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은 선거 날

평일은 회사로 주말은 책방으로 출근.

by 진진

4월 셋째 주



태국에서 돌아와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치고 출근했다.

태국에 있는 동안 일자리 제의를 받았다. 책방을 열 예정이었지만 모아둔 돈이 부족해 자신이 없었다. 코로나는 핑계일지도 모른다. 전에 인턴으로 일한 적 있는 회사라 두려운 마음도 없었다. 사실, 이 회사와 서점의 거리가 가까워 내심 바라고 있기도 했다. 그렇게 평일에는 회사로 출근하고 주말에는 책방을 여는 투잡생활을 시작했다.


회사는 3월 중순부터 나갔고, 서점은 이래저래 준비할 게 생겨서 3월 말에 겨우 열었다. 회사 출근이야 몸만 나가면 일이 쏟아지지만 책방은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정하고 실행해야 하는 일투성이다. 페인트 칠을 하고 커튼을 달고 가구 배치를 다시 하고 책상을 들여놓고 카펫을 깔고 책을 구매해 조금씩 채우고 있다. 간판도 달았다. 그래도 아직 차린 게 부족하다. 영업시간은 12시부터 8시다. 회사 출근과 마찬가지로 8시간을 보낸다.


오늘은 비가 오는 일요일, 처음으로 손님이 한 명도 오지 않은 날이 될지도 모르겠다. 현재 시각 6시 3분. 퇴근까지 두 시간 남았다. 그래도 크게 우울하지 않다. 평일에 회사를 나가니까, 버틸 돈이 나오는 월급날이 다가오니까 이런 날도 괜찮다. 서점이 안정될 때까지 회사에 정을 붙여보자. 제발.


오늘이 덜 우울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선물 받은 히아신스 꽃봉오리가 실시간으로 피어나고 있다. 줄기만 하염없이 자라더니 빨간 봉오리를 보이다가 오후로 갈수록 빨강이 점점 고개를 내민다. 처음에 선물 받은 유칼립투스는 금방 말라 죽어서 히아신스도 그럴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주말만 나오는 책방이지만 평일 저녁에도 별일 없으면 이따금 나온다. 나와서 하는 일이 수경재배하는 히아신스의 물을 갈아주는 것이었는데 헛된 일이 아니었다.


비록, 한 달 동안 푹 쉰 날이 선거 날 뿐이었고 그날도 저녁에는 책방에 나와 자리를 지켰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 회사 일도 곧 적응이 되고 내 몫을 해낼 수 있을 테다. 님도 보고 뽕도 따고 가재 잡고 도랑 쳐야지. 더군다나 남은 4월은 석가탄신일이 남아 있고 근로자의 날이며 어린이날까지 있다. 서점에 있으면 일하는 기분도 들지 않는다. 조금 진이 빠질 뿐이다.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싶다는 욕구가 들 뿐이다. 그럴 수는 없다. 주말만 여는 책방이기도 하고, 회사에서 8시간을 보내는 만큼 책방에서도 꼬박 8시간을 보내고 싶다. 괜한 규칙을 만들었다. 괜히 OECD 국가 근로 시간 순위를 찾아본다. 우리나라가 2위다. 이런 불합리한 구조에 보태기를 한 것 같다.


회사에서 보내는 8시간과 서점에서 보내는 8시간의 무한 반복, 365일.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서점을 지속하기 위해 일을 한다는 것. 우선순위를 바꾸지 않기. 서점 퇴근까지 한 시간 반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