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온 손님

20200829

by 진진

김혜리의 필름클럽을 들으면서 3시 30분쯤에서 4시가 될 때까지 살짝 눈을 감았다 떴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주문한 책을 한 권 후루룩 보고 나니 첫 손님이 책방에 들어왔다. 마스크를 써서 손님의 얼굴을 모두 볼 수는 없지만 주기적으로 오는 분들은 알아볼 수 있다. 오늘 온 첫 손님은 처음 방문한 분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전에도 자주 오던 손님이었다. 머리색을 바꿔서 못 알아보았다. 괜히 아는척해본다.


일전에 책방을 주제로 쓴 시를 나눴을 때, 어떤 사람은 그 책방이 이상한 책방 같다고 했다. 시의 제목이 <가장 먼저 온 손님>인데, 그 손님은 ‘오후 5시’에 왔기 때문이다. 오늘 책방에는 첫 손님이 4시에 왔다. 여기는 1시간 덜 이상한 책방이다. 책방을 열기 전에 자주 가던 책방을 며칠 봐 드린 적이 있다. 음료를 파는 다른 책방에서는 책을 읽느라 꽤 오래 머물다 나온 적도 더러 있다. 그럴 때마다 손님이 하루 종일 나밖에 없을 때가 많았다. 관광지라 사람이 자주 드나드는 책방이나 상권이 좋은 책방을 제외하고는 그런 경우가 허다하다. 책방은 이상한 곳이다. 좀 더 평범해졌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이런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려면 사람의 목소리가 함께하는 게 좋다. 물론 나의 취향이다. 몇 년 전 제주도의 책방을 여러 군데 돌았을 때 책방의 매력이라고 느낀 점은 어떤 책방에서는 인디 음악이 흘러나오고 어떤 책방에서는 지석진의 라디오가 흘러나왔다는 것이다. 책 말고도 책방지기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요소가 있는데, 그걸 찾아보는 것도 책방을 즐기는 방법이다. 책방의 음악이나 향이나, 오브제나 그런 것들. 나의 책방에는 재즈 음악을 랜덤으로 재생해주는 라디오를 틀거나, 그때그때 자주 듣는 플레이리스트를 틀기도 하지만, 팟캐스트를 틀어 놓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의 목소리와 재치 있는 입담, 유용한 정보를 듣고 있으면 시간이 참 잘 간다.


김혜리의 필름클럽, 영혼의 노숙자, 인생영화 아님 말고, fm영화음악, 언니들의 슬기로운 조직생활, 듣똑라, 비밀보장...


언니들의 동글동글한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이상한 책방... 오늘도 정상영업.