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책방

카카오 30일 프로젝트를 마치며

by 진진

서울시 동네서점 긴급 지원으로 시작한 카카오 프로젝트 100을 마쳤다. 도서 한 권을 선정해 30일 동안 서점이 제안하는 방식대로 인증하는 프로젝트이다. 이 사업을 통해 카카오프로젝트100의 존재를 알았다. 코로나가 거세질지 전혀 몰랐던 작년 이맘때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적이 있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 인턴을 할 적이었다. 인턴 때 업무는 과하지 않아서 남는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싶었다. 대놓고 딴짓을 할 수는 없으니 글을 쓰는 게 좋겠다 싶었고, 혼자 하기는 싫었다. 마침 이슬아수필집을 밑줄 쳐가며 읽었던 때라 온라인으로 서로가 쓴 글을 주고받으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4월 봄맞이 글쓰기' 모임을 열고 오픈 카톡방 안에서 익명으로 글을 나누었다. 매일 어떤 글을 쓸지 기다려지는 시간이었다.
그때를 떠올리며 이번 모임 방식을 짜 보았다. 글을 쓰는 대신 책을 읽는다는 점이 달랐다. 어떤 책을 읽을지, 많이 고민하지 않았다. 봄알람 출판사에서 나온 <꿈을 그리는 여성들>이 제격이라는 판단이 빠르게 섰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모임이 아니기 때문에 매일 할 수 있는 재미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꿈그여는 컬러링북으로 나온 책이다. 여성 위인이 해낸 업적과 그 삶을 소개하고 한 쪽에는 일러스트를 그려 놓았다. 읽기와 함께 색칠하기가 더해진 인증이면 활자만 읽는 것보다 재미있을 것 같다. '여성의 이야기가 고전이 되는' 클래식책방에서 소개하기 좋은 책이기도 하다.
책은 쉽게 골랐고, 지원서도 가뿐히 썼다. 걱정은 서울에 많은 동네책방 중에서 우리 책방이 선정될지 자신이 없었다. 가까운 책방 사장님은 당연히 될 거라고 안심을 시키는데, 안 되면 많이 슬플 것 같았다. 사장님 말대로 군걱정이었다. 사업에 선정되고 나니 이 프로젝트를 신청할 사람들이 많을까, 다른 걱정이 따라왔다. 소심하게 20명을 정원으로 해두었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정원이 모두 찼다. 카카오프로젝트100이 있다는 걸 이제 알았는데 참여하는 사람이 꽤 있나 보다. 대기업은 남다른가 보다. 감사합니다. 서울시! 카카오!를 외치며 5월 1일부터 인증을 시작했다.
매니저로 프로젝트 참가자의 사기를 돋우며 매일 인증해야 한다는 강박은 뿌듯함 반, 스트레스 반이었다. 매일 퇴근하고 시간을 내서 책을 읽는 게 쉽지 않았다. 인증을 위한 인증을 한 날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을 내어 고요하게 색칠하고 여성 위인이 살아온 날과 업적을 읽는 시간은 분명 나에게 좋은 원료가 되었다.

"당신이 하는 일이 변화를 만든다. 당신은 어떤 변화를 만들고 싶은지 정해야 한다." - 제인 구달
"중요한 것은 재능이 아니라 재능이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 마리암 미르자하니

기록해야 할 문장들, 사람들. 책이 사람으로 보일 때가 있다. <꿈을 그리는 여자들>에는 20명의 사람이 있다.

100% 인증을 마친 5명의 참여자 중에 나는 없다. 하루를 빼 먹었다. 매일 알람까지 맞춰가며 인증을 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매일 인증을 한 5분은 뭘 해도 될 분들이다. 다음주에 지원금이 들어올 예정이다. 그 돈으로 서점 월세를 내고, 책을 살 수 있다. 저녁 한 끼도 마음 편히 먹을 수 있다. 이번에 사는 책들은 좀 팔렸으면 좋겠는데. 책 참 안 팔리는 주말이다. 코로나 때문에 장사가 안된다고 에둘러 이야기하고 싶지만, 코로나 때문만은 아니란 걸 잘 알고 있다. 오히려 나에게 코로나는 책방 지원금을 받게 해주었다. 책방의 첫 모임을 온라인으로 시작하게 해주었다. 매일 참가자분들이 인증하는 그림과 글을 볼 수 있었다. 세상은 헷갈리고 단정 짓기 어렵다. 책방이 여전히 장사가 안돼서 접게 되면 그때 코로나랑 같이 장사를 시작해 잘 안 되었다고 말하려나? 지원 사업은 끝났다. 이제는 내 힘으로 서점을 먹여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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