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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몇 퍼센트? 백분율을 사랑하는 대한민국!?

작금의 백분율은 결단의 핑곗거리이자 의존적 호기심에 대한 과학적 포장

한 달이 멀다 하고 기자나 방송 작가한테 전화로 늘 동일한 질문을 받는다.

소리 분석, 성문분석을 의뢰하는 분들에게는 아예 이런 질문이 나중에 나오지 않도록 최초 안내 시부터 원천 봉쇄한다.


바로 그 질문은

           "그래서 몇 퍼센트인가요?"

           "아니 그래서 대충 몇 퍼센트인데요?" - 이런 질문까지 받으면 난 슬슬 화가 나기 시작한다.


전문가에게 수치적 결과를 듣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나,

해당 전문가가 신이 아닌 이상,

수치를 언급한다는 것은 과학적 객관적 보편적 합리적 논리 논증에 의해 정확한 계산으로 나온 결괏값이 아니면 말하지 않아야 한다.

이것이 무슨 병원에서 통증을 물을 때,

"환자님, 지금 많이 아프시죠? 그 통증이 1부터 10까지라고 할 때 몇 정도라고 생각하세요?"식의 질문은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작금의 시대에서 우리가 흔히 듣고 말하는 백분율, 몇 퍼센트라고 말하는 것은 이미 과학적 수치로써의 그 지위를 잃었다고 난 감히 말하고 싶다.

이유는 앞서서도 언급했지만 백분율을 묻는 질문 앞에 늘 한 단어처럼 따라붙는 형용사도 아닌 부사'대충'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이 '대충'이라는 포용력 높은 부사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유혹에 넘어가 응답한다.

과학적 객관적 보편적 공식 계산 절차 없이 바로 자신의 주관적 감흥에 빠져들 때이다.

보다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전문가로서의 위엄을 만천하에 공표하고자 하는 마음이 앞서, 만용에 의한 내적 심리 허세가 외적으로 발현되는 결과물이 바로 그 근거 없이 몇 퍼센트라고 말하는 행태라고 난 감히 주장하고 싶다.

그 이유는 나 역시도 전문가로서 그런 말을 하지 않으려고 마음먹기 전에는 자연스럽게 단골처럼 그런 말과 글을 자주 사용했고, 그런 말을 할 때 내 심리상태를 미루어 짐작해보면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의 발로였음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주파수 등에 대한 범위적 수치는 어쩔 수 없이 어림짐작으로 가이드라인을 잡을 수밖에 없는 것이 과학적 현실인 만큼 알면 알수록 우리가 무엇을 모른다는 것만 알아감에 가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최대한 결론에서 만큼은 의미 없는 백분율의 사용 난발로 듣는 이로하여금 마치 엄청난 과학적 계산에 의한 정확한 결괏값 인양 오해하지 않도록 늘 조심하고 있다.


그래서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니 그들은 이런 말로 결론을 내리는 것을 찾게 되었다.

High -probability, Medium-probability, Low-probability

한국말로 바꾸면, 높은 확률, 보통 확률, 낮은 확률로 볼 수 있다.

특히 확률이라는 단어는 우리 뇌에서 사안에 따라 가능성이라는 의미로 재해석되기 때문에, 확률=가능성이라는 속성을 이해하면서 다음 글을 읽으면 이해에 더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즉 예를 들어 수치로 '80~90%의 확률(가능성)이 있다'라고 하는 결론과 '확률(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하는 것의 차이를 비교하자면, 언뜻 봐서는 동일하게 보여도, 심리적 판단의 과정에서 보면, 수치로 언급한 전자는 내가 그 전문가의 결론에 따라 판단할 경우 십중팔구는 옳은 판단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후자의 '확률(가능성)이 높다'라는 말에는 뭔가 불명확한 느낌의 여지를 느낄 수 있다. 이유는 전자는 '80~90%'의 수치가 눈에 확 들어오는 반면, 후자는 '확률(가능성)'이라는 단어에 방점이 찍혀 있음을 어감을 통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전자는 80~90%의 높은 수치가 그 반대의 10~20%의 확률(가능성) 보다 훨씬 커 보이므로 나름의 스스로 수학적 계산(100-80=20, 100-90=10)을 한 번 뇌에서 거침으로써 합리적 자신의 판단과 선택에 있어 위로를 받으며 큰 망설임 없이 결심을 할 수 있지만, 후자는 '확률(가능성)'이라는 불확실한 언어적 표현에 억눌려 비록 '높다'라는 말이 있음에도 전자처럼 수학적 계산이라는 뭔가 명쾌한 답을 스스로 계산하여 내린 결론의 과정-비록 초등학생조차도 유치하다 할 계산과정이지만-이 없기 때문에 뭔가 불안 심리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는 2002년 심리학자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다니엘 카드먼이 언급한 인간 뇌의 판단 회로 시스템1, 시스템2로 명명한 스키마와 그 맥락이 닿아있다고 필자는 해석한다. 궁금하신 분들은 '다니엘 카드먼의 행동경제학'을 검색해보기 바란다.

따라서 같은 결론임에도 수치로 표현한 것과 말로써 표현한 것은 우리에게 다가오는 심리적 어감으로써는 확연하게 다름을 알 수 있다.

때문에 혹자들이 의뢰인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비록 비과학적이고 주관적일지라도 백분율 수치 표현을 사용하자는 의견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전문가의 자문에 있어 소임은 의뢰인의 판단과 선택을 단순화시켜주는 것 외에도 다양한 가능성을 생각하게 하여 만에 하나라도 있을지 모르는 최악의 경우에 관한 대비책을 마련토록 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임무이므로 절대 타협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라 말하고 싶다.


모든 것을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식의 관점에서 보다 보면 안일함에 길들여져 아주 낮은 확률임에도 최악의 상황이 발생되었을 때 더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쳐 더 큰 재앙이 되는 경우를 우리는 역사를 통해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가 의뢰인의 마음 편하게 하고자 자신의 소임을 망각한다면 이는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일을 자초하게 될 수 있음을 우리는 근래에 세월호 참사를 통해서도 뼈저리게 알았듯이 또다시 이런 불행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앞으로 어떤 전문가가 몇 퍼센트의 확률로...라는 말을 한다면 우리는 이렇게 말하자~!

무슨 근거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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