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마리 화분

삶의 방식

by 정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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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초 로즈마리를 사가지고 집으로 가는 길. 아파트 현관 앞에 어느 분이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내 손에는 로즈마리 화분을 들고 있었다. 플라스틱 화분이라 무거운 편은 아니었으나 오래 들고 있기엔 부담스럽다. 집으로 들어가려면 아파트 현관 입구에서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야 하는데 외부인인 것 같다. 방문할 집의 주인과 전화 통화를 하는 모양이다.


"제가 열어드릴게요"


내가 열어드리자


"이제 열렸어, 다른 분이 열어서 따라 들어가면 될 것 같아"


내가 먼저 들어가고 그분이 따라 들어오셨다.

제법 큰 로즈마리 화분이어서 바닥에 두고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같이 들어오신 아주머니께서 그 로즈마리 화분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계신다.


"냄새 맡아 보세요. 로즈마리인데 향기가 좋아요".


"나도 알아요"


화초 이름이 궁금하여 뚫어져라 쳐다보고 계신 건가? 하여 내가 먼저 화초 이름을 알려주고 말을 걸었다.

화초 이름이 궁금하여 쳐다본 것이 아니었다. 알고 계신다.



"이거 사신 거예요?"


"네, 향기가 좋아 키워보고 싶었어요. 마침 팔고 있어서 조그만 거 말고 큰 사이즈로 사봤어요.

제가 화초를 잘 키우지 못해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몰라 꽃도 피어 있는 것으로 선택했어요."


새로 오픈한 온실 카페에 들렸다가 구경하고 다육식물만 사려다가 꽃핀 로즈마리를 발견하고 그냥 올 수가 없었다. 요즘같이 집에만 있는 시간이 많은 상황에 향기좋은 로즈마리를 집에서 볼 수 있다면 가격은 조금 나가더라고 꽃을 보면서 행복할 수 있는 시간을 사는 일이기에 구입하고 오는 길이었다.



"저는 고구마를 키우고 있어요"


아주머니께서 핸드폰에 저장된 사진을 보여주신다. 그 사진에는 고구마가 자라 잎이 무성하게 자란 고구마 사진이었다. 집에서 고구마를 키우고 계신 것이다. 나도 예전에 고구마를 키워본 경험이 있어 반가웠다.


"예, 저도 예전에 고구마 키워봤어요. 너무 잘 자라고 예뻐요."


"에구, 비싼 고구마를 먹지 않고 이렇게 키우다니......"

분위기 좋았는데 대뜸 비싼 고구마를 먹어야지, 키우느라 없애버렸다는 그 말이 이상했다. 엥, 이건 무슨 말?


"그렇지만 다른 즐거움을 얻으셨잖아요."

나는 이렇게 말씀드렸다. 그분 말씀도 맞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해석하자면 고구마 한 개의 가격이 얼마인지는 단가 계산하면 나오겠으나 고구마를 키우면서 얻는 기쁨과 즐거움은 또 다른 관점에서 볼 때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최소의 비용으로 더 큰 즐거움을 얻는다면 손해나는 일도 아니지 싶다, 이것은 나의 생각이고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니 그분이 그렇게 생각하셨다면 그분 말이 그분의 상황에서는 맞는 말일 수 있다.


왜 화분을 뚫어져라 쳐다보셨는지에 대한 해답이 사진 한 장을 보여주셔서 얼핏 유추할 수 있었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일부러 돈을 주고 화분을 사서인지? 그것도 작은 모종 사이즈가 아니라 제법 큰 사이즈여서인지?

오래 생각하기는 싫지만, 이것도 내 선택이고 나의 삶의 일부분이다. 돈은 지출이 되었지만 로즈마리 화분을 보면서 행복할 수 있는 시간을 바꾸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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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아래층에서 그분은 내리시고 짧은 대화이지만 사람마다 삶의 방식이 다른 것은 인정하고 각자 행복의 시간을 만들고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도 새삼 다르다는 걸 느꼈다. 어찌됐건 각자의 방식대로 행복의 순간을 만들어나가며 시간은 흘러간다. 정답은 없다. 굳이 따지자면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일이 정답이 될 수도 있겠다.


집으로 들어가서 포장해놓은 종이백에서 화분을 꺼내고 신문지를 제거하고 바닥에 놓으려니 화분 받침이 없어

그릇장에서 오래된 큰 크기의 접시를 밑받침으로 임시 사용하고 있다. 살짝 스크래치가 생겨 아까워서 버리지도 못하고 그릇장에서 오랜 기간 잠자고 있는 접시였다. 결혼할 때 장만한 오래된 접시이다. 화분 받침도 준비해야겠다.


평소에 집에서 스테이크를 해 먹을 때 소고기에 소금, 후추와 올리브 오일을 뿌려주고 로즈마리도 올려주는 작업을 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로즈마리를 사러 갈 수가 없어서 마른 로즈마리를 올려 시즈닝을 하곤 했는데 나중에 굽고 나면 마른 로즈마리잎이 먹을 때 불편했었다. 가까이에 로즈마리 화분을 두었으니 그때마다 소량 사용할 수도 있겠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이제 봄철을 맞아 여기저기서 꽃망울을 터트리며 꽃소식을 듣고 꽃을 볼 날이 많아지겠으나

지금 내 눈앞에 있는 톡 쏘는 향이 매력적이고 작고 귀여운 연보라색의 꽃잎에 매료되어 충동구매를 하게 된 어느 봄날, 로즈마리 화분을 사서 오는 발걸음이 가벼웠고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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