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7
주말 하루 처음으로 책방 문을 닫았다.
현충일이 공휴일이고 공휴일에는 책방을 닫아도 된다는 것을 바로 전날 떠올렸다. 당분간은 평일에도 열고 있으니 토요일 하루쯤은 닫아도 될 것 같다는 나태함의 속삭임이 나를 꼬드겼다. 자정에서 새벽으로 넘어갈 즘 인스타에 휴무 공지를 올리고 잠에 들었다. 얼마 만에 놀토인가! 집에서 하루 종일 글만 써도 좋을 것 같았다. 쓰고 싶은 글이 생겼는데 시간이 없어 이것저것 메모만 해둔 상태였다. 맘 먹고 글쓰기를 한다는 좋은 핑계도 더해졌다.
아침에 눈을 뜨니 생각난 게 있다. 바로 이번 주말에 북페어가 열린다는 것이다. 주말에 열려 갈 수 없었는데 휴무이니 들러볼 수 있다. 코로나로 여러 북페어가 취소되어 오랜만에 열린 북페어였다. 다른 작가분들의 책도 구경하고 잘하면 입고를 요청할 책의 목록도 생길 것이다. 결국 책방 일과 연결해 북페어를 가기로 했다. 코로나 시대이지만 집에서 온종일 있는 날이 없다. 개인 위생을 신경 쓸 뿐이다. 가기로 계획한 북페어는 서촌에서 열리는 책 보부상이다. 책 보부상은 작년에 간 적이 있는데 사람이 무척 많았던 기억이 있다. 대부분의 북페어에는 사람이 많은 편이지만 책 보부상이 열리는 서촌 베어카페는 이동 공간이 좁은 편이라 더 그렇게 느껴졌다. 코로나에 대비해 어떤 식으로 진행하는지 궁금했는데, 안심해도 될 만했다. 방문객의 체온을 재고 명단을 작성하고 무엇보다 위생 장갑을 나누어주었다. 에어컨 바람이 닿는 실내가 아닌 실외에서 더운 와중에 마스크를 쓰고 계시는 작가님들을 보니 괜히 짠했다. 그 마음으로 더 열심히 책을 살펴 보았다. 책방에 두면 좋을 책을 몇 권 발견했다. 그 책을 쓴 작가님들의 명함을 챙기고 나와 다른 서점으로 향했다.
성수에 있던 오에프알서울이 가까운 곳에 있다. 성수에 있을 때도 가보았고 파리에 있는 오에프알도 가보아서 옮긴 곳의 분위기가 궁금했다. 역시 만지고 싶은 물건으로 가득했다. 성수에 있을 때와 비교하면 책보다 옷이나 액세서리, 가방 같은 잡화가 늘어난 것 같다. 파리의 오에프알은 책이 가장 많고 굿즈가 조금 있고 전시 공간이 넓게 있었던 기억이 있는데 서울은 또 다르다. 구경을 마치고 카페에 가려다 더북소사이어티가 가까워 오랜만에 들렸다. 전에도 여름에 왔었는지 돌아가는 선풍기가 익숙하다. 여전히 촘촘한 책들 사이에서 몇 권 만지작대다가 나왔다. 목이 마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절실한데 갈 만한 카페가 없다. 겨우 들어간 카페에는 자리가 없고, 두리번대다 보니 역사책방이 있다. 원래 저 자리에 없었던 곳 같은데 카페도 같이 하길래 들어가 주문해 앉았다. 드디어 글 쓸 공간에 왔다. 책방 출근을 하지 않으니 하루가 길다.
하루가 지나 일요일이다. 전과 같이 책방 문을 열었다. 웬일로 손님이 많다. 분명 엄연한 가게인데 손님이 많은 게 어색하다. 그러니까 한 손님이 책을 보고 있는 와중에 다른 손님이 들어오는 풍경이 낯설다. 어제 하루 문을 닫은 게 운을 트이게 했나보다. 가끔 이렇게 쉬어가도 좋은 것 같다. 내 안의 나태 세포가 힘을 얻었다. 그래도 주말에는 책방을 열 것이다. 하루 쉬어보니 알았다. 쉬어도 책방에 가는 게 내 일이라는 것을. 차이점은 남의 책방을 가느냐, 내 책방을 가느냐일 뿐이다. 이번 주말도 어김없이 책방을 연다.
(제목 사진은 구경하기 좋은 남의 책방 더북소사이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