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01
책방을 막 열었을 때 평일에도 매일 책방에 들리고는 했다. 퇴근하고 책방에 오면 7시, 이것저것 정리하고 나면 9시. 지금은 월요일에서 금요일로 갈수록 체력이 고갈되어 금요일에는 쓰러지듯 자는데 불과 몇 달 전에는 어떻게 평일에도 책방을 열었는지 모르겠다. 책방을 열었다고는 하지만 정식으로 오픈을 알리지 않았다. 책방에 오면 의식처럼 걷어두는 커튼도 걷지 않은 채로 둔다. 그러면 신기하게 손님이 들어왔다. 평일 저녁은 책을 팔러 나왔다기보다 글을 쓴다거나 책을 정리한다거나 책에 딸린 부록처럼 나온 것이기 때문에 손님이 오면 좋고 안 와도 상관없다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다. 초조한 마음없이 보낸 시간이라 손님이 찾아왔는 지도 모르겠다.
그럴 때도 있었는데, 여름이라 덥고 습해서인지 이유 모를 무기력증에 요즘은 그냥 쉬고 싶다. 그래서 쉬었다. 저번 주는 매주 쓰던 브런치 글도 넘겼다. 책방은 중복을 핑계 대고 쉬었다. 평일에 회사도 계획 없이 휴가를 내어 쉬었다. 쉬었으니 다시 쓴다.
책방에 오지 않는 평일에 나는 회사에 간다. 9-6가 지켜지는 회사에 일하는 게 복이라고 생각한다. 평일 저녁은 내 것이다. 월요일 저녁에는 충동적으로 직장 동료이자 대학 동기인 친구와 저녁을 먹었다. 왠지 집으로 바로 가기 아쉬운 날이 있다. 친구랑은 9시부터 6시까지 함께 있어도 대화다운 대화를 나누지 못한 날이 많으니 이렇게라도 저녁을 먹고 나면 몇 달은 더 회사를 나갈 힘이 생긴다.
화요일 저녁에는 오랜만에 새로운 책방에 갔다. 얼굴만 알고 지내다가 우연히 기회가 되어서 찾아갔다. 책방 사장님이 직접 만드신 복숭아 잼을 얻어먹고 여러 책과 잘 꾸며놓은 책방을 구경하느라 꽤 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갔다. 돌아가는 길에 자취생은 잘 챙겨 먹어야 한다며 남은 복숭아 잼과 함께 챙겨주신 음식도 같이 집으로 갔다. 오늘 아침에 그 사이 껴 있던 과자를 하나 까먹고 왔다.
수요일 저녁은 서울 국제 여성영화제에서 주최한 씨네 페미니즘 강연을 들었다. 영화를 보고 작가님의 강연을 듣는 형식인데 이번 강연은 단편 모음을 보고 강연을 듣는 구성이었다. 단편영화를 좋아하는 편인데도 그날 처음으로 단편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았다. 영화도 너무 좋았고, 작가님의 솔직한 이야기를 전해 들은 유익한 시간이었다. 근래 들은 페미니즘 강연 중 가장 좋았다. 어떤 의견을 강요하기보다 공유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추천해주신 자연주의 사각 드로즈도 사 입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연은 총 3시간이어서 끝나니 밤 10시였다. 저녁을 먹지 못해 함께 간 친구와 김치찌개에 라면 사리를 추가해 먹고 헤어졌다. 어제 들린 책방에서도 늦게까지 이야기하느라 집에 도착하니 12시가 넘은 시간이었는데 이날도 집에 늦게 들어갔다.
목요일. 충동적으로 휴가를 냈다. 이미 8월에 휴가를 하루 내기도 했고, 혹시 모를 서점 업무 때문에 연차를 쓰게 될까 봐 7월은 쓰지 않고 아껴두려고 했다. 그런데 이번 주 내내 바빴던 평일 저녁과 달리 평일의 9시부터 6시는 어쩐지 의욕이 나지 않아서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갑작스러운 휴가도 허용이 되는 회사에 다닌다는 걸 복이라고 생각하며. 휴가를 내고 나니 귀신같이 새로운 업무가 들이닥쳤다. 돌아올 월요일이 걱정이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싶다. 목요일 저녁은 다음날 회사를 가지 않는데도 일찍 잠에 들었다. 10시에 자서 10시 쯤 일어나니 더 바랄게 없었다.
평일의 9-6시와 주말의 1-7시를 노동하는 시간으로 정해놓으니 평일의 저녁을 어떻게 보내냐에 따라서 하루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내일의 피곤이 되기도 한다. 다음 주는 논만큼 바쁘게 흘러갈 것 같다. 약속 잡지 말고 얌전히 집에 들어가야겠다. 밀린 쓰레기도 처리하고 일찍 잠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