄이온 줄 착각이 된다. 날자를 꼽아보니 입춘이 얼마 남지 않았다.

대한도 지나고 입춘이 곧 올 테니 겨울이 서서히 물러나려나보다. 날이 따뜻하면 미세먼지가 있을 법도 한데 미세먼지도 없는 깨끗한 봄날을 연상시키는 기분 좋은 날이다.

다음 주 영하의 날씨로 한번 더 추위가 오고 그러다가 서서히 봄이 우리에게로 오겠지?


똑같은 길, 변한 것이 있다면 그날의 복장, 날씨, 그날의 몸상태, 기분이겠지.

한참을 걷다가 산책로에서 아는 분을 만났다. 예전에 같이 살던 동네분이다. 옛날 살던 곳에서 몇 정거장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하여 버스정류장이나, 병원 등에서 아는 분들을 종종 만난다.

병원에서 만날 때면 걱정을 하게 된다. 무엇 때문에 왔을까? 어디가 아파서 왔을까? 나 역시 몸이 불편하여 병원을 찾은 것이니 상대방의 건강에도 관심이 간다. 병원에서 만나 헤어질 때면

“아프지 말아야 할 텐데 신경 쓴다고 하는데 자꾸 아픈 곳이 생기네요. 건강 관리 잘하세요. 살펴가세요” 걱정 섞인 말투와 무거운 발걸음으로 헤어진다.


산책로에서 만나니 참으로 반가웠다. 산속은 비록 겨울이라 나뭇잎이 떨어진 앙상한 나무들의 모습이지만 왠지 산속에서는 건강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 느껴진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산을 좋아하는 이유일 것이다.

부부들을 알고 있었는데 부인은 안 보이고 남편분이 다른 분하고 같이 오셨다.

“와이프는 같이 안 오셨어요?”

“네, 무릎도 아프고 여기저기 아프다고 해서요”

몸이 건강한 편은 아니었으나 건강 관리를 위하여 노력을 많이 하던 그녀였다. 헬스장도 같이 다니고 신앙생활도 열심히 하고 책도 좋아하는 분이다. 정신 건강에도 신경 쓰고 늘 기도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던 모습이 떠오른다. 두 부부가 함께 운동하러 왔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사 온 후 자주 만나지는 못하나 오랜만에 전해 듣는 아프다는 소식에 마음이 짠하다. 바깥 날씨는 봄날처럼 환하고 따스했는데 내 마음이 갑자기 무거워졌다.

잠깐 짧게 대화를 하고 헤어졌다. 우리 부부는 집으로 가려고 발걸음을 옮겼다. 인사를 하고 헤어지면서 옆에 서있는 남편의 얼굴을 보았다.

부부로 살아도 365일 좋은 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날은 이유 없이 미운 마음도 들고 나만 희생하는 것 같은 억울함에 왠지 모를 분노에 슬며시 화가 나기도 하는 날도 있다.

한해 한해 시간이 가면서 남편과 나의 머리에 흰머리가 나고 나이 먹어 가니 안쓰러운 마음도 들곤 한다. 지금 아픈 곳이 없고 건강한 것에 고맙기만 하다. 가정을 위해 남편으로서 아이들의 아버지로서 올곧게 살아준 남편이 새삼스레 다시 보인다.

그동안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바랐을까?


슬며시 옛날 생각이 났고 미워했었던 마음도 생각이 났다. 상대에 바라는 것이 없으면 미움도 원망도 없다고 했는데 내가 많은 것을 기대하고 그 기대에 상대방이 미치지 못하니 남 탓을 하게 되는 것이었지...

시간이 흘러 나이 먹어가면서 여전히 비움을 연습하고 있지만 완벽히 비워지지 않는다.


여전히 운동을 하는 분들은 날씨와 상관없이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다. 날이 추운 날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결같이 체력 관리를 하시는 분들이 많다. 남편과 함께 꾸준히 체력 관리를 하려고 노력 중이다.

늙어가면서 서로 의지가 되고 건강도 챙기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봄날 같았던 날의 산책 시간이었다.

남편과 걷는 산책길을 오래도록 같이 걷고 싶다.

이전 05화미움이나 분노의 감정 털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