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의 휴일

20200817

by 진진

공식적인 여름휴가가 지나간다. 책방의 휴무는 평일이지만, 평일에도 일을 해 현충일이나 광복절 같은 공휴일이 주말일 때 서점은 진정한 휴무를 맞는다.


8월 15일이 마침 주말이다. 책방 sns에 여름방학이라 칭하고 광복절을 포함한 주말을 쉬기로 정했다. 17일이 임시공휴일로 정해지기 전에 낸 휴가라 얼결에 17일까지 나흘의 휴가가 생겼다. 얏호!

광복절을 낀 금, 토에는 강릉에 갔다. 서울에서 가깝기도 하고 강릉에 가보고 싶은 서점이 생겼다. 언젠가 서점을 연다면 그 서점의 조건은 단 하나였다. 서울이 아닌 공간에 열기. 지금 생각하면 그 이유 하나마저 지키지 못한 채로 서점을 연 게 웃기지만, 어쩌면 잘한 선택 같다. 더 나아가 서울이 아닌 바다가 있는 곳에 서점을 열고 싶었다. 정작 바닷가 근처에 살아본 적도 없으며 연고가 있지도 않다. 서점을 차린 과정을 돌이켜보면 도움받은 일이 참 많고 또, 가깝기 때문에 일부러 들러준 사람도 많다.

그러니까, 이번에 간 강릉의 서점은 내가 열고 싶었던 모습의 서점이다. 이름도 '한낮의 바다'. 왜 바다가 있는 곳에 서점을 열고 싶었냐면 이미 서울에는 동네책방이 다른 동네들보다 많은 편이고 바다가 있는 곳은 꼭 돈을 쓰지 않고 바라만 보는 것만으로 시간이 잘 흘렀기 때문이다. 짧게나마 제주도에 있는 책방들을 돌아본 경험도 한몫했다. 한낮의 바다는 인스타그램으로 봤던 모습과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모습으로 있어줘서 구석구석 구경하는 맛이 있었다. 처음에는 손님이 몰려 제대로 구경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좀 지나자 차분하게 책을 볼 수 있었다. 정말 마음에 드는 서점에 가면 이 서점이 있는 이 동네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서점을 또 만났다.

어떤 책을 하나 살까 세 바퀴쯤 돌아보다가 코피루왁 작가님의 신간을 사서 후루룩 읽었다. 작가님의 팔 안에 새겨진 문신의 의미를 책 한 권을 읽으며 알아가서 좋았다. 요즘 드는 생각이 꼭 저 타투와 같은 뫼비우스의 띠 같다. '회사를 관두고 싶다 > 그래도 2녀는 버티자 > 2년 뒤에 모은 돈으로 서점을 1년 간 지키는 생활을 하자 > 그러고 다음을 생각하자.'

이 무한을 회사가 지겨워질 때마다 떠올리는 거다. 서점을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한다는 생각에 우울해질 때마다 떠올리는 거다. 회사도 다니고 서점도 열지만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찾아올 때마다. 이 띠는 여행에 오면 잠시 툭 끊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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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짧게도 끝났고, 휴일이 하루 더 남았다. 하루 종일 집에 있으려다가 팔로우해둔 북다마스의 오픈 소식을 보았다. 여섯 시까지 연다고 한다. 세시쯤이었고 지금 준비해 출발하면 다섯 시에는 도착할 수 있다.

북다마스는 다마스에 책을 담아 카페 앞에 문을 여는 서점이다. 언젠가 이런 서점의 해외사례를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어릴 적 아파트에 주로 전집 위주의 책을 팔던 이동식 책방이 기억난다. 이런 동화도 있고, 바다 근처 책방처럼 언젠가 이런 서점을 열고 싶어 먼저 하고 있는 모습을 보러 가고 싶어 졌다. 몰랐는데, 북다마스의 오픈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내셔서 그 책을 샀다. 그 책을 구매해서인지 북다마스를 알고 왔냐는 질문에 인스타그램 팔로우를 해두었다는 간단한 대답만 겨우 했다. 부끄럽지만 나도 모르게 북다마스를 처음 보고 당연히 남자 사장일 줄 알았다. 운전을 하며 이곳저곳 다닌다는 배경 하나만으로 성별을 단정 지어버렸다. 정작 나도 하고 싶었던 장사였으면서, 잠시 반성하고 다시 보니 더 멋있는 작업으로 보였다. 사장님이 쓴 책을 읽으니 그 과정을 알게 되어 더 함부로 얘기할 수 없고 오래 이 일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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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섬주섬 챙겨주신 스티커도 받았다. 휴일의 마지막 날 갈까 말까 망설이다 가길 잘했다. 바다 근처의 책방, 이동식 책방 모두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금호동의 작은 책방을 지킨다. 정말 작은 이 책방 역시 내가 하고 싶었던 그림의 책방이다. 정말 작은 규모의 책방. 딱 이곳을 왔을 때 이런 크기의 책방을 운영하고 싶었다. 돌아오는 길에 책방을 어떻게 또 꾸밀지 열심히 인터넷을 뒤지며 집에 왔다. 휴일 동안 책방 생각을 많이 해서 좋았다. 뫼비우스의 띄는 여전히 돌고 있지만, 툭 끊기는 날도 올 것이다. 다름 아닌 내가 끊을 테다. 큰 가위로 땋은 머리를 툭 자르듯이 이 뫼비우스 띠를 탈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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