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 26
자신 있게 여기서 내려야 한다고 친구를 재촉한 게 민망해졌다. 정류장 이름이 비슷한 나머지 잘못 내렸다. 분명 내리자마자 보여야 할 도착지가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그마저도 반대 방향으로 걷다가 잘못 내린 사실을 깨달았다.
두 정거장을 걸어가는데 한 가게가 눈에 띄었다. 도심 한복판에 초등학교 때 꾸준히 들렸던 분식집이 생각나는 가게였다. 목이 마르기도 했고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음료 하나를 샀다. 그 음료수에서 익숙한 듯 새로운 맛이 느껴졌다. 친구는 걸으면서 계속 불안해했다. 나에게 처음 가보는 길이니 버스를 다시 타고 가자고 했다. 그래도 나는 두 정거장이면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고 친구를 설득했다. 우리는 난생 처음 가보는 길에서 표지판을 보고 지도를 찾아보며 걸었다.
걷다 보니 돌담길에 그려진 벽화를 볼 수 있었다.
예쁜 그림 사이에 이런 문구가 쓰여 있었다. 나와 친구는 그 글귀가 써진 벽 앞에서 서로의 사진을 한 장씩 찍어 주었다. 내심 나를 원망하던 친구도 우리가 정류장을 잘못 내려 걸어가고 있다는 걸 조금 잊은 듯 했다. 길을 제대로 알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작게나마 위로받을 수 있었다. 조금씩 걷다보니 우리가 찾던 곳이 눈앞에 나타났다.
사실 버스를 타기 전 식당을 찾을 때도 길을 한번 잘못 들었었다. 잘못 찾아간 골목길에는 빨주노초파남보로 칠해진 기다란 계단이 있었다. 그곳에서도 우리는 사진을 남겼다. 배가 고팠지만 그 계단이 너무 예뻐서 잠시 시간을 낼 수 있었다.
두 정거장을 걸어가는데도 새로운 음식을 먹고 새로운 길을 본다. 낯설지만 와 닿는 무엇이 있다. 앞으로 나는 또 얼마나 돌아갈까. 돌아간다는 건 확실히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길을 찾아가는 게, 또 길을 잃는다는 게 두렵다. 내 앞에 보이는 뿌연 것이 잠깐 스쳐지나가는 안개가 아니라 내 몸을 헤치는 미세먼지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돌아가는 길을 피하고 싶지 않다. 나는 길을 잘 잃는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길을 마주한다.
두렵다할지라도 얻는 것과 남는 것이 있어 나는 계속해서 해쳐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