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넷째 주
현재 시각 오전 12시 40분.
주말에서 평일로 넘어가는 시간이다. 평일에는 되도록 한 시 이전에 자려고 노력한다. 내일은 9시 출근이니까 12시 반까지 작업을 하다 자려고 했지만, 실패다.
작업이라 함은, 회사 업무를 손 보고 책방 의자를 고르는 일이다. 회사 일은 회사에 있을 때만 하면 되지만 갑작스럽게 금요일에 일이 주어졌고 기한은 다음 주 화요일까지이다. 나는 월요일에 반차를 냈다. 업무를 준 상사는 화요일에 출장을 간다. 고로 월요일 오전까지 어느 정도 완성이 되어야 한다. 이제 입사 한 달 반. 손이 느린 신입은 주말에 일을 가져왔다.
토요일은 책방 일을 하느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느라 일을 미뤘다. 그래도 일요일이 통째로 남았으니 괜찮다. 4시까지 겨우 일의 흐름을 파악하고 땅! 시작하려는데 친구들이 책방에 왔다. 그것도 세 명이나! 좁은 나의 인맥은 나를 포함해서 친구 무리가 4명이 넘어가지 않는다. 갑자기 방문한 친구들은 정말이지 반가웠다. 빵도 사 오고 책도 사주고 더할 나위 없다. 사실 오랜만에 나눈 대화가 좋았다. 그 친구들에게 여전히 미안한 점은 책방에 의자가 없다는 것이다. 카페도 아니고, 책방에 의자가 없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이미 내가 앉은 의자 외에 한 개의 의자가 있기 때문에 한 명 정도 앉을 자리는 있다. 가족 손님이 오면 엄마랑 아빠가 책을 고르고 어린 딸 아이는 자연스럽게 의자에 앉았다. 그 정도면 자리는 충분하다. 좁은 책방이라 의자보다는 책을 놓을 수 있는 선반이나 매거진랙을 먼저 사고 싶었다.
그러다 두 명의 친구가 놀러와 한 명이 시멘트 벽돌에 앉는 모습을 보면서 의자를 사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그래, 손님이 앉지 않을 때는 그 위에 책을 올려놓아도 좋고 언젠가 이곳에서 모임을 열 수도 있다.
그래서, 오늘은 의자를 사고 주말을 마무리해야겠다 싶었다. 친구들이 와서 못한 회사 업무는 생각보다 금방 끝났다. 틀을 잡아놨으니 내일 오전에 호다닥하고 오후 반차로 튀면 그만이다. 다음은 의자 주문인데 눈이 자꾸 감기는 이 시점에도 의자를 고르지 못했다. 처음에는 소파를 사고 싶었다. 아니 아주 처음에는 조금 흔할 수도 있는 접이식 철제 의자를 사려고 했다. 다른 책방에서 그 의자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가구가 겹치면 좀 어때? 괜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짙은 파랑의 벽과 오렌지색이 잘 어우리는 듯해 오렌지색 조명을 주문한 상태이다. 색깔을 맞춰볼까. 오렌지색 의자를 폭풍 검색. 아, 오렌지 색상만 품절이다. 당근마켓과 중고로운 평화나라도 가 봤지만 별 소득이 없다. 검색의 검색을 거듭했지만 마음에 드는 의자는 비싸거나 품절이다.
웬 발매트가 눈에 들어온다. 이거나 살까? 일단 즐겨찾기에 저장. 의자부터 사고 보자. 잠시만 책을 주문할 때도 이렇게 고민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뭔가 뒤바뀐 기분이다. 아니, 그래도 의자는 중요하다. 등받이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주문 사항만 늘어간다. 오늘은 일단 자고 내일 꼭 의자를 주문하자. 발매트도 주문하고 책방에 구색을 갖춰야지. 주말이 빠르게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