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10
5월의 긴 연휴가 지나갔다. 연차는 6월에 있을 집 이사를 위해 아껴둔다. 언제일지 모를 도서관 납품 일자를 위해 남겨둔다.
도서관 납품을 하지 않았더라면, 회사에 다니지 않았더라면, 서점을 어떻게 운영할 수 있었을까. 시작 전부터 아르바이트를 고려하고 벌인 일이지만 만약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서점을 연지 일곱 번째 주말이 지나가고 있다. 일곱 번째 일요일이 지나가고 있다. 배가 고프다. 오늘 최대 고민은 저녁으로 햄버거를 먹을지, 회덮밥을 먹을지 정하는 일이다. 그밖에 큰 고민은 미루고 싶다.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당장 월요일에 보고할 기획안을 붙잡고 있다. 탐탁지 않다. 비가 와서 그런지 다시 코로나 확진자가 두 자릿수를 넘겨서 그런지 손님도 없다가 방금 손님이 한 명 왔다 갔다. 얼굴이 낯익다. 저번 주만 해도 처음 오신 분인 줄 알고, 책을 사면 드리는 열다북스의 <여성의 성별에 기반한 권리 선언>을 드렸는데 이미 받았다고 하셔서 재방문 손님인 줄 알았다. 오늘도 방문해주셔서 무척 감사하다는 말은 못 전하고 음악만 튼다. 새책도 꽤 들여놓았는데, 마음에 드시나요? 묻고 싶었지만 조용. 책을 사지 않고 돌아가시는 걸 보니, 취향은 아닌가 보다.
배가 고프다. 그러고 보니 점심이 부실했다. 베이글 하나만 먹었다. 저녁은 든든한 회덮밥이 좋겠다. 결국 기획안은 엉성한 상태로 들고 가야 할 것 같은데, 희한하게 자괴감이 들지 않는다. 어떻게든 될 것 같은 마인드가 생겼다. 내일 회사에 좀 일찍 출근해서 기획안을 만져볼까. 뭘 더 보완해야 하지? 보완할 것투성이겠지만, 그러니까 무엇을. 언제쯤 명확해질지 모르겠는 서점 영업 한 달 반, 회사 신입 두 달 차의 일기. 오늘은 일기마저도 엉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